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영 Jan 11. 2024

우도, 그곳

몇 년 전 아이들과 같이 갔던
우도바다가 생각난다

제주도는 여러 번, 여러 다른 사람들과
여러 방법으로 다녀오곤 했는데
면허도 없어 운전도 못했던 그때에
아이들 손에 자기 짐들을 넣은
트렁크를 붙여 끌게 하고,
버스를 타고 선착장 앞에 내려 배표를 사고,
그리 어렵사리 들어가
그 섬에서 꼭 왜 1박을 하려고 했었나.

아이들이래야, 그 섬이나 제주도나,
그 바다나, 제주바다나
무엇이 달랐을까 싶지만은

쪼르륵 나란히 붙은
펜션방에 큰 대자로 누워
고개만 까딱 돌리면 보였던 푸른 바다

눈앞에 무한반복으로 부서지는
흰 물결을 보다 보면
그냥 무념무상으로 돌아가는
희열이랄까.

이른 새벽,
멀리서 등을 켜고 돌아오는 밤 배들,
동터오는 저 멀리서 치밀하고 치열하게
솟구치는 해

순간 별 것이었던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쓸모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그런 다른 생각의 값어치를
우도 1박
몇만 원의 방값으로
치른 것이 아닐까.

눈앞에 선하다
마치, 지금 그곳에 있는 것 같이.

작가의 이전글 잊을 수 있다는 축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