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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너무 잔혹했던 동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너무 다른 동화 원작 4편

by 프렌치 북스토어

대부분의 추억 속 동화의 세계는 늘 환상적이었고 따뜻했을 것이다. 주인공들은 시련 끝에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꿈꾸고 행복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어두움과 잔혹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고전 동화들은 잔인한 운명, 희생, 금지된 욕망과 같은 무거운 주제로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대부분 시대와 사회적 가치에 맞게 각색된 결과라는 사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작 속 진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가 익히 동화 원작 4편은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바치는 인어공주, Małej Syrenki의 작품




『인어공주』는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1837년에 발표한 동화로, 인간과 사랑에 빠진 인어가 인간이 되기 위해 치르는 고통스러운 대가와 헌신적인 희생을 담고 있다. 인어공주가 인간의 발을 얻기 위해 마녀를 찾아가는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목소리를 다리를 얻게 되는 그 여정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원작 속 인어공주의 여정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원작에서는 그녀가 목소리를 바치는 방식부터 충격적이다. 마녀는 단순히 목소리를 가져가는 대신 인어공주의 혀를 잘라내어 목소리를 빼앗아 간다. 또, 다리를 갖게 된 인어공주는 꼬리를 잃은 고통은 없어지지 않고 매 걸음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인어공주는 그 고통을 견디며 왕자와 춤을 준다.




1024px-Page_139_illustration_in_fairy_tales_of_Andersen_%28Stratton%29.png 인어공주에게 칼을 건네주는 자매들, Stratton의 작품




더욱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원작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왕자는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인어공주는 바다로 돌아가 거품이 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결혼식이 있던 날 새벽, 그녀의 자매들이 인어공주에게 칼 한 자루를 건넨다. 만약 그녀가 왕자를 죽이고 그의 피가 인어공주의 발에 떨어지게 되면, 다시 인어가 되어 모든 고통을 끝내고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잠든 왕자를 차마 죽이지 못한다. 자신의 희생을 선택한다.


이처럼 인어공주 원작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구원의 의미까지 담아낸 잔혹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1800년대, Walter Crane의 작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사실 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버전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잔혹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17세기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태양, 달, 그리고 탈리아(Sole, Luna, e Talia)』이다. 이 버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사랑과 행복보다는 욕망, 배신, 질투로 얼룩진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탈리아라는 공주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운명을 점친 점술가들은 아마(亞麻, flax: 과거 실을 만들던 식물) 때문에 위험에 처할 것이라 예언한다. 이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탈리아는 물레에서 아마 조각이 손톱에 박히며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탈리아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녀의 아버지는 죽은 딸을 차마 땅에 묻지 못하고 그녀를 시골 저택에 남겨두게 된다.




1024px-Dornr%C3%B6schen.jpg 물레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는 탈리아, Alexander Zick의 작품




시간이 흐른 뒤, 근처를 사냥하던 왕이 우연히 탈리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탈리아를 잠에서 깨우려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왕은 욕망에 휩싸여 잠든 그녀와 강제로 관계를 맺고, 그대로 떠나버리고 만다. 탈리아는 깊이 잠든 상태에서 쌍둥이를 낳게 된다. 아이가 젖가슴을 찾다가 우연히 탈리아의 손가락을 빨게 되고, 아마 조각이 빠지면서 그녀는 다시 깨어난다.


탈리아와 아이들은 평화롭게 지내지만, 왕이 다시 찾아오면서 새로운 비극이 시작된다. 이미 결혼한 왕은 탈리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왕비는 이를 알아차리고 끔찍한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그녀는 탈리아의 아이들을 궁으로 데려와 요리사에게 죽여 요리하라고 명령하고, 탈리아마저 불에 던져 죽이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요리사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마지막 순간 왕이 모든 진실을 알아차리면서 왕비와 비서들은 불 속에 던져져 처형된다.


이 원작은 공주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사랑의 키스가 아니라 욕망과 폭력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인한 음모와 복수극은 익숙한 동화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동화라는 외피 속에 숨겨진 이처럼 어두운 원작은, 어린 시절 우리가 믿었던 환상과는 너무도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Enrico_Mazzanti_-_Pinocchio_1883_-_(MeisterDrucke-826156).jpg 초판에 수록된 피노키오, E. Mazzanti의 작품, 1883년




『피노키오의 모험』은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하고 유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원작에서는 훨씬 더 잔인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1881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의도로 쓰였지만, 그 교훈은 때로는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원작 속 피노키오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로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반항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아로 그려진다. 피노키오는 이러한 반항적인 행동 때문에 잔혹한 벌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Carlo_Chiostri_-_Pinocchio_by_Carlo_Chiostri_(1863-1939)_one_of_the_first_Italian_illustrators_of_-_(MeisterDrucke-1449632).jpg 강도에게 쫓겨 나무에 매달려 있는 피노키오, Carlo Chiostri의 작품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강도(변장한 여우와 고양이)들에게 쫓기다 나무에 매달려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에 빠지는 대목이다. 피노키오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청록색 머리 요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이 장면은 동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어둡고 비극적으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피노키오가 여우와 고양이로 변장한 강도들에게 쫓기다 결국 나무에 매달려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에 빠지는 장면이다. 이들은 피노키오에게 가진 돈을 빼앗기 위해 그를 위협하고, 피노키오가 끝까지 돈을 내놓지 않자 결국 나무에 목을 매단다.


원작에서는 이 장면이 단순히 위기 상황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피노키오가 실제로 질식하며 몸부림치는 고통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공중에 매달린 채 숨이 막혀 갈수록 더 심하게 몸을 떨었고, 눈은 머리에서 튀어나올 듯했다. 혀는 입 밖으로 내밀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도움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 피노키오는 완전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의 처절한 고통과 절망은 그대로 텍스트화되어 있다.




Le_avventure_di_Pinocchio-pag226.jpg 피노키오에 나오는 장난감 나라, Carlo Collodi의 작품, 1883년




또 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는 쾌락의 섬이라 불리는 장난감 나라에서 벌어진다. 이곳에서 피노키오와 소년들은 무질서와 자신들의 의무를 잊은 채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게 된다. 이러한 무지와 무질서의 대가로 당나귀로 변하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그 과정 또한 귀가 길어지고 꼬리와 발굽이 자라나는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될 정도로 고통스럽게 묘사된다.


당나귀가 된 피노키오와 그의 친구들은 노예로 팔려가 서커스 공연에 이용되고, 결국 피노키오는 가죽으로 악기를 만들려는 이에게 넘겨지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히 게으름과 무절제, 그리고 무질서에 대한 처벌로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그 잔인함과 현실성은 오히려 공포를 안길 정도이다.




ashenputtle.0.jpg 유리구두를 신어보는 신데렐라, 1854년




마지막으로 『신데렐라』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버전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고전 동화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면에는 시대마다 놀라울 정도로 잔혹한 장면들이 숨겨져 있다. 특히 그림 형제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버전은 잔인함이 두드러진다.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에서는 왕자가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기 위해 집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잔혹성을 극대화시켰다.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구두에 발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발가락이나 발뒤꿈치를 잘라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는 날, 두 언니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신데렐라의 결혼식에 참석하지만, 비둘기들이 그녀들의 눈을 쪼아 실명하게 된다는 결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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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버전인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1634년에 발표한 『라 가타 체네렌톨라(La Gatta Cenerentola, 신데렐라 고양이)』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버전에서도 신데렐라는 계모와 그 딸들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바실레의 이야기에서는 신데렐라의 아버지마저 학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극도의 고통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으로 왕자의 눈에 띄어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말은 다른 버전과 달리 매우 어둡다. 결혼식에 계모와 그녀의 딸들을 초대한 신데렐라는 용서를 베풀기보다 복수를 선택한다. 그녀는 그들에게 고통스러운 죽음을 암시하는 처벌을 내리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신데렐라』의 결말은 행복이 아니라 학대에 대한 피로 얼룩진 복수였다.








이 외에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빨간 모자(Little Red Riding Hood)』,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 같은 작품들 역시 원작에서는 훨씬 더 잔혹하고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들이 이토록 가혹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경각심과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위험과 유혹이 가득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담긴 일종의 엄격한 교육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공포와 위협을 통해 교육하고, 순종과 성취를 강요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식의 무언의 압박은, 어쩌면 현대판 잔혹 동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대는 변했다.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이 가득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아이들이 반드시 두려움을 통해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이제 동화는 더 이상 공포와 경고의 수단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함 속에서 상상하고 꿈꾸며 사랑받고 있음을 알려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언어로 남았으면 좋겠다. 물론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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