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의 목록
버킷리스트까진 거창하고, 휴킷리스트 정도로 생각해본 투 두 리스트.
1. 조조영화 보기
휴직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영화관 가기였다. 그간 코로나다 임신이다 뭐다 해서 마지막으로 극장에 가본 기억은 어언 2019년. 이제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중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시기인가 싶어 바로 예매를 했다. 근데 조조영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라떼가 조조영화를 즐겨 찾던 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교 때만 해도 4천 원 정도면 거뜬히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었는데..(나 너무 늙어버린 걸까!) 언제 조조영화가 9천 원인 시대가 왔단 말이냐. 역시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세상 물가. 그래도 이돈이 아깝지 않은 오펜하이머를 세 시간 순삭 하며 보고 나니 휴직의 시작이 참 좋았다 싶다.
2. 필라테스 다시 시작하기
요새는 필라테스를 등록하면 헬스장 이용이 무료라거나 하는 등 혜택이 많다. 시간도 널널해지다 보니 아이를 등원하고 바로 무료한 오전시간을 운동으로 에너지 넘치게 시작해 보고자 필라테스 회원권을 끊었다. 이 필라테스숍의 장점은 유산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수업이 있는 날이나 없는 날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회원권을 끊는 시점엔 다들 열정이 활활 타기 때문에 나는 필라테스 전후로 유산소실을 꼭 이용하기로 다짐했다. (수업이나 안 빠지면 다행인 날이 곧 오려나) 운동도 꾸준히 하고, 탄수화물도 줄이고 건강식(샐러드나 현미밥)을 챙기고, 명상도 하고 비타민도 챙겨 먹으리라. 자세가 좋지 않아 어깨에 이어 엉덩이 통증까지 이어진 요즘, 자세교정의 시급함을 느끼고 짧은 기간이지만 조금이라도 교정해 볼 것.
3. 집밥 만들기
아기 이유식 만들 때 이후로는 정기적으로 주방에서뭔가를 뚝딱거릴 여유조차 없던 몇 달. 매일 밖에서 사 먹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이 생기다 보니 은근히 밖에서 사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간단한 재료 몇 가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은 반찬 정도 만들어 밥 지어 소소하게 먹는 식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 반찬을 직접 해주어 보자는 것이 가장 큰 바람였는데, 가지나 애호박 등 고기가 아닌 채소로 만든 반찬은 아기에게 인기를 얻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고기도 소시지도 가끔 만들어주며 시켜 먹는 밥이나 아이 전용 반찬집이 아닌 홈메이드, 엄마메이드 표 반찬을 기회가 되는 기간만이라도 아이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다.
4. 욕 줄이기
회사에 출근과 동시에 매일매일 일당량의 욕이 장전되었다. 입으로 다 내뱉지 않는다 해도 켜켜이 쌓아두곤 일순간에 터지곤 했다. 혼자 있는 자리 혹은 마음 터놓고 지내는 편한 동료들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는 더 이상 어떤 것을 향해 발포할 욕 같은 건 단숨에필요치 않게 되었다. 이렇게나 욕하고 싶은 곳이 오직 회사뿐이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불합리한 일들 말고는 꽤나 만족스러운 인생이었나 싶어 내 삶과 일상에 감사하게 된 요즘. 그래 이왕이면 복직하더라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는 자세를 키워나가야겠다. 회사에서만큼이라도 모든 일을 선택적으로 수용/차단하다 보면 내 인생에 욕할 일이 더 이상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적 미래.
5. 도서관 가기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시립도서관이 있다. 이사 올 때 이 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던 도서관인데 세상에 집 앞에 있다 보니 한 번을 들어가지 않게 되더랬다. 매번 주말에 가봐야지, 퇴근을 일찍 하게 되는 날이나 반차나 연차를 쓰는 날에 가보리라 다짐하곤 했는데, 그런 날일수록 회사원의 피로감은 더해져 숙제처럼 도서관에 가고 싶지는 또 않아서 미루고 미뤄왔던 집 앞 동네 도서관 방문. 휴직 2주 차, 집에 있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뤄놨던 책들을 어느 정도 훑어보곤 새로운 책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마음 상태에 다다라, 오늘은 꼭 도서관에 가보기로 한다. (이러다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결국 못 가보는 일도이 생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