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주사 전쟁...
배에 주사 맞는 법 알려드릴게요.
일단 다음번 내원하실 때까지 매일 고날에프, M-HP, 유트로핀 세 가지를 맞으셔야 해요.
뭐... 뭐시기?
이 주사는 하루 용량이 300IU에요. 이렇게 맞춰 놓으신 다음, 배꼽에서 사선 방향으로 위치를 잡고, 뒤에 있는 버튼을 쭉 누르시면 됩니다. M-HP는...
분명 한국어인데, 외계어 같다.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무표정한 간호사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재빠른 손놀림으로 주사약에서 약을 빼내어 주사로 넣고, 주사침을 바꾸고는 다음 주사 조제로 넘어갔다.
'아... 망했다. 저걸 내일부터 내가 해야 한다는 건데, 하나도 모르겠네... 영상으로라도 찍어놓을 걸...'
얼빠진 내 얼굴을 본 간호사는 다행히도 병원 유튜브에 들어가면 주사 맞는 법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하아... 차라리 매일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았으면 좋겠다.'
마음은 먹었지만 내 배에 주사를 놓기란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 보니 남편들이 대신 주사를 많이 놓아주던데... 내 남편은 미국에 있다. 이토록 내 남편이 그리울 줄이야...
다음 날.
비장한 마음으로 냉장고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주사뭉치를 들고 왔다. 유튜브를 켠 채, 여러 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뒤, 마음속으로 '이까짓꺼, 할 수 있다!!! 남들 다 하는데 뭐'를 외쳤다.
그날은 주사를 세 번 맞아야 했는데, 실제 시간은 재보지 않았지만 체감상 한 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이 시간만큼은 땀을 뻘뻘 흘리며, 주사약 온도가 올라갈까 봐 에어컨까지 켜놓고 한참을 헤맸다.
젠장.
주사 바늘을 바로 배에 꽂아야 하는데 실수로 내 손을 찔렀다. '혹시 감염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에 병원 주사실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주사침을 새 걸로 교체한 뒤, 다시 주사를 놓으라고 했다. 이럴 때 대비해서 주사 바늘 여분을 여러 개 넣어둔 것이라고 했다. 그 무표정했던 간호사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뿔싸!
이번에도 주사 바늘은 내 배에 꽂히기도 전에 내 손가락을 찔렀다. ㅠㅠ
또 주사 바늘을 새로 교체한 뒤 무사히 첫 주사를 끝냈다.
휴우...
확실히 어떤 주사는 아프고, 어떤 주사는 덜 아프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음 날.
젠장!!!!!! 또 손가락을 찔렀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내 두 손은 따로 놀았고, 주사기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이 자꾸 주사를 들고 있는 손을 마중 나가는 게 문제였다.
여분의 주사침을 세어보니, 이제부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모자라지 않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유독 한 주사 바늘이 배에 안 꽂혔다.
'이상하네...'
한참을 피를 흘리고 나서 다시 살펴보니 주사침 끝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그렇다. 이 주사침은 내 배에 꽂히는 침이 아니라 주사 약통에 꽂아서 약을 주사기로 빨아들이는 용도였던 거다. 배에 주사를 놓을 때는 아주 얇은 주사침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그대로 그 두꺼운 침을 내 배에 꽂으려고 하니 배에는 꽂히지도 않고, 아프고, 피가 났던 것이다.
'젠장... 어쩐지 아프더라... ㅠㅠ'
다음 날.
여러 번의 실수 끝에 그날은 그 어떤 날보다 자신 있었다.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주사약과 침 뭉치를 가져와 방으로 들어온 뒤, 에어컨을 틀었다. 이제는 유튜브 따위 돌려보지 않아도 하는 방법을 잘 안다.
그런데...
또 내 머리는 뒤죽박죽이 된 건지, 주사를 놓기 전 주사침을 위로 세워 공기를 빼낸 뒤 주사해야 하는 걸 깜빡했다. 결국 공기가 들어간 내 배는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주사기에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순간 '큰일 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기겁을 한 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험관을 하면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피하주사의 경우, 소량의 공기가 들어가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약 3일 간 일련의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주사 놓는 방법은 완벽히 익히게 됐고, 주사침이 들어갈 때는 생각보다 아무 느낌이 없지만, 약이 들어갈 때 아프다는 것, 약마다 통증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실 겁을 먹어서 그렇지 셀프 주사가 생각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첫 시도다 보니 용량이든 약 종류든 아주 공격적인 방법으로는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무뚝뚝한 스타일이신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 7개의 난포가 크고 있다며, 내 나이에 비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주사 전쟁을 치르고, 나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난자 채취를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