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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zik Jul 13. 2020

국립현대무용단 STEP UP 스텝업

황수현 | 임샛별 | 김찬우 <검정감각 360|안녕하신가요|하드디스크>

예술 근처 어디쯤 Day.6



국립현대무용단 STEP UP



 

 국립현대무용단의 스텝업은 매년 안무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현대무용이 담고 있는 동시대성, 그 예술의 깊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안무가들의 쇼케이스이다. 스텝업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이번 스텝업 역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그 충격의 느낌은 예전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온라인 공연의 한계는 뚜렷하여 작품의 온전한 의도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웠지만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작품마다 안무가의 의도, 그리고 이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감독의 목적을 어느 정도 읽어내고자 노력하였다.  

 

※ 이번에도 공연에 대해 대화의 장을 열어준 Danstruct 대표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양보다 질을 생각하고, 남의 것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깨달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각자가 겪고 있는 단절감을 어루만지는 존재가 예술이 될 것이며, 바로 그 순간 춤은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예술감독 남정호





관객과 소통하는 새로운 감각

황수현 <검정 감각 360>



황수현 <검정 감각 360>


 이 문장이 읽고 한번 상상해보자.

'소리의 울림과 자취를 통해 공간의 깊이와 밀도, 질감의 층위를 더하고자 한다. 관객은 눈을 감은 퍼포머의 시선으로 무대 공간을 감지하고, 이때 눈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미세한 촉각 자극으로 감응하는 공연을 제안받는다.'


 황수현 안무가는 관객에 대한 개념을 달리하였다. 안무가는 퍼포밍과 관람 행위 사이에서 신체 경험이 작동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관객을 단순히 눈으로 공연을 보는 피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용수에게서 울려 퍼지는 소리의 진동을 통해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춤이 무엇이고, 무용이 무엇이고, 극장은 무엇인가.


 안무가의 관심은 과거의 향수 어린 재현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무언가 신체 감각을 중심으로 춤과 무용과 극장에 관한 근본적인 것을 질문하는 데 있다. 따라서 안무가는 눈을 감음으로써 기존의 방식을 포기한다. 대신 시각 이외의 새로운 감각으로 무용수와 관객을 교점을 만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철저히 관객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으로는 이 무대를 온전히 담지 못했다. 온라인 공연의 명확한 한계점인 셈이다. 이 공연을 실제 공연장에서 보았으면 어떤 느낌일까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 또한 현대무용인가?

김찬우‧최윤석〈하드디스크〉



김찬우‧최윤석〈하드디스크〉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2019년 신촌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을 이제 무대라는 새로운 장소로 옮겼다. 김찬우 연출가는 정확히는 안무가는 아니다.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미술 작가로서 활동하는 연출가이다. 따라서 그에게 무대라는 장소는 굉장히 도전의 장소였을 테다. 전시장과 다른 극장의 성질은 ‘맥락을 충분히 드러낸다는 점’에 있다. 전시나 전시장에서는 작품과 작품 사이 이음새가 ‘최대한’ 생략되거나 감춰진 틈에서 관객이 개별적이고 선택적인 감상을 하는 데에 반해, 극장에서는 모두 함께 지켜보기로 약속한 시간이 존재한다는 점, 그래서 관객들이 소위 이음새들을 포괄하여 개별적인 작품들마저도 하나의 맥락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정리하자면 그는 따로 존재하던 기존에 존재하던 자신의 세 종류 <하드디스크> 작품을 무대라는 공간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무대라는 압도적인 환경에서 새롭게 자신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렇게 긴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작품이 무대라는 장소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는 현대무용이라는 키워드로 발표된 작품이다. 현대무용다운 작품이 무엇인가? 물론 다양한 기조 중 포스트모더니즘의 무용에서는 비무용, 반무용을 이야기한다. 화려하고 멋있는 동작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움직임도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작품이 너무 지루했을 뿐.


 그럼에도 또 한 번 생각이 들었다. 스텝업 무대는 이처럼 새롭고 도전적 작품이 발표되는 곳이다. 어쩌면 '이러한 공연 또한 현대무용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국립현대무용단 이전 공연 <비욘드 블랙>에서는 AI, 즉 인공지능과 인간의 적극적인 협업 무대를 보여주었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무용이 되는 시대에 연극다운 움직임도 무용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현대무용이 지닌 동시대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변화하는 가치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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