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유산 직후 하와이로 신행을 떠난다는 것은...

임신을 향한 노력은 계속된다!

by Fresh off the Bae

화유를 확인하자마자 우리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다.


둘 다 처음 가는 하와이라, 호텔 선택부터 레스토랑, 각종 액티비티와 여행 루트를 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하지만 많은 것이 허투루 돌아갔다.


임신을 알게 된 후 짚라인, ATV 투어 등은 이미 일찌감치 취소한 상태였다. 특히 내가 가장 기대했던 건 음식도, 해변가도 아닌 우리가 예약한 호텔의 인피니티 풀이었다. 끝없이 이어져 보이는 인피니티 풀에서 여유롭게 둥둥 떠다니며 인생샷을 남기겠노라고 다짐했던 나였다.


하지만 임신 반응 때문에 생리 일정이 늦어지면서, 인피니티 풀은커녕 바닷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생긴 거다. 이런 나를 두고 혼자 들어갈 수 없었던 남편도 덤으로 그 예쁜 바닷가는 발만 담근 채 구경만 해야 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에 화유에 대한 충격과 신혼여행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에도 잔뜩 화가 났다. 집을 사고 자기 자리를 알고 온 줄 알았던 아기가 사라졌다는 허망함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친한 친구에게 떨었던 그 오두방정은 또 어쩌란 말인가.


나 임신 아니래. 화학적 유산이래. 아, 화학적 유산이 뭐냐면...


이렇게 구차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조차 속상했다.


다시는, 극초기에 오두방정을 떨지 않으리...


그렇게 또 시간은 흘렀고, 몇 달 동안 나는 꽤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


임신을 위해 많이들 마신다는 대추차를 직접 끓이기 시작했고, 주말마다 난임 환자들이 많이 마신다는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냉장고에 쟁여놨다. 엽산 하나로 시작했던 내 영양제 리스트는 비타민 C, 비타민 D, 아연, 아르기닌, 활성엽산, 이노시톨로 늘어갔다. 또 Gym에 등록해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고 내 화장실 서랍 한 칸은 배테기와 임테기, 임신테스트를 위한 종이컵으로 수북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임테기는 오직 한 줄만 보였다.


절박한 심정으로 혹시 희미한 두 줄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임테기를 환한 불빛이 나오는 전등 아래로 가져가보기도 하고, 결국 안되면 핸드폰 플래시까지 켜서 자세히 몇 번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실패를 인정했다.


그래서 나왔나 보다. 단호박이라는 말.


단호박 한 줄


희미하게라도 두 번째 줄이 보이지 않을 때 그 하얀 여백이 어찌나 단호박으로 보이던지.


그러다 두 번째로 임테기 두 줄을 확인한 건, 7개월이 흐른 뒤였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Alex Berth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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