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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예쁘다

이곳이 몽골이다

몽골 해외봉사 둘째날 지식에르뎀 스쿨 마당에서 물놀이를 했다. 조그마한 풀장에 물을 받아 놓고 물총을 이십여개, 물풍선을 이백여개 준비해서 그냥 물싸움을 했다.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뛰놀았다. 덕분에 나도 물세례를 받아 홀딱 젖었지만 처음에는 어린이나 학생들이 늘 그렇듯이 물놀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지식에르뎀 스쿨 마당에서 물놀이


그런데 어제 저녁 모든 일과를 마치고 나누기를 하러 간 유치원 원장수녀님이 반대편 언덕을 보라고 해서 바라보니 그곳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곳에 마을 우물이 있고 이곳 마을 사람들이 물을 길어서 먹는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물놀이는 정말 귀한 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특별한 행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마치고 쓰레기를 같이 줍고 심지어는 '고맙습니다'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떠났다.


가난하고 예쁘다. 


예전같으면 가난하지만 예쁘다 했겠지만 이제는 가난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조차 예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멀리서 봐서 그렇겠지만 평생 그 가난을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예쁘다는 것부터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 마음도 가난하기에 예쁠 때가 있는 것처럼.

둘째 날 하루 마무리 시간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몽골에서 종종 '아'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물놀이 체험이 그랬고, 오늘 방문한 인보공부방도 그랬다.


봉사활동 셋째날, 우리는 아침 일찍 지식에르뎀 스쿨을 떠나 한시간 반을 차를 타고 울란바토르 외곽에 인보성체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인보공부방에 갔다.


게르촌이 가득한 초원 한가운데 있는 공부방은 이곳이 몽골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따로 놀이시설도 없고 학교도 2부 혹은 3부제로 운영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수녀님들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와 배움터를 만들어주고 계셨다.


아이들은 맑고 밝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다가서면 웃고 눈을 마추지면 미소짓고 안아주면 소리내는 날개없는 천사들 같았다.

날개없는 천사들과 함께


우리는 준비해간 놀이 외에 주먹밥과 떡볶이, 라면으로 점심을 만들어 주었다. 맵다면서 입에 부채질을 하고 물을 계속 마시면서도 맛있다는 천사들을 보고 있으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멀리 나와 초원에서 마주한 어린이들에게 고마웠다. 우리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몽골을 보여준 것 같았고 그 풍경 속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음이 좋았다.


공부방과 초원에 메아리치는 웃음소리에 나도 어린이가 된 것 같았다.

인보공부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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