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제인스 건이 DC유니버스의 수장이 되었을 때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더 내려갈 곳도 없는 이 영웅들을 과연 그가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일단 <슈퍼맨>으로 보여준 시작점은 꽤 괜찮다고 할 수 있겠다.
히어로 영화의 본질이 뭐냐고 묻는다면 감히 답하건대 '액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히어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어떻게 싸우는지를 보고 싶기 때문일 거다. 그런 면에서 <슈퍼맨>은 110% 정도 기대치를 만족시킨다. 액션의 양과 질은 지금까지 관람했던 DC영화를 통틀어도 가장 상위권에 위치한다. 슈퍼맨이라는 영웅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제임스 건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와 쫄깃한 연출이 액션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DC 특유의 다크한 분위기와 제임스 건의 가벼운 분위기가 과연 잘 섞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성공하면 밥 위에 카레지만, 실패하면 아메리카노에 빠진 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슈퍼맨>은 전자에 가깝게 완성된 것 같다. 어두울 때는 어둡고 밝아야 할 때는 밝다. 가끔 오묘하게 이 영역이 겹칠 때도 있는데 다행히 어색하거나 과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지난 DC유니버스에서 슈퍼맨을 세계관 최강자 이미지가 낭낭한 먼치킨으로 만들었던 것에 비해 이번 슈퍼맨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로 표현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큰 틀은 누구나 아는 슈퍼맨 이야기였지만 디테일의 차이가 이야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히어로물에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웅이나 빌런이 몇 명이나, 언제 나오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DC는 이 비율 조정에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기에 이번 <슈퍼맨>도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빌런인 렉스 루터와 일종의 동료로 등장하는 미스터 테리픽, 그린 렌턴, 호크걸은 분량이나 존재감에 있어서 딱 좋은 비율을 보여준다. 각각의 캐릭터는 과하게 드러나거나 서사에 억지로 붙지 않고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임팩트 있게 수행한다. 무엇보다 비중이 상당한 강아지, 크립토에 대한 언급을 빼먹을 수 없는데. 특유의 귀여움과 발랄함으로 서사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한편 서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결론적으로 <슈퍼맨>은 새로운 DC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꽤 괜찮은 영화다. 특히 이전 DC유니버스의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욱 이 이 영화가 괜찮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시작이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면 앞으로 개봉하는 DC영화들은 정말 괜찮은 영화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