미국에서 시작해 Clay Club Seoul 2회차까지
Clay Club Seoul 2회차를 마쳤다. 행사가 끝난 밤, 노트북을 덮고 나서야 숨이 조금 돌아왔다. 숫자로 보면 하나의 행사일 수 있다. 참석 인원, 설문 결과, 만족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하루가 2026년의 방향을 정리해준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직 1월인데, 이미 한 해를 꽤 멀리 온 기분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몸살이 왔다. 그제야 아, 정말 전력으로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행사는 새해의 첫 일정이었고, 동시에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년을 떠올리게 됐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어떻게 Clay 같은 유니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게 됐나요?” 많은 사람들은 결과만 본다. 하지만 그 시작은 굉장히 단순했고, 동시에 무모했다.
작년, 나는 미국에 있었다. 명확한 답을 찾으러 갔다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 Clay 관련 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대장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연결해준 자리도 아니었다. 그냥 갔다.
행사장에 하루 종일 머물렀다. 세션을 듣고, 사람들을 보고,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일정이 끝날 무렵, Clay의 대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달려갔다. 준비된 말은 없었다. 다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있었다. 한국은 Clay가 너무 잘 작동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이 제품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누구보다 제대로 팔 수 있는 팀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한국에서 Clay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기회를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는 곧바로 영업부터 하지 않았다. Clay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직접 써보게 만드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작년 12월, Clay Club Seoul 1회차가 열렸다. 대기업을 포함해 약 30곳의 팀이 참여했다. 기능을 나열하는 세미나는 하지 않았다. 조건을 정의하고, 데이터를 직접 만지고,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그날 이후 확신이 생겼다. Clay는 슬라이드로 이해되는 도구가 아니라, 손으로 써봐야만 체감되는 도구라는 것. 그리고 이 차이가 관심과 도입을 가른다는 것.
그리고 2026년 1월, Clay Club Seoul 2회차를 열었다. 새해의 첫 행사였다. 이번에는 더 명확했다. 소개가 아니라 실습, 설명이 아니라 경험.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핵심만 남기기로 했다. 조건으로 시장을 정의하는 방식,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게 쌓는 구조,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과정. 계속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건 툴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연습이라고.
사실 이 2회차는 우연처럼 시작됐다. 마침 Clay 팀의 한 분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 시기에 맞춰 행사를 열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정은 현실적으로 너무 빠듯했다. 준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대기업 담당자가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다. 해외 박람회에 매년 수십억을 쓰고 있는데, 정작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오늘 처음 정리된 것 같다고.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며칠 뒤, 그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웃컴 도입을 결정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기뻤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든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작년에 버텨온 선택들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는 확인이었다.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엇을 믿고 움직여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미국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던 시간, 한국에서 첫 Clay Club을 열며 느꼈던 불안, 그리고 새해 첫 달에 다시 한 번 실습 중심 행사를 열기로 한 결정까지. 이 모든 선택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2026년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다음 Clay Club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