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지지 않는 두 줄
엇... 이상하다. 진짜 아침에 두 줄을 봤어요.
나는 한순간에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내 목소리만은 나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듯 억울함이 묻어났다. 그러자 의사는 혹시 임신 증상이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온몸이 참을 수 없이 가려웠다고 설명했고, 의사는 단박에 그건 임신 증상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임신 소양증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가려움 자체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뚜렷한 임신 증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혹시... 임테기에 오류가 날 수도 있나요?
처음과는 달리 내 목소리는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
물론이죠. 임테기에 오류가 날 수 있어요. 근데 아직은 실망하지 마세요. 너무 초기일 경우 HCG 호르몬이 충분하지 않아서 오후에는 임테기에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해보세요.
임신을 시도해 보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식이 많이 없는 상태였다. 그저 아침에 첫 소변으로 임테기를 확인해봐야 한다기에 따라 했을 뿐, HCG 호르몬이 뭔지, 오후에는 두 줄이 약해질 수 있다느니 하는 기본적인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날은 허탈함과 불안함만 안은 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이봐! 두 줄 맞잖아!!!
어김없이 두 줄이 뜬 것이다. 더군다나 전 날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임신해도 하와이는 가도 된다는 말을 들은 상태여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친한 친구에게는 '나 임신한 것 같아'라고 오두방정까지 떤 상태였다. 그 극초기 상태에서 말이다...
마침 그때 우리는 집을 사고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이사 전 미리 청소를 해두기 위해 잠시 새 집에 들렀다.
우리가 집도 사고 이제 아기 방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아기가 자기 자리 알고 왔나 봐. 진짜 신기하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남편에게 오두방정을 떨었다. 남편은 임신했다는 나를 앉혀두고 새 집 청소를 도맡아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그날 저녁.
피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사색이 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남편은 인터넷을 뒤지며 임신 초기에 피가 비치거나 하혈을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더라,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자며 나를 달랬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임테기는 두 줄을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두 번째 줄이 흐려진 것처럼 보였다.
'이게 뭐지?'
그때까지도 몰랐다. 임테기 줄은 계속 모니터를 해야 하고, 임신이 진행될수록 HCG 호르몬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두 번째 줄은 점점 더 진해져야 한다는 것을. 흐려지고 있다면 유산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두 줄이 진해져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게다가 피의 양은 더 늘어갔다. 남편은 그럴 수도 있다며 희망을 붙잡아보려고 했지만, 나는 어느 순간 생리처럼 나오는 걸 보고는 '아, 끝났구나...'라는 걸 직감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나는 임신이 됐다기보다는 임신 반응만 있다가 사라진 화학적 유산, 즉, 화유가 됐던 것이다. 화유는 의학적 관점에서 심지어 유산으로 간주되지도 않고, '늦어진 생리' 정도로 분류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 차디찬 문장이 어찌나 그렇게 잔인하게 느껴지던지...
'유산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니... 아기가 다음 달 태어날 것처럼 온갖 상상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겠다는 사람이 참 모르는 게 많았구나. 그리고 임신이 되는 것과 지켜내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도...
*커버이미지: Photo by Claire Kell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