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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Mar 07. 2023

해볼게요. 브런치에서 힘 빼고 글 쓰는 사람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키보드를 편하게 두드린 기억이 드물다. 마치 각을 잡고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으나 홀로 무게를 실었다. 허나 남들처럼 쿨하게 써 내려간 척하느라 가열차게 애쓰기도 하면서.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래야 해, 브런치의 글이란 이런 폼 정돈 있어야지” 등 과도하게 치장만 하다가 지친 나머지 한동안 브런치에 들어오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기약 없이 오래도 미뤄두었다.

머리는 차갑게에 집중한 나머지 가슴은 뜨겁게 쓸 수 없어 글을 완성해 발행하는 날에도, 작가의 서랍에 켜켜이 쌓아두며 나중을 기약하는 용기 없는 날에도 늘 제자리 걸음하는 기분일 뿐. 브런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었던 글에 대한 열의는 희미해지고 그 자리엔 찝찝함만 가득 들어섰다.


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또 그 버릇이 나오려 해서 백스페이스를 한동안 다독이고 말았다.

 

뭐든 비워야 채울 수 있거늘. 물에 젖은 무거운 글자들은 한마디 한마디 옮겨질 때마다 아직 의미 모를 문장 속을 휘저으며 겨우겨우 한 획이라도 붙잡아보자는 심정으로 견인당하듯 미끄러진다.


아무 생각 없는 날엔 생각 없는 대로,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엔 더없이 허망하고 허탈하게 써보면 어떨까.

멋 같은 건 없어도 괜찮으니 한껏 힘주고 사는 건 일상이건 브런치건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한 하루, 한 페이지가 안되면 어떠냐며 이제 그만 한껏 힘을 뺀 채로 마무리 하자며 맞춤법 검사를 하고..


오늘도 나는 또 다시 브런치에서 힘을 빼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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