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RCHIVE> Wayne Mcgregor & Google
예술 근처 어디쯤 Day.5
이제껏 무용 분야에서 테크놀로지의 입지는 제한적이었다. 거울을 이용한 만화경 효과를 활용해 무용수들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필립 드쿠플레나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영상과 무대 위 무용수들의 인터랙션을 도모하는 조세 몽탈보 등 ‘테크놀로지’를 키워드 삼는 안무가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영상과 무대의 만남’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웨인 맥그리거는 뇌과학과 AI 기술을 안무에 반영해 인간의 움직임과 첨단 테크놀로지를 하나로 융합시켰다는 점에서 전혀 차원이 다르다. 이런 독특한 시도를 하는 무용가는 그가 독보적이다.
모두가 ‘실험’을 말하지만, 웨인 맥그리거야말로 진짜 ‘실험’을 한다. 무용수들이 3D 안경을 쓰고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거울 속 인공지능 아바타와 인터랙트 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1992년 불과 22세에 설립한 ‘웨인 맥그리거 스튜디오’(구 ‘랜덤 댄스 컴퍼니’)는 무용수들뿐 아니라 작가·과학자·음악가·비주얼 아티스트·소프트웨어 개발자·경제학자까지 협업해 다양한 실험을 해왔는데, 무용의 외연 확장뿐 아니라 영국 예술계의 혁신과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는 창작의 산실로 통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는 Google Arts & CultureLab와 협업을 통해서 AI가 생성한 새로운 안무 툴을 만들어내었다. 지난 2019년 7월,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깊게 매료된 그는 끊임없는 기술적 연구를 통해서 안무 툴을 체계화시켜 새로운 프로젝트 'Living Archive'를 공개하였다. 기계와 인간과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Living Archive는 안무가들의 과거 발자취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안무가의 창작활동에서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Living archive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즉시 새로운 안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바로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Living Archive는 U-MAP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안무가 25년간의 작품에 담긴 수만 가지의 움직임들을 저장해 두었고 시각적 유사성에 따라 이를 분류해놓았다
사용자는 이곳에서 안무 동작을 선택하고 이를 묶어서 나만의 새로운 동작을 만들 수가 있다.
원하는 동작을 찾고 싶다면 자신의 카메라를 통해 포즈를 취해보자. 카메라 속 나의 동작을 분석하여 아카이브 내에 가장 유사한 동작을 찾아준다.
Living Archive는 filmmaker Ben Cullen-Williams과의 협업을 통해 생성된 안무를 다양한 시각 효과로 보여준다. AI가 만들어낸 안무는 추상적인 시각화 작업을 통해 AI 본연의 독특한 안무로 재탄생하게 된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움직이는 안무를 볼 수 있다. 각 장면에서 세부적인 효과를 컨트롤할 수 있어서 누구나 쉽게 창의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안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안무들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해석하고 이를 다시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은 오로지 안무가의 영역이다.
1. 입력단계 :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무용수 8명의 움직임을 촬영, 동작은 '빠르고 부드럽게', '빠르고 강하게' 이런 식으로 나눠서 컴퓨터에 데이터 값을 입력한다.
2. 학습단계 : AI는 무용수 8명의 패턴을 분석해 움직임을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의 뼈와 관절을 점과 선으로 인식한 AI는 학습 결과에 따라 새로운 동작을 생산해낸다. 딥러닝의 과정은 이러한 학습 및 생산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기계가 스스로 성장해 무용수 스타일의 새로운 춤을 만들어낸다.
3. 재해석 단계 : 무용수들은 이를 다시 공연 작품에 맞게 재해석한 ‘AI적 동작’을 내놓는다. AI가 제시한 새로운 2D 단계의 춤을 3D로 확장해나가면서 무대 요소 등 안무가 본연의 스타일을 가미한다.
이처럼 웨인 맥그리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창의적 툴을 제시하였으며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못한 기능에 대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술분야에서 첨단 기술의 선두주자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세상에 공개하였다. 그는 이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 예술가들은 어떠한 변화를 보여줄 것인가. 도구는 준비되어있다. 이제 예술가들이 이를 이용해서 함께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해볼 차례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