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고민하고, 또 하고 있을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게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당시에 느꼈던 저의 생각이 위로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수능' 시험이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단 하루를 위해 일 년을 공부해야 하고, 여러 번의 모의고사를 보며 골머리를 앓아야 합니다. 시험의 범위 또한 모호합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 내신 시험이 더 낫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시험일에 대한 변수도 많습니다. 갑자기 수능일이 변경되기도 하고 (2017. 11. 15 지진), 가림막에 가려진 작은 책상에서 시험을 보기도 해야 합니다 (2020.12.03 수능). 당일 건강 상태가 좋을지 나쁠지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배정된 학교, 교실의 상태가 어떠할 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이유 때문에 시험을 못 봤다고 말하면, 핑계 대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도 다 실력이랍니다. 참 애꿎습니다. 정말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수는 이 모든 것을 더해 부담감이 현역 때 보다 배가 됩니다. '이번에는 더 나아야 할 텐데..' 마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 재수는 정말 소중한 경험입니다.
제 진로가 완전히 바뀌기도 했고, 인생에 있어 제일 많이 공부한 기간('재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글 참고) 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는 조금 지난 일이긴 하지만, 재수를 할 때의 당시를 떠올리며 있었던 일들과 제 생각을 여러 편으로 나누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재수를 결정하고 나서는 '무조건 독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이 있었다. 자연스레 '기숙학원'이 떠올랐고, 관심이 가게 되었다.
1월부터는 가족과 기숙 학원 투어(?)를 시작했다. 자동차를 끌고 부모님과 함께 수도권 방방곡곡을 다니며 상담받았다. 당시에는 기숙 학원이 정말 많았는데, 참 신기했다. '기숙학원이 이렇게 많다는 건, 재수생도 이렇게 많다는 거겠지?' 하고 생각하며, 혼자 위안받곤 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름 안도했던 것 같다..
학원들의 매력은 가지각색이었다. 기숙사가 좋은 학원, 강사진이 최고인 학원, 밥이 맛있는 학원, 피드백을 잘해주는 학원, 남학생만 입학할 수 있는 학원.. 등. 각자 표어로 미는 내용이 전부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학원 투어를 하는 날이 1월쯤이라, 눈이 정말 많이 왔었다. 그래서 기숙 학원을 갈 때면, 대부분 건물과 주차장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런데 단 한 곳만 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주차하기가 용이했다. 아버지는 상담을 받고 나오자마자 이 곳에 다녀라고 하셨다. 이 곳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기본 잘 된 곳이 제일 좋은 곳이야"라고 하셨다. 너무나도 간단명료하게 아버지의 선택으로 나는 이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몸 담았단 학원의 전경.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정대로 3월 첫 주쯤 기숙학원에 입소했다. 이름을 확인하고, 체육복(유니폼)을 받고, 반 편성 시험을 쳤다.
당시의 감정을 떠올려보면 걱정 반 두려움 반이었다. 함께할 선생님과 아이들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 의문이었다..
사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학원에 들어간 첫날밤이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베개에 누워서 팔짱을 끼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계속 지내야 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또 부모님을 떠나 처음으로 혼자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내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서럽기도 했다.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누구에게 묻고 싶었다..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지닌 채 눈을 감았고, 다음 날에 기상벨 소리 (나팔 소리)에 맞추어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