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채취 전날, 코로나 두 줄이 떴다

망했다...

by Fresh off the Bae


난자 채취하는 날 = 남편 만나는 날!


남편과 몇 년간 거의 매일 붙어살다 떨어져 있으려니 여간 허전한 게 아니었다. 남편은 1.5세 교포로, 어릴 적 미국에 와서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다. 비록 난임 시술을 앞두고는 있었지만, 두 번째로 방문하는 남편의 부산 여행이 즐거웠으면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임테기 두 줄은 안 나오더니 엉뚱한 곳에서 희미한 두 줄이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 테스트기.


진짜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난포도 잘 키워놨고, 난자 채취날도 잡아두고, 부산을 방문하는 남편을 맞이하기 위해 숙소 예약과 여러 일정을 계획해 두고 나름 들떠있었는데, 코.로.나. 라니!!!!


코로나가 한창 횡행했을 때도, 남편이 항상 어디서 걸려와서 내가 옮았지 내가 먼저 걸린 적은 없었다. 나는 감기도 자주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난자 채취를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다는 게 말이 되냐고!!!!


심지어 빨리 시술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난자 채취를 미뤄야 하는 건지, 그럼 셀프 주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됐다.



선생님... 저... 코로나 걸렸어요...


워낙에 무뚝뚝했던 의사 선생님은 하필이면 지금 코로나가 걸리냐고 한마디 하셨지만 굳이 미룰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코로나와 난자 채취나 이식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도 없는 상황. 결국은 일단 밀고 나가기로 했다. 다만, 나의 컨디션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험관 중임을 알리고 가까운 병원에서 가서 약을 받고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면 받으라고 하셨다.


내 컨디션은 약간 피곤하고 아프긴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연했던 두줄은 점차 진한 두 줄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군데 찾아갔던 병원에서는 이제 예전처럼 코로나를 치료하지 않는다며, 약을 주지는 않고 푹 쉬라고만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남편은 코로나에 절대 걸리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 시댁은 경기도에 있는데, 남편은 부산에 잠시 내려왔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시부모님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었다. 게다가 시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코로나에 걸리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었다. 사실 나보다 남편이 면역력이 더 약한 편이기도 했다. 그래서 혹여나 나 때문에 남편과 시아버지께도 코로나를 옮기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부산에서의 모든 일정은 포기하고, 예약해 놓은 숙소에서는 며칠간 남편 혼자 지내게 됐다.


우리는 마치 견우와 직녀가 된 마냥, 부산에서도 영상 통화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난자 채취 전 날.


숙소 1층에 편의점 있지? 거기서 츄파춥스 하나만 사서 내일 나 주라.
삼신할매한테 잘 보이려고 시술할 때 들고 들어간대!


나는 남편에게 츄파춥스를 부탁했고, 병원에서 만난 남편은 맛별로 편의점 사탕 코너에 있는 츄파춥스란 츄파춥스는 다 쓸어온 것 같았다. 아니... 미신 안 믿는다더니... ㅋㅋㅋ


친정엄마와 나, 그리고 남편까지 우리 셋은 그렇게 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 츄파춥스와 함께 잠시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곧바로 남편은 정자 채취를 위해, 나는 난자 채취를 위해 흩어졌고, 내 시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남편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거리 간격을 유지한 채 짧은 상봉을 마무리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난자 채취는 워낙 안 좋은 후기를 많이 읽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마취가 깨고 눈을 떴을 때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 좀 불편한 정도? 복수가 약간 차는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타이트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었고, 늘 편한 차림으로 집에만 있었기에, 크게 힘든 건 없었다.


두근두근두근.


'몇 개의 난자가 채취되었을까?'


두근두근두근.


7개의 난포 중 5개의 난자가 채취되었고, 그중 수정된 배아 하나를 곧 이식하게 된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naipo.d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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