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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배우와 이야기가 있어도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다.
인생 연기까지는 아니지만 <크라임 101>의 주조연진은 충분히 1인분을 한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배리 키오건, 할리 베리로 이어지는 화려한 배우진은 스토리를 적당히 눌러줘서 너무 뜨지 않게 잡아준다. 101번 국도를 따라 벌어지는 연쇄 범죄를 다루는 이야기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매력적인 면이 있다. 인물 간의 관계는 복잡다단하면서도 나름의 역학관계가 잡혀 있고, 범죄와 관련된 설정들은 클리셰적인 장면들로 채워지긴 하지만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크라임 101>은 범죄 스릴러물로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두루 들어 있다.
문제는 좋은 요소들이 두루 '들어' 있기만 할 뿐 제대로 발현되는 요소는 하나도 없다는 대 있다. 배우 한명한명의 연기는 준수하지만 이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140분 내내 모호하기만 하다. 액션 장면들은 신선할 게 없고 스릴러 장르적인 면모는 찾기 힘들다. 편집점은 이상한 곳에서 늘어지고 횟수는 많아서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흐리다. 없어져도 매우 무방한 이야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가 하면 캐릭터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여럿이라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인데 감독과 각본을 모두 바트 레이턴이 담당했으니 좋은 요소들을 엉망진창으로 엮어낸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론적으로 <크라임 101>은 좋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엮어내지 못한 영화다. 한편으론 조금 아쉽다. 같은 이야기와 배우들로 다른 감독에게 맡긴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은 영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