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택트 공연의 사례 분석
예술 근처 어디쯤 Day.3
불과 며칠 전 6월 30일, 세계 최고의 아트 서커스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공연 사업으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공연단이 코로나 19 대유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태양의 서커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주된 이유는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 공연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전무해진 가운데, 채무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이 회사 전체 인력 95%에 해당하는 4500명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채무는 여전히 16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는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반년 넘게 장기화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더 오랜 기간 코로나라는 질병과 함께해야 한다. 관객의 수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연예술계는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 나은 예술이 아닌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예술계는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택배 배달을 하고, 연극배우가 대리 기사를 하고 있다. 무작정 공연장을 폐쇄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코로나의 철저한 대비 속 공연이 진행되어야 예술인들에게 수익활동이 발생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프리랜서 예술인들에게 생계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공연을 개최하는 방식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서 예술계는 언택트 공연에 주목한다. 코로나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이란 희망을 전달하면서도 당장의 예술인들의 생계 또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언택트 공연에 관한 국내외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려 한다.
7월에 접어들면서 국립극장에서 여우락 페스티벌을 개막하였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생활 속 거리 두기 일환으로 '객석 띄어 앉기'를 시행한다. 이는 객석 첫째 줄을 비워 무대와의 안전거리를 두고, 전 객석은 1 좌석씩 거리 두기를 시행해 전체 좌석의 절반가량만 운용하며 또 관객은 입장 전 의무적으로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식이다.
주최 측은 친환경 살균 소독제로 공연장 내외부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공연장 좌석에는 항균 기능이 있는 패치를 부착하는 등 세심한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공연장 방역 물품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공연들은 당장 볼 수 없지만, 작은 공연들은 코로나 19 시대를 맞이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우디 앨런의 두 번째 부인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 루이즈 라세와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 밥 디쉬는 아서 밀러의 극을 포함한 3편의 극을 7월 중순 맨해튼의 커피하우스클럽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6피트(약 1.8미터)의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며, 무료 예약 공연으로 진행된다.
자동차를 사용한 공연 관람은 영국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9월 27일까지 웨스트엔드 공연이 취소된 뮤지컬 <식스(SIX)>는 극장 공연과는 다른 ‘드라이브인 공연’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2017년 캠브리지대 학생들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웨스트엔드로 무대를 옮겨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올여름 영국의 12개 지역에서 공연되는 ‘유틸 리타 라이브 프롬 더 드라이브-인’ 시리즈의 일환으로 뮤지컬 <식스>도 라인업에 추가되어 8월부터 드라이브-인 공연을 선보였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드라이브 인 콘서트가 등장했다. 독일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크리첼은 지난 5월 9일 소도시 이절론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인 리사이틀을 열었다. 크리첼은 영화관의 야외 주차장에 무대를 세운 뒤 자동차 1대당 32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베토벤과 리스트를 연주했다. 또 영국에서는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ENO)가 오는 9월 런던 북부 공원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인 오페라를 시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극장 형식의 콘서트를 기획해 코로나 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3일간 현대 모터 스튜디오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 형식의 ‘현대 모터 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회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는 일반 시민, 문화계 종사자,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안전한 자동차 극장 형식의 새로운 형태의 고객 초청 콘서트이다.
영국 올드빅 시어터에서는 로드맵 2단계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공연을 선보이는 ‘올드빅: 인 카메라’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볼 수 있는 연극 <렁스>를, 영국에서는 이 ‘올드빅: 인 카메라’의 일환으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으로 만나는 것이다. 배우 맷 스미스와 클레어 포이가 출연하며 6월 26일부터 7월 4일(영국 현지시간)까지 텅 빈 객석을 배경으로 매일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원래 극장의 객석 수에 맞춰 매일 1천 명의 온라인 관객을 받고 있으며, 10~65파운드까지 티켓가로 유료 판매한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음악회 유료화를 위한 업계의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20일 오후 3시 네이버 TV를 통해 선보이는 ‘세종 체임버 시리즈 클래식 에지 Classic Edge’의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서 관객으로부터 자발적 후원을 받는다. 무료 공연이지만, 원하는 사람들은 3,000원 이상을 후원할 수 있는 일종의 ‘공연 유료화 시범 운영’이다. 후원금이 연주자의 출연료와 공연 중계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유료 공연의 성격을 일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후원자들에게는 공연의 라이브 음원을 제공하고, 10월 세종 체임버 시리즈 공연도 20% 할인된 금액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