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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Dec 02. 2020

반가운 손님

콜롬비아의 인연은 쿠바로 이어지고


쿠바에 도착한 지 이틀 후, 반가운 손님이 오는 날이다. 첫날은 어영부영 지나갔고 둘째 날은 집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마트도 다녀오고 나눔 천사도 만나고 바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콜롬비아 칼리에서 마지막을 함께 했던 N이 온단다.


2019년 3월, 쿠바에 오기 전 콜롬비아에서 살사 배우며 니나노 하던 시절이 있었다. 늦바람도 무섭고 춤바람도 무섭다고 듣기만 했지 내가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절. 하루 종일 살사 학원에서 춤추고 쉬다 밥 먹고 밤엔 살사 클럽 가는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쿠바로 가는 항공권을 결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살사 배우러 콜롬비아 칼리로 올 예정이라는 여행자를 만났었다. 바로 그녀가 N.


그렇게 나의 콜롬비아 칼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그녀와 함께 보냈다. 매일 살사를 배우며 학원을 다니던 나와는 다르게 처음 살사를 배우던 N은 살사 학원만 다녀오면 긴급 방전이 되어 밤에 살사 클럽까지는 같이 갈 수 없었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우리 집에서 한식으로 밥 해 먹는 것이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함께했던 N과 쿠바에서 만난다. 나와 입국 날짜가 겨우 이틀 차이. 칼리에 오기 전부터 쭉 같이 여행했던 친구와 같이 쿠바에 온다기에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기다렸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잉글라테라 호텔 1층 로비, 만날 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N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30분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40분...

쿠바에서 시간 약속은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터넷 카드로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외국인들끼리는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심카드를 구매해서 사용하면 되겠지만 심카드만 30 쿡이니(30달러) 한 달 이상 장기 여행을 할 사람이 아니고서야 가성비가 떨어지니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난 40분을 넘게 기다렸고 그 후로는 호텔 밖에 나와있었다. 마음속으로 10분만 더 기다리자 하고 있었는데 N이 호텔 앞을 지나간다.


“나영아!”


그렇게 우린 만났다. 알고 보니 N과 N의 친구는 잉글 라테라 호텔 옆에 있는 발레 공연을 하는 아바나 대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이런......

엉뚱한 곳에서 기다렸다는 말에 허탈했지만 콜롬비아에 이어 쿠바에서 다시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외국 그것도 서로 다른 2개국에서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생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자!”


그렇게 생맥주를 마시러 비에하 광장으로 향했다. 어제 나눔 천사와 마셨던 생맥주를 마시러 갔더니 생맥주가 아니네? 맛이 달랐다. 이 맥주 맛이 아닌데. 생맥주 맛있다고 말해놨는데 나 이거 참. 웃픈 것은 그 후로 여름이 지나서까지 거기서 생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 원료가 떨어졌었나 생맥주를 만들 수 없는 뭔 이유가 있었다고 들었다.


생맥주가 아닌 그냥 맥주


“언니 이거 맞죠?”


쿠바에서 처음으로 한 달을 렌트한 에어비앤비 까사에서 하루를 살아보니 가장 필요한 것이 딱딱이였다. 불쏘시개? 중남미 지역의 가스레인지를 보면 점화에 필요한 불꽃을 만드는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 많은데 내가 사는 집이 그랬다. 집주인이 준 성냥은 어찌나 잘 부러지던지. 손가락을 성냥의 불이 붙는 곳 근처를 잡고 불은 부치고 손가락을 뒤로 빼야 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어 쿠바 도착하자마자 내일모레 오는 N에게 부탁했었다. 너무 늦게 부탁해서 못 사 오려나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만나자마자 나에게 준 딱딱이. 고마운 마음에 맛있는 생맥주 한 잔 사려고 했는데 그 생맥주가 그 맛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가스 라이터, 나는 딱딱이라 부른다. 딱딱 소리가 나서.
까사로 가는 길에 모르고 지나간 쿠바 축제의 현장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우린 셋이 룸바와 아프로 쿠반 댄스를 볼 수 있는 까예혼데하멜도 같이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내 단골 햄버거집도 같이 갔다. 늦은 밤 레게톤 클럽에 가서 콜롬비아 칼리에서 놀았던 것처럼 놀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 같이 놀다 그녀들은 아바나로 다시 돌아오는 날 연락하기로 하고 쿠바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내 쿠바 아바나 햄버거 단골집에서 먹은 샌드위치
쿠바 아바나 레게톤 클럽에서 마신 모히또


나와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어린 친구들임에도 예의가 바르고 착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둘 다 팔뚝에 타투가 많아 처음 콜롬비아에서 만났을 때는 조금 놀랐었는데 세상 그렇게 순수하고 정겨웠던 사람이 있었나 싶었다.


그녀들의 쿠바 여행이 끝나고 다시 아바나에서 만났다. 아바나에 오기 전 바라데로에 다녀왔다며 귀인을 만나 공짜로 올 인클루시브 호텔에서 놀다 왔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은행에 잔고는 충분한데 현금 인출을 하지 못하던 어떤 한국 언니를 만났고 사정을 듣고 그 언니를 흔쾌히 도와드렸는데 그 언니가 예약해둔 호텔이 최고급 올 인클루시브 호텔이었던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그 언니가 이 친구들을 호텔로 초대했고 덕분에 호강하고 왔다며 최고의 여행이었다던 친구들.


“자기들이 선한 마음으로 도와드렸으니 좋은 일이 생긴 거야. 사실 현금 인출 도와주고도 돈 제때 못 받았다는 사람도 봤어.”


쿠바를 떠나기 전 날, 밥 한 번 더 차려주고 싶어서 만든 밥상


쿠바에서의 마지막 밤, 우린 또 클럽에서 신나게 놀다 떠나는 날인 다음 날 점심때 또 만났다. 전날 다들 과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 꼭 가보자고 했던 내 단골집 모히또 모히또라는 레스토랑에서 원래 마시려고 했던 모히또는 숙취 때문에 못 마시고 쥬스 한 잔 하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듣고 쿠바를 떠났다. 언젠가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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