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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Feb 01. 2022

도두봉, 섬머리-길머리 사람들

제주 도두봉과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오름 중 

하나가 바로 도두봉이다.

도두봉은 한적한 산책길 못지않게 

바다, 한라산, 제주공항,

그리고 이륙하는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풍경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키세스 존이라는 포토 스폿 때문에 

여행객들에게 명소가 되었다.

그래서 예전의 한적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부지런함이 필요하게 되었다.


도두봉은 단지,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장소이지만, 

여유가 된다면, 잠시 도두봉에 놓인 비석을 들여다보며 

도두봉의 과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두봉은 분화구가 없는 '숫오름'이라는 

지리적 DNA를 안고 태어났는데,  

제주에 사람이 살고, 

외부와 관계 맺으며 살기 시작한 이후에는

이름 그대로 도두道頭의 역할을 하게 된 듯하다.


과거, 도두봉은 도원봉수대가 있던 곳으로,

사라봉에 있는 중앙 봉수대에 정보를 전달했다.

이때의 정보유형은 

다급하고, 위급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지역신문에서는 봉수대가 있었던 장소였기 때문에

도두의 한자 표기가 島頭가 아닌 

道頭가 되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자 표기가 어떻든 간에, 

도두봉은 島頭이면서 道頭의 역할을 한 셈이다.


지리적으로는 섬머리로서 

성 안의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를 먼저 받아들였을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섬과 성 안의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길머리 역할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두봉의 도원봉수대터비


도두봉에서 문득, 

'미래'를 연구하고, 행동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고,

이미 왔다고 할 수 있는 경계에서,

섬머리로서 이미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통해

길머리로서 아직 오지 않은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잘못된 정보와 어설픈 해석과 경험으로

위태로움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땅에 도두봉을 모두 둘 수 없듯,

모든 이들이 섬머리에서 길머리 역할을 할 수 없기에 

어느 사회건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하고, 

각종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크던, 작든 간에 말이다.

그건, 도두봉의 운명과도 같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섬머리에서 길머리를 통해 정보가 전달된 후, 

성 안의 일상이 실제 변화될 것인가는

성 안의 사회가 갖고 있는 상황, 문화, 제도, 

그리고 권력(이해)관계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성 안의 상황에 따라

섬머리에서 전해진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섬머리의 정보가 무시될 수도 있다.

때로는 섬머리에서 정보를 전달한 이들과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보의 진위를 떠나, 

그 정보로 인해 변화될 일상에 대한 두려움, 

불안정성, 불편함, 이해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섬머리에서 길머리들의 정보를 

왜곡됨 없이 전달하고 활용하는

시스템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보와 경험을 안내하고, 

변화를 말하는 이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이 전하는 소식을 공유/활용하는 

안정적인 체제가 필요하다.

일종의 도두봉을 설치하고 

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다.


왜곡 없이 전달된 정보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우리 각자의 몫이다. 

만약, 전해지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왜곡한다면 

섬머리든 길머리든, 

그러한 역할을 하는 이들의 존재는 무의미해질 것이며

그들의 정보와 경험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도두봉, 길


도두봉의 길머리로서의 역할 때문일지, 

도두봉이 처한 섬머리로서의 풍경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때로는 애처로워 보일지라도


나는 도두봉이 참 좋다.

우리 사회의 도두봉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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