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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Apr 10. 2018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리뷰

1인 기업으로 살아남기

디지털 헬스케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최윤섭 (Yoon Sup Choi) 선생님의 책을 운좋게 받아 읽었다. 멀리서 보기만 했던 분의 책을 간만에 접속한 Facebook을 통해 받아보게 되었으니 이를 '운이 좋다' 표현하는게 과하진 않을 것 같다. 한때 본 도서 구입을 고민했었는데 책을 저자에게 받아보게 되다니. 결국 이 책을 한번은 읽어볼 운명이었는가보다.


운명의 시작의 시작을 통해 이 책의 소개를 시작하고 싶다. 아직 병원의 일개 실습학생에 불과하던 2015년,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소식을 받아보며 최신의 일들은 학계가 아닌 업계에서 진행된다는걸 처음 느끼고, 앱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꼈던 나는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열정을 갖고 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고민 끝에 2016년 2월, 구글 킵(Keep)에 글을 써둔다. 그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결국 최종적인, 완전한 형태의 개인은 기업과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자기 자신을 경영하라는 슬로건이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개인화, 내면화 때문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나, 저 말의 본질은 경영이 추구하는 효율과 효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며, 잘 쉬는것, 내가 좋아하는 생활을 즐기는 것도 자기 경영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는 것이기에 부정적 견해가 내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는 내가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있을 때, 이를 이미 실행에 옮겨 지금껏 그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저자가 무엇을 행동으로 옮겨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가? 먼저 책 표지를 넘겨 약력을 보고 얘기하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편으로 내게 이 책은 최근 진짜 자취를 시작하며 맛과 요리 그리고 음식에 관해 살펴보기 위해 구입한 해럴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를 보는 느낌을 준다. 단권으로는 내과학의 해리슨보다 두껍고, B5에 다단으로 1260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을 한 사람이 썼을리 없단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지 않나. 저자의 생활 방식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 저자는 어쩌다 스스로 기업이 되었나? 그 전의 일과 지금의 일이 어떻게 다르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나? 이런 의문에 화답하듯, 이 책은 '내가 조직을 나온 이유'로 첫 장을 연다. 나의 일이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의미를 주지 못한단 사실을 깨닫게 된 개인에게 찾아온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본질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가, 조직의 성원이 아닌 주체적인 나로 살 수는 없는가의 문제로 물음을 확장한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4강-인(人) 에서는 직업의 의미를 해석하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이 되어버린 것을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직은 자기가 맡은 역할이고, 업은 사명 혹은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고로 직업의 의미는 자신이 찾은 그 역할을 통해 자기를 완성해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은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곧, 직과 업은 일체가 된다. 나와 직이 일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직에 익숙해지면서 업에 대한 각성이 떨어지면 본인이 맡은 역할은 그저 생계를 유지하거나 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런 사람들은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에 불과하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확실하게 퍼진 세상에서 매순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밖에 없다.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모두는 혼란에 빠진다. 언급했던 같은 책에 따르면 '누구나 기존에 있는 것들로부터 훈습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실존적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충분한 고민과 많은 시도 끝에, 직장 외부의 자신이 직장 내의 자신보다 커지는 순간 회사로부터의 엑싯을 감행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맥락과 더불어 직과 업이 일체된 상황에서 모든 일을 홀로 감당하는 방법론과 조언을 세밀한 부분까지 일러주고, 홀로서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선험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얘기한다.


한 편 저자는 1인 기업이 완전히 홀로 일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홀로 또 함께, 함께 또 홀로'를 '적정' 수준에서 '균형' 있게 '지속가능'하도록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투자 일을 병행하기 때문. 모든 행동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 내에서 톱니바퀴마냥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일이 쉽지 않으나 그걸 또 해낸다. 책에 기술되었듯 어쩌면 이런 생활은 솔로일 때만 지속가능할는지도 모른다. 물론, 삶이 원래 여러 개의 공을 끝없이 저글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부부생활과 자녀양육을 업의 범주에 넣어 그것마저 경영하는 느낌으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할거란 법도 없기는 하다. 이런 생각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을 좋은 사유가 된다 하겠다(...).


혹자는 이 책에 큰 공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홀로 어떤 일을 진행할 수 없는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꽤나 많기 때문. 본인의 공부가 어떤 형태로든 소득으로 돌아오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경우, 즉 연구를 업으로 삼거나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노출되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비교적 1인 기업으로 활동하기 좋겠으나 사실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지 않은가. 여기에 1인 기업 이전 저자의 경력을 보면 누구라도 압도당할 밖에 없으니, 나와는 다른 얘기라 생각하기 쉽다. 말이 아닌 행동, 그리고 개인의 삶을 기반으로 쓴 책이라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은데도 잘난 사람의 잘난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이유다.


고등학교 화학과정에서 배우는 '동적평형상태'를 들어 위와 같은 비평을 부드럽게 넘겨보고자 한다. 동적평형이란, 가령 컵에 담긴 물을 떠올려볼 때, 물과 수증기 각 분자 알갱이들이 이리뛰고 저리뛰는 것의 가시적 결과물이 컵에 담긴 물이고 그게 평형이란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물분자들이 치열하게 움직이다 물이 수증기로 바뀌고 수증기가 물로 바뀌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개념이다.


이렇듯 일과 삶의 균형 또한 결코 정적인 것에 기인하지 않는다. 치열하고 분주하게 애쓰고 노력해야 비로소 균형에 근접할 수 있다. 이에 도달하는데 어떤 방법론이 옳고 그른지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리 평가되므로 단정지어 얘기하긴 어렵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다면 그것으로 각자의 평형상태에 있는것 아닐까. 혹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에너지를 더 들이붓든 힘을 빼든 해서 다른 평형을 찾아가면 된다.


고로 어떤 방식으로 살든 각자의 삶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어떤 이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소개하기만 한다. 강요가 아닌 서사는 독자 각자가 마주한 길의 교차점에서 내린 순간의 선택이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다시 되새기게 하고, 역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에 부합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그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그 뒷받침을 위해선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 훈련 속에 무엇을 포기하고 감내해야하는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 여러 삶의 방식들 중 한 갈래 길을 선택해 떠난, 머나먼 타국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여느 사람의 여정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자. 저자 생각의 자취를 따라가다 그 모든 것을 본인이 품은 채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 모두에게 그렇길 바라며, 다소 두서 없는 긴 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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