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내'가 되는가?

사회화, 학생규정, 학생다움, 그리고 우리의 일상

by ESSAM


나는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의 내 모습, 내 생각, 내 행동은 누가 만들었는가? 아마도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엄마 아빠가 만들었다고 얘기할 것이다. 조금 큰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자기가 스스로 그런 생각과 행동을 만들었다고 말할 것이다. 엄마, 아빠가 '나'를 만든 것도 사실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인간발달단계에 따라 자기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만큼 자기를 바라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어른들이라면 무엇이 나를 만든다고 말하겠는가?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것, 주로 하는 습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일상적인 행동 등을 적어보라고 해보자. 아주 많은 것들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른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아이들, 근육남, 날씬한 미녀 아이돌을 좋아하는 아이들, 인생에서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이들, 교복을 고쳐 입는 아이들, 자극적인 재미를 좇는 아이들, 나의 친구가 친구이기 이전에 경쟁자라고 말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다시 물어본다. 태어날 때부터 그러한 생각과 행동을 한 것일까?


그러한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아가 있다면 사회가 만들고 있는 자아가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사회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우리는 사회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속한 가정, 친구들, 학교, 직장, 국가 등의 사회를 통해 나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나도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나는 사회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며 만들고,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전혀 의심해보지 않은 수많은 것들 중 많은 것이 사회가 만든 '나'이다. 처음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회의 무언가가 나에게 내면화되는 과정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말한다. 즉, 사회화란 사회를 통해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사회적 가치, 신념, 철학, 문화, 제도 등이 나를 형성하는 과정 혹은 그 결과인 것이다. 점점 많은 사회(집단)에 속하는 아이들이, 각 집단에서 어떻게 사회화되는가는 중요하다. 친구 집단에서 내가 어떻게 사회화되는지, 학교에서 학생으로서 어떻게 사회화되는지, 가정에서 자녀로서 어떻게 사회화되는지, 그리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사회화되는지 말이다.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들, '나'를 만들게 될 것들에 관심이 없다면 '나'는 그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도 그대로 사회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사회화'를 학습하는 것, '사회화'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의 움직임(예를 들면, 법제도, 정책 등)은 당장 나에게 이익과 손해를 주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먼 훗날,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어렵지만,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을 수정하기란 더욱 어렵다.


출처: Pixabay(무료 이미지)



학교생활 규정과 사회화

사회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한 질문을 만나보았다. 이번 질문은 학교의 교복, 두발 제한 규정은 학생들의 사회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였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규정들이 자신의 사회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말했다. 완벽한 문장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교복, 두발 제한 규정들은 소위 '학생 다움'에 관한 규정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고. 오랜 역사를 지닌 이 규정들, 당시 학생들에게 필요했던 사회화가 지금 우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이러한 규정들이 자신의 사회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규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규정 자체를 지키도록 사회화되는 것이 장래에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두 번째 의견의 이점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누려왔을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꾸미며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안 괜찮은지 더 세세히 알아가고 고쳐나가도록, (두발, 화장, 교복을 제한하지 않고서도) 사회화를 할 수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제한하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는 학생들을 믿고 맡기며 학생들이 문제가 있을 때, 고쳐주고 알려주는 사회화 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두발, 화장, 교복을 (무조건) 제한하고 있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Y 학생)
학교에서의 두발, 화장, 장신구, 교복의 제한은 사회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에 나가면 지켜야 할 규범 등이 있는데 학교에서 이것을 지키게 시키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에는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범보다 더 많은 항목이 있는데 학교에서조차 두발, 화장, 장신구, 교복 정도 안 되는 항목들을 지키지 않게 한다면 오히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법을 지키는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두발, 화장, 장신구, 교복 등의 제한은 사회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S 학생)



교복, 두발 제한 규정이 더 이상 학생 다움을 설명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시대성, 합리성, 인간성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이 경제성, 통제성, 때로는 형평성의 논리로 여전히 청소년들의 자아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회가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교복, 두발'규정들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사회화되기를 바라는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를 규제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사회화의 유익함이란 무엇인가? S학생의 말처럼, 그러한 규정들이 법규 준수를 행동케 하는 기능이 여전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규정이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일지라도 그것이 학생 다움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오랜 세월 반복되어온 사회화를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은 사회화 기관으로서의 학교, 자아를 찾고, 개성을 발현하기 위한 곳이 학교라고 학습해왔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험하는 '학생 다움'이란 '공부를 잘하는 것,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었는가? 우리 사회는 진정한 자아발견의 관점에서, 인간의 행복의 관점에서 학생 다움을 재정의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나를 만들고 있는 것들

규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 학생들은 자신을 만들고 있는 사회적 장면들을 더 찾아봤다. 나의 일상, 나의 습관, 나의 생각을 만들고 있는 것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사회화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본 것이다. 아직도 아리송하다는 눈빛들도 있었지만, 이제야 알겠다는 아이들도 꽤 많아 보였다. 교과서의 사회화, 시험의 사회화, 동화책의 사회화, 직업선택의 사회화, 학교 공간의 사회화, 외모지상주의의 사회화 등의 많은 장면을 찾아냈다.


지금의 시험은 학생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과정보다는 최종 결과를 잘 받기 위해 공부하도록 사회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이미지 출처: Pixabay(무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흥미 있는 직업이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택한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넌 좋은 직업을 가져야 돈을 잘 벌 수 있어 "라고 한다. 나는 직업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하길 바란다.(K학생)


그렇지 않은 동화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동화책들에서는 예쁜 공주만 사랑받을 수 있고 항상 여자가 아닌 남자만 힘이 있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여자는 마르고 예뻐야 하고 남자는 약하게 굴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로 인해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외모지상주의가 생기고 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여자와 남자의 편견 등이 없는 그런 동화들이 많이 생겨야 것 같다.(P학생)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나를 만들어 가기도 하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사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혹은 만들고 있는 무언가가 나를 만들기도 한다. 나를 만들고 있는 사회의 무언가를 스스로 깨닫기도 하지만 깨닫지 못한 채 나를 형성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를 만들고 있는 사회의 무언가를 모조리 찾아낼 수는 없다.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속한 이상, 사회가 만드는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이자 사회화의 본래 기능이다.


다만, 지금의 내가 '사회'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교과서적 지식을 암기하기 전에 자아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사회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갈수록 많은 사회집단에 소속하는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하다.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것을 내가 학습하게 되는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아는 것 말이다. 이러한 이치를 아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나'를 찾는 또 다른 측면이 될 것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나'는 '사회'를 통해 만들지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법이 있는지, 어떤 사람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은 나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앞으로의 학습을 통해 때로는 '사회'를 바꾸기도 해야 한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자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를 선택하고,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바람직한 사회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해본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것에 이게 정말 옳은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중략) 또한 요즈음 우리에게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사회화 되어있던 차별들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는데, 나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것이라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2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