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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May 12. 2019

2017-88: 땐뽀걸스 후기

성취의 짜릿함에 관하여

경주 가는길에 보고 상경길에 쓰는 영화 <땐뽀걸스> 후기. 시놉시스보곤 디테일하게 작화한건줄 알았는데 다큐였던 영화다. 영화는 볼만하다. 아이들과 교사의 어우러짐을 편히 옆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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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 <땐뽀걸스>를 봤다. 시놉시스를 보곤 디테일하게 작화한 것인 줄 알았으나 다큐여서 놀랐던 영화. 아이들과 교사가 융화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곤 '멘토링', '캠프', '어려움', '직면', '관계' 등의 단어가 떠올랐다. 단어를 이어보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고서야 가능하다, 는 의미있는 문장이 됐다. 적게는 한 살, 많게는 세 살 차이나는 친구들이- 보기에도 많이 어렸고 뭔갈 감당할 능력이 안됐던, 그래서 샘 왜케 귀엽냐, 착하시냔 소릴 들었던 그 때의 경험에서 느낀 점이다. 헌데 그 친구들이 지금까지 나를 샘이라고 불러주니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이 배운건 그 친구들이 아니라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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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움은 내 인간적인 한계로 모두에게 깊은 관심을 같은 정도로 두지 못하고, 그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해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비슷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면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작년 이런저런 일을 맡아 하면서 그건 타인과의 어색함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들어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좋게 말하자면 내가 내 보호막을 쳐놓고 그 안에서 나를 해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만 이어간단 것. 깨달음은 항상 다른 세계와의 만남에서 본인이 깨어져 틈이 생길 때 찾아오는 것 같은데 이렇다보니 항상 또래 친구들보다 뒤늦게 현타가 오는 것 아닐까, 그래서 어떤 일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냉철한 이성보다는 감정을-나를 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를-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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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주제로 돌아갈 겸, 내 얘길 비춰보건대 교육자는 피교육자를 교육해야할 대상으로 여겨 나와 그들을 구분짓지 말고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가르침에 임해야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렇듯 아이는 아이가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저마다 버티고 있는 구석이 있는 인격체다. 그런 그들이 교육을 통해 작은 성취를 맛보게 돕는 것, 그 성취의 열매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소중하고 달콤하다는 걸 알게하는 것, 이를 매개체로 각자의 이야기를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런 이들이 주변에 함께 살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 그렇게 지역 공동체 사회가 구성되었단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는 것. 그게 교육의 목적인 것 같고 이 과정을 통해 교육자도 그들이 성취했으면 하는 바람을 현실로 이룸으로서 또 한 번의 성취를 맛보게되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성취하며 짜릿함을 맛보고나서 이의 연쇄작용이 일어나면, 그들은 계속 그걸 좇아 쭉 그 길 앞으로 성장하며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짧게 말해, 작은 성공일지언정 가능한 어린 나이에 이를 경험케 하면 이를 맛본 개인은 필드를 막론하고 그 성공을 따라 살게될 확률이 높지 않은가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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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에 관한 얘길 하니 한 달 전 즈음의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던게 떠오른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언제에요?"란 물음이었다. 꼭 무슨 입시나 면접을 치르는 것 같은 엉뚱한 말이지만 한 사람이 무엇에 열광하고 어디에서 성취를 이루길 원하는지, 달리 말하면 어떤 욕망을 가지는지 파악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질문이 없단 생각을 순간했다. 이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실제 본인에게 의미있었던 성취와 더불어 남들에게 보여지기 좋은 성취를 구분지어 본인의 내재된 욕망과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욕망을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 비슷한 얘길 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얘기가 터져나오기 쉬운 질문이라 꼭 맘에 들기도 했고. 여튼 가르침과 성취에 관한 얘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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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나도 뭔갈 찍어보고 싶단 생각을 하고 나니 각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지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심지어 다큐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야하므로 재현성이 아예 없을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같은 장면을 다른 시선에서 찍었는지 궁금했다. 두 인물이 대화나눌 때 발화하는 대상에 맞춰 초점 바꾸는것도 어느 순간 누가 뭐라 말할지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포착했는지 싶고. 드론도 썼나 싶고. 뭐 그랬다. 어떻게 이래 잘찍었나 싶었는데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거 보니 제작이 KBS. 뭐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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