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좋음, 좋음, 좋음

column review

by 정세현

훌륭한 원작은 영화에게 양날의 검이다. 인기 있는 시나리오로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지만 원작 팬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기 어려우니까. 이번 경우에 나는 원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고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미술팀이 작업한 모든 것, 좋음

SF영화의 필요조건은 미술팀의 완벽한 작업이다. 관객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 비해 그렇지 않은 영화는 관객의 몰입감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세상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처럼 크리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작은 흠이라도 보인다면 관객들은 곧바로 영화에서 빠져나와 화면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무려 156분 동안 영화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아마존이 쏟아부은 3,000억은 아주 의미 있게 모든 화면에 녹아들었다. 작은 소품부터 상당히 큰 스케일의 액션까지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훌륭하다.

미술팀의 작업


라이언 고슬링의 원맨쇼, 좋음

라이언 고슬링은 원래도 잘하는 배우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보여주는 연기는 조금 특별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크리처는 사람이 아니므로 라이언 고슬링은 아마도 굉장히 긴 시간 상대 배역 없이 연기해야 했을 텐데 관객 입장에서는 그 부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는 순간들의 밀도가 높았다는 점도 좋았다. 영화의 특성상 관객들에게 유일한 감정의 통로는 라이언 고슬링이었는데, 순간순간 라이언 고슬링이 표현하는 감정의 밀도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지금만큼 풍성한 감정이 느껴지는 영화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메리3.jpg 라이언 고슬링


많은 것을 중화시키는 코미디, 좋음

좋은 미술과 좋은 연기는 사실 모든 좋은 영화들의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경우 좋은 영화의 충분조건을 '코미디'로 채워 넣는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가고, 외계 생명체를 만나는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로키와 그레이스의 관계를 다채롭게 재조합하며 끊임없이 신선한 웃음을 생성한다. 억지스럽거나 욕심부리지 않는 웃음 포인트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거나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는다. 영화 중간중간 설명이 들어가거나 이야기 전개를 위해 흐름이 늘어지는 구간에서도 코미디 요소가 있어서 영화가 깊게 가라앉지 않는다.

메리1.jpg 웃음 포인트


좋음, 좋음, 좋음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좋은 SF영화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긴 이야기의 일부 구간은 굳이 이렇게 늘려야 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와 재미 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음악의 사용도 매우 훌륭해서 화면과 음악의 상호작용을 보는 재미도 출중하다. 무엇보다 관람할 의사가 있다면 꼭 영화관에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유려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비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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