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영화를 본다는 건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그런데 가끔 어떤 영화는 너무 생생해서 주인공들의 그것들이 화면을 넘어 관객을 덮친다. <햄넷>은 꽤 자주, 지속적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에 잠겨있게 되는 영화다.
제시 버클리가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정해진 일인 것 같다. 제시 버클리가 125분 내내 뿜어내는 감정은 너무 생생하고 지독해서 불편하다.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거나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다. 아니 오히려 반대일지도 모른다. 영화관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공유 받는다는 건 색다른 체험이니까. 영화관 안이 제시 버클리의 감정으로 파도치는데 영화관에 갇힌 나는 이런 양가적 감정을 머금은 채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암초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날수록 제시 버클리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상을 받은 것이 제시 버클리뿐이라고 해서 나머지 배우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제시 버클리가 감정을 발산하는 쪽이었다면 상대역인 폴 메스칼은 품어내는 쪽이었다.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 전자가 더 에너지틱한 건 당연한 일이지만 후자가 더 쉬운 연기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하는 것이 맞다. 사실 제일 놀라운 부분은 두 주연의 자녀로 등장하는 아역배우들의 연기다. 성인 배우들의 감정 연기도 쉽지 않을진대 아직 그들에 비해 충분히 깊고 격한 감정을 겪을 기회가 없었을 아역 배우들의 감정선이 성인 배우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불편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나는 이 영화의 원작 매기 오패럴의 ⟪햄닛⟫을 읽은 적이 없고 셰익스피어도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데 그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출은 클로이 자오스러웠다고할 수 있을까. 화면을 충분히 응시하고, 절대 급하지 않으며, 카메라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정적이라는 건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번 경우엔 이런 클로이 자오의 정적인 연출 방식 덕분에 배우들의 감정이 에너지를 거의 잃지 않고 관객들에게 닿은 것 같다. 그것이 클로이 자오의 의도였든, 그렇지 않듯 <햄넷>에는 잘 어울리는 연출이었다.
결과적으로 <햄넷>은 등장인물들이 겪는 비극을 불편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야 하는 영화다. 그 과정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기에 재관람을 하기 쉽지 않고,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기도 쉽지 않지만 좋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를 정말 온몸으로 체험하려면 반드시 영화관에 앉은 채 봐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