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받아줄 곳 어디 없나요?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엇! 뭔가 보인다. 두 줄인가 봐!
7개월 만에 본 두 줄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또 당장에 남편에게 달려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나 임테기 두 줄 나왔어!! 이거 봐 봐!!
남편은 잠결에 눈을 비비면서도 내가 건넨 임테기의 두 줄을 보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하지만 웬걸. 지난번과는 달리 약간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일단 두고 보자.
낙담한 나를 달래느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첫 번째 유산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던 것이다. 유산이 생각보다 흔히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된 남편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
나는 달랐다. 그저 지난번 떠났던 아기가 찾아와 준 것만 같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 예약을 위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임신 첫 진료가 꽤 늦은 편이다. 한국에선 4주, 5주 차에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이곳은 보통 7-8주 정도는 되어야 첫 진료를 해준다.
당시 또 다른 문제도 좀 있었다. 나는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라, 한국인 의사를 찾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곳은 한인들이 많긴 해도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지난번에 봤던 의사는 올해부터는 분만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환자들에게 공지를 해왔던 터였다.
한인타운에 유명한 다른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가 있었지만, 예약을 위해 전화를 해보니 이제는 새로운 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 의사는 생각보다 꽤 흔하다. 그래서 새로운 의사를 찾기 위해서는 내 보험을 받는지, 그리고 새로운 환자를 받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결국 나는 우리 집 근처 대형 병원의 산부인과를 위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네?? 두 달 뒤에나 의사를 볼 수 있다고요??
한국인 의사들의 경우 그들의 평판이나 분만 혹은 진료 스타일을 건너 건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의사 옵션이 없던 나는 Yelp나 구글 같은 리뷰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어렵게 내가 원하는 의사를 선택했고, 닥터 오피스에 전화를 했더니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신, 그 오피스에 다른 의사들이 있으니, 일단은 스케줄이 가능한 다른 의사와 첫 번째 진료를 보고, 두 번째부터는 원하는 의사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별다른 방법도 없었던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중국인 여의사였다. 리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이렇게 의사와 예약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다는 것을...
'한국이었으면 이미 병원을 가서 임신을 확인했을 텐데, 불안해서 7주까지 어떻게 기다린담...'
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기엔 집 근처에서 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미국에서는 임신 7주 정도에 의사를 보는 것이 그리 늦은 편은 아니라는 말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문제는 이 임신이 또다시 유산되었을 때 발생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Marcelo Lea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