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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Aug 10. 2023

때론 집착스럽게 파고들었던 감각들

마음 수련 루틴의 정체기


1. 사려 깊음에 대하여

최근 어떤 육아용품 브랜드 채용 소식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브랜드 스토리가 담긴 기사를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메모해 본다. '부모로서의 삶을 더 쉽고 멋지게'라는 미션 아래 좋은 소재로 사려 깊은 제품을 만드는 육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소개글이 와닿았는데,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고 그 예민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부모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사려 깊은 제품 기획력과 품질을 고집한다는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희생이나 형벌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기쁨이 되도록 부모로서의 삶을 쉽고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대표의 말. 단순히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제가치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비즈니스 적인 면모로서도 우리의 삶을 멋지게 응원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마음이 웅장해졌다.


2. 케이크

매달 월경일이 다가올 때마다 기가 막힌 징크스가 있는데, 바로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케이크가 그렇게 생각난다는 것이다. 평소 조각케이크도 과분한 사람인 내가 홀케이크를 눈독들일만큼의 욕심도 솟아오르고. 말도 안 되게 하루종일 머릿속에 각종 케이크 가게들이 떠오르면서 그중에서도 특히나 레몬케이크가 가장 많이 생각나는 편인데 송리단길에 있는 페퍼의 레몬필링 가득하고 보드라운 케이크가 간절해진다. 이렇게 브런치 글에까지 이 얘길 주구장창 꺼내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지금 또 나는 곧 그날이 오려나 보다.


3. 좋은 감각

최근에 알게 된 마쓰우라 야타로의 책 <좋은 감각은필요합니다>에서 일상생활 속 모든 행위는 그 사람의 감각을 보여주는 거울이고 사소한 행동이지만 문을 열고 닫을 때도 상대에게 우아한 느낌을 주느냐, 난폭한 느낌을 주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문장을 보았다. 직장 내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타이밍이나 목소리 크기, 말하는 속도도 자신이 지닌 감각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는 표현을 보고 좋은 감각이란 건 결국 적당한 타이밍에 취하는 제스처나 말하는 뉘앙스 같은 것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이런 감각들이 최근 많이, 아니 거의 대부분 부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쁜 감각들로 좋은 일들을 이루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얼어붙은 감각이 보통의 감각이 되고 부드럽고 유연한 감각을 되찾을 시간을 기다린다.


4. 휴직

돌고 돌아 결국 휴직. 퇴사 고민도 적지 않게 해 보았지만, 당장 이직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고. 새로운 일에 뛰어들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기에 어떻게 보면유일한 선택지였던 휴직이 결정되었다. 우선은 한 달간으로 정하고 한 달이 다 될 무렵 다시 한번 일정을 조율해 보기로. 제1의 목표는 역시나 휴식과 회복이겠지만, 종종 오는 시간적 여유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저것 평소 못해보았던 일들을 계획해 본다. 도서관 가기, 취미 만들기, 비타민 챙겨 먹기, 요가나 필라테스 등 신체적 활동으로 에너지 찾기. 같은 지극히 소소한 것들을 기다리는 요즘. 쉬는 동안 나의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미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다스릴 수 있게 되길. 증오로 가득 차 내가 미워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들까지의 불행을 기도하는 날들이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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