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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이데이 Jul 16. 2024

숨 가빴던 아파트 매도 매수 일지

이렇게 완벽한 타이밍과 아퀴

지난 7월 4일과 5일, 만 하루동안 부동산 2개를 매도하고 1개를 매수했다. 특히 5일 오전 동시에 갈아타기는 정말 숨 가빴던 순간이었다. 복기도 할 겸, 매도 매수 일지를 공유한다.


매도

매도근거: 20년 동안 훌륭한 월세 수익을 안겨주었고 이제 관리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는 게 맞다고 판단. 매도 후 일부는 다른 자산, 일부는 빌딩투자 자금으로 쓸 계획.


이렇게 확실한 계획이 없으면 매도하면 안 된다 (나의 아파트 매도원칙을 대부분 지켰다).


첫 한 달은 희망가격에 내놓을 생각이었으나 어차피 한동안 여기까지 온기가 안 올 거라 처음부터 1번 매물로 내놓았다. 실거주자가 들어올 거지만 자본환원율 계산하고, 협상 들어올 것까지 예상한 가격을 산정해 부동산에 통보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다른 부동산에 매수자인척 전화 걸어서 시장분위기, 매수 가능 가격을 재확인했다. 그곳에서 말해준 가격보단 내가 계산한 가격이 더 높았다. 이건 정답이 없다. 물건의 특성 차이도 있고 내가 시장에서 느끼는 감각도 가격 선정 시 참고한다.


지난 상승장에 팔았으면 좋았겠지만, 전월세 주고 있는 물건 파는 게 원래 쉽지 않다. 상승장엔 규제도 생기고 2+2 임대차법까지 나와서 더 힘들었다. 최고점은 20년 전 보다 4배 오른 가격이었지만, 이번엔 3배 오른 가격에 팔게 됐다. 부동산 매도는 타이밍과 욕심을 조절해야 하는 예술에 가까운 것 같다.


아래층 집주인분이 나한테 복층인데 왜 이렇게 싸게 내놓았냐고 전화까지 왔다. 난 팔릴만한 가격에 내놓은 거라고 답했다. 난 지금 시장을 대세상승장으로 보지 않았고, 설사 그렇다 해도 팔고 빨리 빌딩이든 뭐든 갈아타면 되니까. 계속 들고 있으면 애물단지 된다.


7월 4일 목요일, 부동산 소장님에게 전화 왔고, 내가 예상한 가격 즉, 매수자가 부른 가격과 내가 내놓은 가격의 중간 가격으로 결정됐다. 위 매도원칙에서 네이버부동산에 올린 것 빼고는 모두 지켰는데 내놓은 지 3주 반 만에 나갔다. 지금 이 물건보다 수천만원 싼 것도 안 나가는데 운이 좋았다. 종교가 없지만 매일 기도했고, 소장님에게도 항상 예의 바르게 대했다. 무엇보다 1번 매물이니 당연히 내 물건 먼저 챙겨줄 수밖에 없다.


매수자 부부는 그동안 갈아타기 타이밍이 안 맞아 이 집을 4년 동안 기다렸다고 한다. 평범한 집이 아닌 이런 복층은 거래하기 힘든데,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꼭 찾는 사람이 있다. 자식들과 공간 분리해서 살고 싶었고 이 집에서 평생 살 거라고 했다.


구축에 인테리어 했다고 비싸게 내놓으면 더 안 팔릴 수 있다. 이 물건처럼 아예 인테리어 안 한 거 조금이라도 싸게 사길 원하는 사람도 많다. 복층같이 특이한 집 사는 사람은 자기들 취향에 맞게 전체 인테리어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인테리어 하면 아마 최소 1억~1억 5천 이상 나올지도 모른다. 그것까지 일부 감안해서 매도가격을 선정했다.


나랑 나이대도 비슷하고 살았던 동네도 비슷해서 너무 즐거웠던 계약과정이었다. 집에 정 붙이면 안 되는데, 평생 아끼고 살 분들에게 갔다고 생각하니 눈물 나면서 행복했다.


20년 동안 정말 고마웠다. 이제 새 주인과 잘 지내고 나중에 꼭 새 아파트로 다시 태어나길!


갈아타기

매도&매수근거: 어쩌면 앞으로 10년 동안 목돈이 묶일 수 있는 재개발 물건을 매도하고, 미래 가치는 매우 뛰어난데 현재 바닥 가격인 재건축을 잡는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대출을 꺼내 빌딩 등 다른 투자 자금으로 사용한다.


6월 초, 내가 가지고 있던 재개발 물건을 팔고 재건축 아파트로 갈아타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예전에 겁도 없이 큰 프리미엄까지 줘가며 재개발을 샀고, 그 돈이 7~10년 묶일 거 생각하니 너무 답답했다.


지금 시장에서 재개발은 상급지만 상승 혹은 거래되고 있는데 혹시 내 물건까지 온기가 퍼질지 모르니 조금 장기적으로 보고 가장 비싸게 내놓았다. 대신 부동산 소장님께 적극적인 매수자가 있으면 협의할 수 있다고 알려줬고, 이 내용은 블로그나 다른 곳에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재개발은 초기 투자금이 중요해서 프리미엄과 초기투자금의 조합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일단 이전 실거래는 내가 올린 금액보다 수천만 원 낮은 프리미엄에 거래됐다. 워낙 매물도 없고 거래가 잘 안 돼서 초조했다.


같은 조합의 다른 매도자들은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렸다. 난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계획도 없이 매물을 내놓는단 말인가? 기축 아파트가 강남권에 이어 마용성 그리고 그 아래급지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는 건 맞지만, 난 최악의 상황 즉, 이전 거래 금액으로 매도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7월 5일 금요일 오전에 재개발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다른 동네 부동산에서 매수자를 데려왔고, 내 물건을 브리핑했다는 것이다. 내 물건은 1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내 물건을 소개해줬을까? 그건 내가 매수자가 오면 매수자 사정을 최대한 맞출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수하기 전부터, 매수 이후 조합 총회 갈 때마다 항상 들러 수많은 얘기를 했던 것, 소장님과 투자 정보도 많이 나눴던 것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측은하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사장님, OO원이면 바로 계약할 수 있다네요." 여기서 난 큰 실수를 저지른다. "아 그래요?... OO원 더 높게 가능할까요? 만약 안되면 그 가격으로 진행할게요." 이렇게 말하지 말고, 희망 가격을 주장했어야 했다. 그런데 불안했다. 이 매수자 놓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어차피 이거 팔아서 현금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온 재건축 아파트를 싸게 사려는 게 목적이니, 소탐대실하긴 싫었다.


전화를 끊고 재건축 부동산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올해 4월에 지금 이 순간을 예상했는지 해당 지역의 중개소를 방문했었다. 난 중개소 고를 때 네이버 부동산에서 최근 집주인 확인건수, 매물수 많은 곳들을 골라두고 직접 가서 관상(?)도 보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고른다.


이 부동산 소장님과는 4월 방문 이후 가끔 연락했고, 갈아타기 결정한 후에는 올 가을이나 겨울에 매수할 건데 그전에라도 좋은 매물 나오면 연락 달라고 했다. 나는 지난주에 확인한 물건 아직 있냐고 물어봤고 그 물건은 팔렸다고 한다. 이 아파트 찐 바닥 가격을 계산했는데 그런 물건이 나온다 해도 내가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지금 가격이면 충분히 싸게 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4월만 해도 지금보다 많이 비싼 상태였다.


소장님은 내가 원하는 가격의 물건 하나 남았다고 했다. 그 물건이 소장님 전속물건인지 물어봤다. 난 곧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내가 매수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한번 더 고민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싸게 사는 거니 겨울을 노린다느니 그런 모험하지 말자. 지금 내 목적은 빌딩 투자 자금 마련하는 거니 갈아타기 하면서 더 큰 이득 볼 생각하지 말 것. 이렇게 마음 정리를 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 내가 파는 거 계약금 받자마자 알려드리면 바로 매도인 계좌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재개발 부동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사장님, 희망 가격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몇 분 후 "아.. 매수자가 너무 징징대서 OO원으로 해야 할 것 같네요." 결국 매수자 호가와 내 희망 가격의 중간 가격으로 계약하기로 했다. 이 긴박한 순간에 난 심리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소장님이 어설픈 나를 위해 최대한 협상해 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재개발은 프리미엄을 많이 깎아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싸게 판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전 거래보단 비싸게 팔게 됐다. 내가 아예 처음부터 높게 내놓았기 때문에 앵커링 효과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동산 소장님이 날 이용했는지 날 위해 일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재개발 물건 매수자 부부는 잔금을 길게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재건축 부동산에 전화 걸어서 잔금 일정을 말해줬고, 거기는 세 낀 물건은 보통 2~3개월 안에 잔금 치르는데 그보단 긴 기간이니 집주인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난 집주인이 원하는 사항은 최대한 들어주겠다고 말했고, 가능하면 가격도 더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가격은 그대로 하고 중도금을 많이 주기로 합의했다.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은 대출 이자를 감당 못해서 파는 것이었다. 매수할 때는 매도자의 모든 사정을 다 파악해야 하는데, 급하게 거래하느라 뒤늦게 매도 이유를 알게 됐다. 이 아파트 추가 호재가 있을지도 모를 10월 전에 혹시 매도자가 마음 바뀔지 모르니, 첫 중도금을 계약 후 최대한 빠르게 주고 한 번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가계약금을 송금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 무슨 주식 사고팔듯이 숨 가빴던 1시간이었다. 모든 매도자는 매도 후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기다려서 재개발 프리미엄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을까? 아니, 그때 되면 재건축 아파트도 오를까? 아닐 수도 있겠지? 내 물건 사는 사람은 왜 사는 거지? 오래전 감정평가금액과 조합원 분양가, 공사비를 계산해 보면 예상 추가분담금을 대략 알 수 있는데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조합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까?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지금 나도 못 느끼는 역대급 대세상승장인가??


여기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명확하다. 난 주택투자를 위해 갈아탄 게 아니라 빌딩투자를 위해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내 물건 비싸게 팔고 다른 물건 싸게 사는 갈아타기는 일반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런데 난 그게 가능할 거란 미련까지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재개발 물건 희망 가격으로 받지 못한 내 협상 기술의 미흡함에 자책했는데, 빌딩으로 더 큰돈을 벌건데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난 돈 보다 심리 싸움에서 밀린 것 같아 자신에게 화났고 부끄러웠다.


이렇게 만 하루 동안 펼쳐진 2매도 1매수가 끝났다. 앞으로 상승장이 와도 좋고, 하락장이 와도 거의 타격 없는 포트폴리오로 재조정해서 마음이 편하다. 가장 바라는 건 하락 후 횡보장이고 이 경우 최상의 투자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아무튼 매수, 매도 전에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검토하고, 거래 후에는 복기하고 투자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종 세팅될 투자 시드머니는 역시나 아쉽다. 인생이란 게 언제나 딱 원하는 것까지 만들어주진 않는다. 더 열심히 벌고 노력하라는 뜻이겠지.

에필로그

매수, 매도 거래할 때 부동산 소장님에게 내 정보와 사정을 알려주면 안 된다.

말을 적게 하는 게 중요한데, 난 항상 너무 솔직하고 숨기질 못해서 문제다.


중개소 소장님을 너무 믿지 말자. 나는 지금도 재개발, 재건축 중개소 소장님들 너무 맘에 들지만 그저 큰 거래를 같이한 관계일 뿐이다. 그렇다고 Taker만 되진 말고 Giver도 되면서 기브 앤 테이크를 잘 조절하는 게 결국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재개발 매도 계약하는 날, 매수하는 부부는 평생 재개발 투자만 해 온 것 같았다. 내가 빌딩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나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주거용 부동산만 투자하는 세계에서 벗어난 지금, 세상이 달리 보인다.


재건축 매수 계약하는 날, 위에서 말한 호재가 발표됐고 예상대로 내가 바닥 금액을 잡은 마지막 사람이었다. 이제 급매는 다 나가고 호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내가 그날 바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수천만 원 이상 비싸게 매수했을 거라 생각하니 이 완벽한 타이밍에 나도 놀랐다.


더 놀라운 건 임차인도 계약 만료 전에 나가도 된다고 해주었고 모든 상황과 중도금, 잔금 조건이 딱 들어맞았다. 이 중에 하나라도 어긋났으면 다른 게 틀어질 수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고 짜릿하다.


이제 실전 빌딩투자 공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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