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의 수업노하우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의 수업을 하며 느꼈던,
소소한 어려움이자 재미를 공유하고자 한다.
1학년 수업이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수업이자 어려운 수업이다. 왜냐하면 2, 3, 4학년은 이미 나의 수업 스타일에 익숙해져있기도 하고 한국어에 대한 센스도 늘어서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데, 1학년 학생들은 학과에 이제 막 적응하고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은 1학년 학생들의 '수준차'이다. 현재로서는 학과에 들어올 때 요구하는 일정한 한국어 자격은 없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의 학생 구성은 한글을 배워야 하는 학생부터 교육원에서 중급반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들의 수준을 모두 고려해서 수업을 나가야 하므로 선생님으로서는 꽤 어려운 숙제이다.
아주 다행인 것은, 고맙게도 한글은 배우기가 아주 쉬운 글자여서 학생들이 꽤 금방 배운다. 게다가 고학년 학생들이 본인들이 진행하는 보충수업반을 만들어서, 수업에서 뒤처지고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고학년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 학과가 "한국어 교육학과"이기에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개강하는 날은 누구나 수업을 듣기 싫다. 대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방학이 끝난 개강날, 학교를 가는 것도 매우 싫은데 수업하시는 교수님은 제일 싫었다. 예전에 이 곳 학교 시스템을 설명할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기말고사가 3번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학기 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말고사가 있어 꽤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개강날 교재 공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재 또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업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돌려보내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먼 곳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고, 첫날 수업도 16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업인데 3시간짜리 수업을 30분만 하고 끝내기는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이런 날 보통 하는 수업은 노래를 듣고 빈칸 채워 넣기, 웹툰 읽어보기와 같은 수업들이다. KPOP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많고, 만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많아서 (웹툰을 찾아서 보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수업을 진행하면 실제 수업보다 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노래는 요즘 KPOP이 아니라 70-80년대 노래를 찾아서 듣고(이때 빈칸 채우기 활동을 한다), 가사 뜻을 함께 보고,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최근에 리메이크되었거나 아이돌 가수가 부른 것이 있다면 그 버전도 찾아서 들어보고 어떤 점이 다른 지 등을 이야기해 보기도 한다. 웹툰의 경우, 생활툰을 찾아서 학생들이 읽어 볼 시간을 주고 그 후에 여러 질문들을 하며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본다. 그리고 함께 다시 읽으며 단어나 문법 등을 살펴본다. 웹툰(특히 생활툰)은 신조어도 많이 나오고 한국의 현재가 반영되어 있어 한국 현대 사회를 알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최근에 개강하며 재밌게 했던 활동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파라과이 편>을 학생들과 함께 보고, 보면서 든 생각들을 함께 얘기해 본 후, 각자 감상문을 써서 내는 활동이었다. 보고 나니 한국이 더 가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고, 이미 다녀왔던 학생들은 못해본 활동들에 대한 아쉬움이 새삼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이러나저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됨은 분명했다.
여러 해를 거치면서 같은 수업을 여러 번 맡게 되었는데, 당시 초보 교사였던 나는 같은 과목이어도 학생들에 따라서 달라지는 수업의 질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물론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몸소 느껴보니 어쩜 이렇게나 다른 지 아주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나도 여러 해를 거치면서 같은 수업이어도 업그레이드를 하기 때문에, 수업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과제를 내도 학생들 그룹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정말 놀라웠다. 시험 결과도 달랐다!
내가 해마다 맡았던 수업 중 '발음 교육론'이라는 수업은 첫해에 가장 어렵게 설명했던 것 같은데, 학생들 이해도는 첫해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그중 한 학생은 한국어 발음 교육론에 대해 졸업 논문도 썼다. 그러니 이 수업이 이 학생에게 꽤나 흥미 있었던 게 틀림없다. 이 과목에서 늘 내는 최종 과제는 "한국어 노래의 발음 분석" 과제이다. 한국어 노래를 하나 골라서 발음을 분석하고 이를 발표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골라오는 노래도 흥미롭고, 이걸 분석하지 못할 것 같으나 분석도 너무나 잘해와서 나도 놀란다. 특히 세 번째 해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열정도 많고 책임감도 높은 학생들이어서 숙제나 시험의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올해 학생들은 내가 수업을 제일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한 것 같은데도 수업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최종 과제는 아주 잘해서 냈다. 올해 제일 기억에 남는 학생의 과제는 애국가의 발음을 분석해 온 것이었다. 어떻게 애국가 발음을 분석할 생각을 했는지. ㅎㅎ
이 외에도 회화수업, 작문 수업, 문화수업 모두 그 해, 그 학년, 그 학생들의 개성과 그룹 분위기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진다. 예전에 학생일 적에 선생님들을 보며 "선생님은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할 텐데, 얼마나 지루할까"라는 아주 학생다운(?) 생각을 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ㅎㅎ
여러 해에 걸쳐 수업을 하며 느낀 점은 파라과이 학생들은 "그리고, 색칠하고, 만들고" 하는 과제를 좋아한다. 글쎄, 대학생이지만 그런 게 그렇게 재미난 지 손으로 꼬물꼬물 만들고 하는 과제들을 하면 학생들 반응이 좋다. 한글을 배울 때에도 직접 한글 카드, 단어 카드를 만들게 하면 너무 재미나게 정성 들여 만들어 온다. 게임이나 이런 것도 즐겁게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나 하는 것은 "그리고, 색칠하고, 만드는" 활동이다.
처음에 수업을 맡아 시작했을 때에는 "대학생이니까"를 생각하며 보고서 제출이나 발표와 같은 것을 과제로 냈지만, 인터넷을 그대로 베껴서 오거나 제출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의 "대학생이니까"는 아무 의미 없는 전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은 교사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만의 것도 아니며,
결국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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