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렸지만, 신선 이식을 선택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반복되던 코로나의 패턴

by Fresh off the Bae

병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었다. 결국 5일 배양에, 총 다섯 개의 배아가 만들어졌다. 무뚝뚝함 그 자체였던 의사 선생님은 "나이에 비해 아주 좋은 결과"라며,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흡족해하시는 게 느껴졌다.


그 다섯 개의 배아 중에 하나를, 곧 내가 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식 날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요즘 난임 병원들은 채취 후 바로 이식하는 신선 이식이 아니라 배아를 얼려두고 다음 달 또는 그 이후에 진행하는 동결 이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하는 동결 이식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나는 코로나까지 걸린 몸 아니던가.


하지만 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만약 실패한다면, 다음 달에 한 번 더 이식을 해보고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결정을 나에게 맡긴다고 하셔서, 그냥 신선 이식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믿는 구석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상하게도 코로나와 함께였다.



1. 우리의 결혼식 5일 전, 코로나에 걸린 남편


이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이미 청첩장은 다 나갔고, 결혼식장, 메뉴, 벤더 등 모든 것이 다 정해진 상태였다. 결혼식을 불과 5일 앞둔 어느 날, 남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결과는 코로나 양성.


남편은 며칠 동안 방 안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았고, 3일 전쯤에는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


다행히 나는 크게 아프지 않았고, 나에게 코로나를 옮긴 남편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


결혼식 당일.


둘 다 코로나 음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2. 우리의 이삿날


우리는 1년 전 첫 집을 구매했다.


이사하기 이틀 전 날, 회사를 다녀온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역시나, 코로나였다. 싸야 할 짐은 아직도 산더미. 나까지 옮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남편을 방안에 쉬게 해 두고 내 짐부터 마무리했다. 그리고 남편 짐까지 이삿짐 박스에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사 당일. 남편은 여전히 코로나에 걸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이 그도 움직여야 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 했던 건지 몸을 움직일 때는 멀쩡해 보였다. 이사를 끝낸 후, 기절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우리는 '코로나 커플'이다. 코로나가 막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던 2020년 초에 만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난자 채취를 앞두고, 멀쩡한 내가, 남편도 아닌 내가, 심지어 친정 집에만 틀어박혀서 산책만 나가던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어이없지만, 내 머릿속엔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 임신하는 거 아냐?'


비록 몸은 아프고 마음고생도 했지만 우리 부부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들마다 코로나에 걸렸다. 앞으로는 코로나 없이, 중요한 순간들을 맞이하면 좋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왠지 이번에 임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긍정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마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그 로또라는 시험관 한 번만에 임신이 된 것이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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