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써 본 지 오래되었다
편지를 시작하는 말머리에
뻔한 시시 때때의 인사말들 말고
무어라 써야
읽는 이의 마음과 생각이
내 편지에 애 닳아할까
생각하며 골랐던 것 같다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은 일을 쓰기도 하고
이전 편지에 답장이 늦었던 일들을 쓰기도 하고
편지의 본문 얘기부터 펼치고
아예 인사말을 빼버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편지말미에는
변함없는 마음을 약속하며 맺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안해진다
나만 썼던 것 같은 빨간 우체통
딸각하며
40원어치의 동전을 삼키는 대가로
그의 목소리를 들려주던 공중전화기
아,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허름한 1호선 전철역 역사에 앉아
잠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