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미국에서 시작된 나의 난임 여정
어머! 이거 두 줄 같은데?
새벽녘에 도둑처럼 침대에서 살금살금 기어나온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생리가 몇 일 늦어졌고, 가슴이 찌릿찌릿한 증상에, 무엇보다 전날 밤 온 몸 전체가 미친듯이 가려웠다.
'임신인가?'
처음 느껴보는 증상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번엔 뭔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테스트는 아침에 첫 소변으로 하는게 가장 정확하다는 말에 일찌감치 눈이 떠졌고, 아닐지도 모르니, 남편 몰래 조심스레 침대를 빠져나왔다.
임신을 시도한 지는 몇 달이 흘렀지만, 매번 나의 임테기는 가차없이 한 줄만을 보여줬었다. 막상 흐릿한 두 번째 줄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먼저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믿겨지지가 않았다.
나는 39살에 미국에서 남편과 결혼했다. 늦어지는 결혼에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은 늘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난임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아니겠지...' 라는 근거없는 안일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진짜 내 인생 처음 두 줄을 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감이 없었다.
요즘은 남편이나 가족들을 위한 임밍아웃도 많이 한다던데, 나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당장에 곤히 자고 있는 남편에게 달려가 그를 흔들어 제꼈다.
될 줄 알았다니까.
내가 임신 될거라고 했잖아.
나는 걱정도 안했어.
으이구... 그렇게 걱정을 하더니...
그렇게 남편의 핀잔아닌 핀잔에 눈물이 핑 돌면서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몇 달간의 속상함을 보상받는 기분까지 밀려들었다.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하고는, 그날부터 임산부가 됐다는 생각에 모든 행동 하나 하나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사정상 결혼 후 미뤄뒀던 신혼여행을 위해 곧 하와이로 떠날 예정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온갖 걱정과 불안이 나를 휩싸기 시작했다.
비행기 오래 타도 되나?
하와이까지 갔는데 수영도 못하는 건가? 수영 해도 되나? 뭐 감염되는거 아냐?
아 온갖 액티비티 예약 다 해놨는데, 그건 어쩌지?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산부인과로 향했다.
두 줄을 봤다구요? 한 줄인데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나는 그저 임신한 채 하와이에 가도 될런지, 어떻게하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간 것이었지 임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러 간 게 아니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Laura Ohlm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