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영 Jan 01. 2024

부자가 된 기분

가까운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를 샀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는데
정작 계산대 앞에서는 한참을 기다렸다.
마트에 가면 꼭 주스를 파는 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새로 나온 신제품을 붙여주기도 하고
게다가 말만 잘하면 한 병을 더 붙일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오렌지주스는 꼭 장만해두고 있는데
아마 어렸을 적 추억 때문인 것 같다.

엄마 심부름으로 이모네 집에 가면
식탁 위에 항상 있던 땅콩잼,
그리고 냉장고 안 유리병 오렌지주스.
땅콩잼뚜껑을 살짝 열어 병 속에 묻은 잼을
오른손 검지로 살살 훑어먹으면.
아. 그 쌉싸름하고 진득하고 꾸덕거리는 진한 땅콩잼.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미제땅콩잼.

냉장고를 여는 소리가 들리고 주스뚜껑을 따는 소리가 들리면 이모는 꼭 물을 반쯤 타서 먹으라고 말씀하셨는데
섞어서 먹어도 그대로 먹어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을 기약하며 유리병주스에게 혼잣말로 안녕을 고백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크면 꼭 냉장고에 오렌지주스를 넣어놔야지.

오렌지주스로만 두 개 붙어있는 것을 카트에 넣었다
아주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 냉장고 안에는
가끔 생각날 때 뚜껑 열어 검지손가락으로만 먹는 땅콩잼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사랑했던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