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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The Mission)

5월 9일, 피곤한 날

열세살 소년은 압도되고 말았다. 이과수 폭포의 웅장함,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의 감미로움, 하느님을 향한 사제의 열정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소년은 영화 미션과 함께 성장했다. 엔니오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뉴욕에서 미션에 출연한 예수회 댄 베리건 신부를 만났다. 사제가 되고 의료선교를 간 볼리비아에서 과라니족을 만났고, 콘셉시온에서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예수회 성당을 보았다.


사십년이 지나 소년은 마침내 이과수 폭포 앞에 섰다. 악마의 목구멍은 압도적인 힘으로 잡아 끌었고 거대한 폭포 소리는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자연은 있는 그 자체로 창조주를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새 흠뻑 젖은 것도 모른채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다가 나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하느님이 느껴졌다. 거대하지만 부드러운, 압도적이지만 세심한 사랑.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듣고 있으니 눈앞에 이과수 폭포를 기어 오르는 가브리엘 신부가 보였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미약하지만 지치지 않는 사제의 열정, 땅끝까지 구원의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다 이루었다 하신 그분의 말씀처럼, 이과수 폭포 앞에서 긴 여정의 한단락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 것을 알았다.


나의 미션을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이과수 폭포가 아닌 내 삶의 자리에서 모든 이들의 빛이 되도록 불리웠음을 느낀다. 이제 나의 미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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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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