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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ul 11. 2020

국립현대무용단, 신창호 안무가 <비욘드 블랙>

인공지능과 무용, 암흑을 넘어서 미래를 준비한다

예술 근처 어디쯤 Day.4


국립현대무용단, 신창호 <비욘드 블랙>



 이전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Living Archive by Wayne McGregor'을 본 적이 있다. AI무용이라니. 인공지능과 함께 작업한 예술, 개념 자체도 생소하였기에 굉장한 호기심으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구글 Art & Technology는 예술과 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프로젝트를 매번 발표하였으며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예술세계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는 구글이니까 가능해 보였다. 이러한 과정들은 AI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조금 먼 미래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이번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은 나의 잘못된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혁신적인 무대 그 자체였습니다.  



무용이 무대에만 갇히면 관객과 대화할 수 없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담아 어떻게 하면 변하는 사회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늘 질문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온 신창호의 <비욘드 블랙>은 인공지능이 안무한 움직임이 등장하며, 인공지능이 직접 추는 춤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춤추는 인공지능’ 마디(Madi)가 무용수 8명의 움직임 데이터를 학습해 안무를 고안해냈다. ‘마디’는 뼈와 뼈가 맞닿는 부분인 ‘마디’를 뜻하기도 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연결’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비욘드 블랙> 무대의 한 장면




 AI와 협업한 안무 작업은 특성상 세 단계를 거친다. 


1. 입력단계 :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무용수 8명의 움직임을 촬영, 동작은 '빠르고 부드럽게', '빠르고 강하게' 이런 식으로 나눠서 컴퓨터에 데이터 값을 입력한다.

2. 학습단계 : AI는 무용수 8명의 패턴을 분석해 움직임을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의 뼈와 관절을 점과 선으로 인식한 AI는 학습 결과에 따라 새로운 동작을 생산해낸다. 딥러닝의 과정은 이러한 학습 및 생산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기계가 스스로 성장해 무용수 스타일의 새로운 춤을 만들어낸다. 

3. 재해석 단계 : 무용수들은 이를 다시 공연 작품에 맞게 재해석한 ‘AI적 동작’을 내놓는다. AI가 제시한 새로운 2D 단계의 춤을 3D로 확장해나가면서 무대 요소 등 안무가 본연의 스타일을 가미한다. 




<비욘드 블랙> 인공지능의 움직임 학습, 재창조 사레



암흑을, 미지를 넘어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한다



 '비욘드 블랙'은 신창호 안무가가 만든 조어다. "암흑을, 미지를 넘어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AI를 활용해 무용을 만드는 과정과 앞으로 AI가 예술계에 미칠 영향을 시사하는 제목이다.

"AI가 학습을 진행할수록 원래 무용수의 동작과 비슷해졌어요. 일대일 카피는 아닌데, 중복되지 않는 동작으로 어떤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내더라고요. 해당 무용수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이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동작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술의 변화는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왔고 이를 활용한 예술 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끊임없는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이기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30분이 안 되는 매우 짧은 러닝타임은 아쉽지만 온라인 공연에 맞춰 더욱 신선한 장면들로 공연을 구성하였다. 함께 관람한 많은 분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정확하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은 기존 학습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결과를 내놓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공지능과 함께 협업하여 내놓은 결과물로는 너무나도 멋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은 충분히 감상적이었고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우리는 인간미와 인공미의 혼합을 새로운 예술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정말 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안무가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미지의 세계가 두렵기에 블랙이라는 색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나는 좀 더 희망적인 색으로 칠하고 싶다. 예술이 인공지능과 협업을 하였을 때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창의성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서술이다. 이러한 새로운 서술 방식이 어떠한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글에서 AI와 협업한 예술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을 적어가겠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읽고자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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