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인 것만 같았던 그 순간도 역시 지나가니까
적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히.
내가 느낀 직장과 청춘에 대해서.
그것이 때론 불편한 이야기 일지라도
지잉-지잉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 확인해보란 듯한 휴대폰 진동 소리에 폰을 확인해 보니,
페이스북에 댓글이 달렸더라.
“잘 지내지? 네 소식은 SNS로 잘 보고 있어.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보기 좋다!”
누구였더라 싶을 정도로 생소한 아이디에 클릭한 프로필은, 회사 입사 동기였다.
그의 업데이트된 최근 소식을 보면서,
'그래. 그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었지~' 하는 생각과 함께,
8년 간 다 타고 꺼져버린 장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바늘구멍과도 같다는 취업 관문을 통과한 후,
신입 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같이 시작한 입사 동기들은
존재 자체가 정말 큰 위안이 된다.
(그래서 경력 사원은 항상 외롭다는 말이 있지만)
팀 선배와 같이 회의실을 가다가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동기에게 눈빛으로 살짝 그의 안부를 묻는가 하면,
회사 휴게실에 둘러앉아 ‘내가 간 팀은 이런 업무를 하는 곳이야!’ 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사무실에서의 긴장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월 1회 정도 가진 동기 모임은 일종의 퇴근 까방권(까임 방지 권) 같은 것이었다.
신입이 군기가 빠졌다는 소리 들을까 봐 선배들 눈치 보며 퇴근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참, 별 할 일도 없으면서 뭐 하는 척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
그 날은 당당하게 제 입으로 감히 퇴근을 아뢸 수 있었다. 선배들 보라고 내 책상 위 달력에 동기 모임 일자를 일부러 크게 써놨던 기억이 난다.
빨간색으로다가 빙글빙글
신입사원 연수 첫날,
면접st 정장 (정말 멋 1g도 안 부린 면접 볼 때 밖에 입을 수 없는 정장)에 큰 캐리어를 끌고, 한 명 한 명 들어오는 그들의 얼굴은 조금씩 상기되어있었다.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학창 시절 학년이 올라갈 때 새로운 반 친구들을 맞이하는 느낌? 아니면 군 입대 후 훈련소 동기들을 맞이하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빠듯한 스케줄로 진행된 신입사원 연수 간,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사건사고가 터졌고,
동기들과 함께 참 많이 울고 웃었다. 연수가 끝나고 퇴소하는 날,
대낮부터 진탕 마신 술로 캐리어를 잃어버릴 뻔한 동기도 있었으니.
왜일까
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시절을 뒤돌아보면,
무슨 ‘우리나라의 집단 합숙 식 신입사원 연수의 허와 실’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던 ‘군대식 행군과 구시대적 집체 교육의 진위’를 가린다거나,
신입 사원이 빠르고 부드럽게 현업 업무에 투입되기 위해 어떤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 않다.
그저 그 순간만큼은 함께 자축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 역시 입사 후 한 달 가까이 합숙 교육을 받으면서,
회사의 창립 이념과 정신, 그리고 각종 업무에 필요한 필수 교육들을 받았지만,
8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건,
그들과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의 순간이다.
(막말로 어차피 업무는 현업 가서 도로 다시 배워야 하고)
누가 그랬지 않는가?
남는 건 사진과 추억뿐 이라고
대부분 20대였던 그들은 어느덧 30대에 훌쩍 접어들었고,
SNS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2세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회사 안에서 커피잔을 부딪치며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던 그들은,
부서, 근무지, 직급, 연봉 등 각자 다른 지점을 지나고 있고,
나를 포함하여 상당수가 퇴사나 이직 등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뭐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아니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인생에 두 번 다시 사용 못할 마지막 까방권은 이렇게 갔구나
하는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한편으론 이렇게라도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SNS를 만드신
위대하신 마크 주커버그 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리기도.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다
여하튼,
연수에 오신 신입 사원 분들이여.
뭐 배울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즐기시길.
전부인 것만 같았던 그 순간도 역시 지나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