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로 참여한 후기
성수 에스팩토리에서 3일간 진행되었던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색인출판'의 이름을 걸고 참가했던 이번 북페어에 대한 후기를 짧게나마 남겨봅니다.
색인출판이 2019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음연습』과 index <우리들>, <플란다스의 개>, <동주>를 포함해 총 4권의 책을 선보였고 큰 숫자는 아니지만 1,000권이 넘는 책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색인출판은 매년 정기적으로 책을 내고 있지도 않고 평소에 이렇다 할 활동도 하지 못하기에 독자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에는 색인출판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인사도 해주셔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새로운 독자들이 색인출판의 책을 흥미롭게 봐주시고 다양한 질문을 해주셔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북페어에 방문해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판매자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전히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인쇄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느껴지면 함께 힘이 나는 법이죠.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에서는 무려 230팀이 여전히 어디선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사실이 저에게도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저 또한 작고 가늘게라도 5년이란 시간 동안 이 사람들과 함께 고군분투해왔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바로 맞은편 자리에 index <우리들>의 펀딩 굿즈 작업을 해주셨던 정원님이 자리 잡으셔서 너무 반갑고 신기했던 경험도 있어요. 매일 끝나는 시간마다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짧지만 얘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색인출판의 색인이 이어질 때는 항상 제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4는 그런 계기들을 많이 만났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어머니와 딸이 함께 부스를 둘러보시면서 어머니가 영화 <동주>를 딸에게 설명해 주는 장면, 자신의 가방을 함께 온 가족에게 잠시 맡기고 자기가 영화 <우리들>, <플란다스의 개>, <동주>를 모두 봤다며 책 한 권 한 권을 정성스럽게 들여다보던 분의 장면, index <동주> 때 리뷰를 꼭 기고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기고하지 못했다는, 그래서 다음번 index가 나온다면 꼭 기고하고 싶다고 말해주던 학생의 장면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따듯한 빛이었고 이 작고 연약한 프로젝트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벌었냐고요? 사실 자릿값도 못 건졌습니다.(웃음) 참여하기 전부터 그렇게 많이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3일 동안 돈보다 더 귀중한 경험과 힘을 얻었습니다. 책에서도 항상 말했지만 쉽게 가려고, 이 영화들로 돈 좀 벌어보려고 색인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앞으로도 묵묵히,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혹시 어디선가 마주친다면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아래 스토어와 SNS에서 index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