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영화 소개란의 시놉시스만 보면 어떤 내용일지 점쳐지는 영화가 있다. 기승전결이 4k로 예상되는 영화. 그런데 이제 예상된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때 그 맛을 몰라서 찾는 게 아닌 것처럼.
<리얼 페인>은 제시 아이젠버그의 영화다. 감독, 각본, 제작, 주연이 모두 제시 아이젠버그니 반박 불가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제시 아이젠버그는 평타 이상을 해낸다. 원래 뻔한 음식을 잘하는 게 실력이다. 성격이 닮지 않은 두 남자가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요 서사인 <리얼 페인>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발생 할법한 사건, 느껴질법한 감정, 있어야 할법한 엔딩을 거침없이 나열한다. 그런데 그 모든 요소가 썩 괜찮다. 대단히 새롭거나 도전적인 맛은 아니지만 익숙해서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 색달라서 흥미롭기도 하다. 음식도 기본이 탄탄해야 맛의 층이 잘 올라가듯 이런 카테고리의 영화는 주연배우 두 명의 연기가 탄탄해야 영화의 층이 잘 올라가는데 제시 아이젠버그와 키에란 컬킨의 훌륭한 연기가 영화의 기본을 잘 잡아준다.
모든 요소가 준수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네 맛집같이 특별한 한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영화의 시각적 배경이 되는 폴란드의 풍경이나 서사적 배경이 되는 유대인의 역사가 영화에 녹아드는 방식은 나쁘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간판만 다른 느낌이고 본질적인 음식의 맛은 잘 아는 맛. 그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껴진다. 과하게 신파로 치우치지 않고 개연성을 잘 유지하는 흐름도 좋았지만 감정적으로 좀 더 올라가야 하는 지점이나 관계적인 갈등이 돋보여야 하는 지점도 같이 조정되어서 리듬감 그래프가 기대보다 차분했던 건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리얼 페인>은 분명히 잘 만든 영화다. 누구나 무슨 맛인지 아는 음식을 잘 만드는 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다만 더 길게 기억되고, 더 깊게 기억되려면 단순히 잘 만든 수준을 넘어서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매력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