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과학인 듯 과학 아닌 그런 거?

by 도하링

건강한 골격을 유지하려면 칼슘 섭취가 꼭 필요하다. 최근에는 칼슘이 근육 수축과 신경계 작동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는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다. 부족한 영양 성분은 음식으로 채워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인터넷을 통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문제는 단순히 칼슘만 많이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칼슘은 인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소화 과정에서 칼슘과 인이 결합하면 체내로 흡수되는 칼슘의 양이 달라진다. 즉, 음식에 인이 많으면 칼슘은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영양학에서는 칼슘과 인의 이상적인 비율을 2:1이라 말한다. 칼슘은 인보다 많아야 하지만, 지나치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2:1 비율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식단이 매번 달라지는 현실에서 이 비율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양제가 권장된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사람과 달리 사료를 먹는 동물은 늘 같은 음식을 섭취한다. 사료는 영양학적으로 설계되기에 칼슘과 인의 비율을 2:1로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비율을 정확히 지킨 사료는 드물다. 대부분 칼슘이 더 많아야 한다는 원칙만 따르고, ‘이상적 비율’을 그대로 맞추지는 않는다. 널리 알려진 정보임에도 전문가들이 지키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는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 말하지만, 칼슘은 원료 단가가 낮아 그 이유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면 왜 비율을 고집하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칼슘 흡수를 돕는 다른 미네랄에 있다. 비타민 D3는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이온 상태의 칼슘과 인 흡수를 촉진한다. 칼슘과 인의 결합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비율은 2:1이지만, 비타민 D3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나아가 비타민 D3는 비타민 K2, A, E 등과도 긴밀히 상호작용한다. 결국 연구자들은 칼슘과 인의 고정된 비율을 지키는 대신, 전체 미네랄 균형을 맞추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상적인 비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결론은 허상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MBTI로 성향을 구분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렸다. 심지어 회사 면접에서 MBTI를 물어볼 정도다. 사람을 유형화하는 방식은 반감을 사기 쉽지만, MBTI가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과학적’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설문 기반 구조 덕분에 일정 부분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개 질문을 통해 선호 경향을 확인하고, 설문자의 답변으로 외향형과 내향형을 구분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현실의 ‘변수’가 반영되었는가?


칼슘과 인의 결합만 고려하면 이상적 비율은 2:1이다. 그러나 전체 미네랄 균형에 따라 달라지듯, 인간 행동도 상황이라는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해도, 거래처에서 계약을 따내야 한다면 외향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여린 성격을 가진 사람도 직원을 해고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감각적인 사람도 경험을 떠올리며 직관을 발휘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선호하는 경향은 있지만, 현실의 변수 앞에서는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 MBTI가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평가 과정의 체계성’이다. 그러나 체계적이라는 것이 곧 개인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각자 다른 경험을 하고, 각기 다른 결핍을 채우려는 선택을 한다. 같은 MBTI 유형이라도 결핍이 무엇인지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학계에서 더 인정받는 ‘빅 파이브(Big Five)’ 이론도 한계는 같다. 선호와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으나, 인간 심리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검사를 반복해도 결과는 달라진다. 이는 경향성조차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증거다. 무언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변수를 고려하는 것이다. ‘완벽함’이나 ‘이상’은 변수를 제거한 시뮬레이션 속에서만 존재한다. 현실에는 그런 가치는 없다. 우리의 과제는 가능한 많은 변수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완벽함을 좇을수록 오히려 완벽함에서 멀어진다. 칼슘과 인의 비율만 고집하다가 전체 균형을 무너뜨린 사료가 좋은 사료일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한 부분만 보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모른 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오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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