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소회

by 도하링

문득 글을 쓰고 싶어져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한 문장 써내는 게 유난히도 어려운 날이다. 아마 내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욕심과 욕망, 이룰 수 없는 바람 앞에 좌절하는 순간이 또 찾아온 듯하다. 시작부터 장황하기 그지없는 소리.


아, 내가 요즘 참 한가로웠구나


사람은 매사에 바빠야 한다. 숨 쉴 틈 없이 움직여야 잡생각을 줄이고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다. 나태해지면 이런 진짜 같은 소리나 하게 되는 게 사람이다. 오늘 와서야 내 머리가 얼마나 돌처럼 굳어버렸는지 실감이 난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 21세기에서야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바람이 부니, 활동하기 참 좋은 시기임은 변함이 없다. 가을은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좋은 계절이다. 추수 후에 일부는 씨앗으로 남겨 내년을 준비하듯이 말이다. 올해 농사가 잘되었다면 가을은 참 신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반대로 농사가 잘되지 않아 추수할 작물이 없다면, 불안감으로 한 계절을 보내야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것이 내 심정인 것 같다. 올해를 돌아보면 후회만 가득하고 수확이 없다. 겨울에 먹을 식량을 비축해 놓지 못한 농부가 된 듯하다.


사람은 계획을 세울 수 없을 때 불안을 느낀다. 당장 눈앞의 고비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생각될 때 극도의 불안을 느끼도록 세팅되어 있다. 지금 내 생존을 위협할 만한 고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램이 크면 고비에 대한 역치도 낮아진다. 또 21세기 청년에게는 여러 가지 고비가 존재한다.


과거처럼 가업을 물려받는 시대도 아니고, 혼자 자립하기에는 돈이 없을 나이다. 오직 꿈과 열정만으로 앞길을 닦아야 한다. 꿈과 열정이 유일한 재산, 삶에 지쳐 열정을 잃는 순간 거지가 되어버리는 존재다. 하지만 내 소중한 열정이 실익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다. 모든 청년이 공감하겠지만, 열정을 실익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노력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열정은 식어버리는, 이 잔혹한 뫼비우스의 띠에 빠지기가 너무 쉽다.


에이 씨발


뭐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올해 3분기를 돌아보면 후회가 많지만, 길거리 잡초 씨앗이라도 구해다 심어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최선을 다하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