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재능 없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

붉은 여왕 가설

by 프라이데이

나는 투자 재능이 없다. 돈을 불리는 재능이 없다는 뜻이다. 매크로 분석도, 기업 분석도 할 줄 모른다. 숫자를 다루는 감각도 평균 이하다.


그런데 세상은 달라졌다.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전 세계는 쉬지 않고 돈을 찍어낸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고, 그냥 저축만 해서는 가난해진다. 재능이 없어도 뭔가를 해야 한다. 본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했으니, 오늘은 나처럼 투자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버텨내는지 써보려 한다.


1. 역발상 투자 — 모두가 외면할 때 들어간다

추세추종을 하지 못하니 가능하면 모두가 기피하여 시장에서 소외된 타이밍을 노리는 편이다. 주로 부동산과 코인에 적용한다.


주식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목보다 지수로 접근한다. 지수가 크게 하락했을 때 매수하고, 어느 정도 회복하면 비중을 줄인다. 2025년에도 4월에 매수하고 12월에 매도했다.


코인은 이번 사이클 저점이 아직 아닌 것 같은데 조금 일찍 들어갔다. 부동산은 기본 세팅을 마쳤지만, 개인적으로 예상하는 최고점 시기인 2035년 전후를 겨냥해 아파트는 서울로 다시 옮겨놔야 한다. 만약 1-2년 뒤 내외부 경제 상황으로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말이 나오면 그때 진입할 계획이다.


평균 회귀를 믿는 방식이지만 가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기다림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그래도 몇 번 경험이 쌓이다 보니 공포 속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는 심리적 부담은 예전보다 덜하다.


2. 시간 지평 — 언제 팔지를 미리 정한다

자산마다 투자 기간을 미리 설정해둔다. 부동산은 5~10년, 코인은 3년, 주식은 목표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져간다.


주식은 여유가 생기면 평생 들고 가고 싶은 기업과 ETF가 있지만, 결국엔 다른 자산으로 리밸런싱해야 할 시점이 온다. 이번 사이클에선 올해부터 2028년까지 길게 보고 있고, 2028년 서울 아파트로 갈아탈 때 매도해 보탤 계획이다. 한국 주식은 성격상 안 맞아서 미국 주식만 한다.


시간 지평을 미리 정해두면 좋은 점이 있다. 분할 매수 판단이 쉬워지고, 일상에서 자산 가격을 덜 신경 쓰게 된다. 투자가 삶을 잠식하지 않는다.


3. 멘토 — 경험을 빌리는 것도 전략이다

나는 오랫동안 회사 다니면서 저축만 했다. 10년 전, 내 집이 갖고 싶어서 분양권 투자 후 좋은 기회를 잡아 서울 아파트를 하나 산 게 전부였다. 이른바 '투자 공부'는 2022년 여름에야 시작했다.


처음 2년은 혼자였다. 시간을 쏟은 만큼 성과가 나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투자는 공부량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그러다 멘토를 만났다. 나처럼 경험이 짧은 사람에게 멘토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손실을 줄이는 방어적 접근법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타이밍 감각을 그에게서 배웠다.


마무리 —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

요즘은 투자 공부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


직업이 사라지는 시대에 '나는 엔지니어다' 같은 특정 역할에 기댄 정체성은 위험하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고 적응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안티프래자일한 정체성이다.


투자 재능이 없어도 살아남는 방법은 있다. 역발상, 시간 지평, 그리고 좋은 멘토. 화려하진 않지만, 이 세 가지가 지금 내가 가진 전략의 전부다.


마지막으로, 공부하면서 주변에 추천했던 책 몇 권을 공유하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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