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사로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하 Jun 16. 2023

이런 곰 같은 여우를 봤나

곰의 탈 vs. 여우의 탈, 그 간극에 관하여

처음엔 정말 몰랐다. 곰같이 푸근하고 어딘가 적당히 허술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겉모습에 가려진 여우의 속마음을. 요즘엔 첫눈에 여우가 차라리 양반이라고도 말하듯, 여우의 탈을 쓴 곰이라면 겉으로는 싹싹하고 사회생활 만렙인 처세술을 겸했을 테니 어느새 넘어가 오히려 그것이 더 나았다 여겼을지도.


'여우들이란 본래 자기도 모르게 여우짓을 떤다'라며 태생을 운운하면서 넘겨짚고 곰보다 미련한 나의위치를 한탄하며 자기 위안을 삼았으려나. 여우의 모습이란 게 이제는 사실 너무나 흔해빠진 터. 워낙에 어떤 것이 여우고 곰이고 따지는 것도 의미 없을뿐더러, 오히려 여우인 줄 절대 몰랐다 싶은 사람들이 진짜 여우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며 나중에야 '그래, 그랬군' 하며 서늘한 뒤통수를 만지작거리곤 하는 거다. 정신체리지 않으면 호되게 당하고야 마는 것.


요즘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한 '곰 같은 여우'에 대한 소소한 하소연 몇 자.

여우보다는 소리 없이 윙윙 거리며 우아하게 뒷전에앉아 콧대를 쳐들고 있는 어쩌면 여왕벌의 모습에 가깝다. 여왕벌의 기질이라 말할 것 같으면, 세상의 중심엔 오직 본인뿐!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자기만 가장 주목받아야 마땅하고, 모두 자기 아래로 머리를 조아려야만 으레 만족하며 주변 사람들의 칭찬은 본인 미만 잡일 경우에만 나름 후하게 쳐주는 (척) 수준인 셈의 커뮤니케이션을 일삼는 종족,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돌아보니 가끔은 여우인 줄로만 착각하고 속기도 많이 속았다. 

남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에 집착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진심처럼 건넨 모습에 내심 위로받기도했고. 나름 나의 마음을 헤아려줌에 고마워하곤 은혜를 갚을 길을 모색했는데 뒤통수로 날아오는 싸늘함에 마음을 날카롭게 찔리기도 했다. 앞에선 전혀 눈치챌 수 없는 뒷이야기 가스라이팅으로 농담 건네듯 재미 삼아 남들을 폄하했던 모습들.


이제라도 분명하게 알 수 있음에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맑은 눈에 또렷하게 비치던 지극히 이기적이고 냉랭한 본모습,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 온갖 술수를 쓰던 못난 인성의 잔해들을 부디 기필코 반성하길 바라고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볼게요. 브런치에서 힘 빼고 글 쓰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