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렌치 북스토어 Mar 21. 2024

사실은 너무 잔혹했던 동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너무 다른 동화 원작 4편

여러분은 어릴 적 어떤 동화를 좋아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어공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에리얼이 부르는 노래, 『Part Of Your World』를 너무 좋아했는데, 요즘으로 비교하자면 저에게는 『Let It Go』 정도의 곡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언젠가 인어공주의 원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안데르센의 원작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어두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어 공주 원화 속 일러스트, 1837년, 예술가  Vilhelm Pedersen 제작





인어 공주가 인간의 발을 얻기 위해 마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바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녀가 겪는 고통은 표현되지 않습니다. 원작에서 마녀는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자신의 소유로 가져가기 위해 인어 공주의 혀를 잘라냅니다. 그 대가로 인간의 다리를 얻은 것이죠. 또 마녀와의 조건에는 인어 공주는 인간의 다리로 걸을 때마다 마치 날카로운 칼에 발이 찔리는 듯한 고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어 공주는 실제로 인간의 다리를 얻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어 공주 원화 속 일러스트, 하늘로 올라가는 인어공주, 1837년, 예술가 Vilhelm Pedersen 제작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안데르센의 원작에서 인어 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합니다. 왕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고, 인어 공주에게 남은 선택지는 바다로 돌아가서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뿐입니다. 마지막 순간, 인어 공주는 자신을 희생하여 왕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이는 그녀가 인간의 영혼을 얻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그려집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월터 크레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가장 오래된 버전 중 하나인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태양, 달, 그리고 탈리아Sole, Luna, e Talia》에서는, 왕자가 아닌 한 왕이 탈리아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탈리아가 반응하지 않자 그는 그녀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갖습니다. 이후 탈리아는 임신하여 두 아이(태양과 달)를 낳습니다. 아이들 중 하나가 우연히 탈리아의 손가락을 빨면서 그녀는 잠에서 깨게 됩니다.


이후 탈리아가 깨어난 후, 왕은 그녀와 아이들을 자신의 성으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왕의 현재 아내는 탈리아와 아이들을 죽이려는 계략을 세우게 됩니다. 그녀의 계략 중에 아이들을 요리하여 왕에게 먹이려는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판에 수록된 E. Mazzanti의 피노키오, 1883년




동화의 잔혹성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피노키오입니다. 카를로 콜로디가 쓴 원작에서, 피노키오는 훨씬 더 반항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보입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피노키오가 그를 노린 두 명의 강도 (변장한 여우와 고양이) 들에게 위협을 받습니다. 그 결과 피노키오는 나무에 매달려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처합니다. 피노키오는 마지막 순간에 청록색 머리의 요정에 의해 구출되지만 이야기 속 묘사는 매우 잔인하고 충격적입니다.




피노키오 일러스트, 1904년




쾌락의 섬이라고 불리는 장난감의 나라에서 피노키오와 다른 소년들은 겪게 되는 일화에 대한 묘사도 매우 현실적이며 진인 합니다. 피노키오와 아이들은 섬에서 계속 놀다가 당나귀로 변신하고 맙니다. 이 변형에는 피노키오가 귀, 꼬리, 발굽이 자라는 모습을 고정을 상세하고 충격적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나귀로 변한 피노키오와 그의 친구 캔들윅은 노예로 팔려갑니다. 피노키오는 자신을 모욕감을 느끼는 서커스 공연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리고는 드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가죽을 벗기려는 남자에게 팔려가고 맙니다. 이러한 일련의 착취의 과정은 단지 게으름이라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로 그려지고, 그 대가의 잔혹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유리구두를 신어본 신데렐라, 1830년





신데렐라는 그 원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세계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다른 버전의 신데렐라는 매우 잔혹함을 보입니다. 그림 형제 버전의 이야기에서는 왕자가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아 나설 때, 신데렐라의 두 언니가 발을 구두에 맞추기 위해 발가락 일부와, 발뒤꿈치 일부를 자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또,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신데렐라 결혼식날에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결혼식장에 있는 비둘기들이 그녀들의 눈을 쪼아 그녀들의 눈을 실명하게 만듭니다. 신데렐라에 대한 학대에 대한 응보로 묘사되는 것이죠.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인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1634년 버전에는 《고양이 체네렌톨라La Gatta Cenerentola》로 쓰여졌습니다. 바실레의 버전에서도 신데렐라 이야기는 계모와 계모의 딸들에 의한 학대를 당하는 젊은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버전은 더욱 잔혹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이야기의 시작부터 크게 다릅니다.




유리 구두를 신고 있는 신데렐라와 피를 흘리는 계모의 딸들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재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신데렐라는 계모와 계모의 여러 딸들에게 학대받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다른 버전과 유사하지만, 바실레의 버전에서는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학대에 유독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버전에서는 신데렐라는 계모와 그녀의 딸들에 의해 학대받는 것을 넘어서, 그녀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수위의 학대까지 등장합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으로 왕자의 눈에 띄어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되고, 결말에서 신데렐라는 결혼식에 계모와 그녀의 딸들을 초대합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그녀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대신 복수를 합니다. 신데렐라는 그녀들에게 고통스러운 죽음을 암시하는 처벌을 내리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외에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빨간 모자Little Red Riding Hood》,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 같은 작품들도 그 원작에서는 더욱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과거에는 현재보다 더 잔혹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아이들에게 교훈과 함께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아직도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비롯한, 청소년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교육하고 자신들의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잔혹한 동화를 읽어주듯,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마치 크게 잘못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공포감을 심어주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마치 삶의 낙오자가 될 것처럼 겁을 주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구전하고 있는 또 다른 잔혹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오늘과는 매우 달랐던 시대에, 생존이 더 힘들고, 질병이나 기아와 같은 위협이 일상적이었기에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그만큼 더 어둡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반영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읽는 동화는 잔혹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전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변해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물론 지금도 많지만요.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추리 소설 작가의 11일간의 실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