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인터뷰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러 다니는 친구,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어 하는 나랑 비슷한 친구'라며 다섯 번째 인터뷰이를 지목해주었다. 심지어 이 친구와 어떤 것을 함께하면 알아서 척척! 준비해오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는데.. 간단히만 들어도 진짜 주위에 꼭- 한 명씩 있는 친구 유형이었다.
Q. 안녕하세요 지민 님. 벌써 다섯 번째 인터뷰예요!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ㅎㅎ). 본업은 초등학교 교사인데, 부 캐릭터(?)로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취미 부자 서지민이라고 해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회가 주어지면 무조건 해보는 편이에요. '인터뷰'라는 건 일생에서 흔히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열정'이라는 주제로, 나를 떠올리고 지목해주었다는 것이 좋았고,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수연님(네 번째 인터뷰이)이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친구라며 지민 님을 소개해주셨어요. 직업이 교사인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고 계신가요?
저는 죽기 전에 모든 걸 다 배워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은 왜 직업을 하나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고, 5년마다 직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ㅎㅎ).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남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타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정작 자기 발전을 끊임없이 할 수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요즘 tv 프로그램 중 '놀면 뭐하니' 같은 것들을 보면, 본업이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부캐릭터를 가지면서 경험을 쌓잖아요. 직업적으로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없겠지만, 그 외 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이것저것 배우려 하고 있어요.
Q. MBTI유형 중 ESFJ로, '사교적인 외교관' 유형이에요.
네 맞아요(ㅎㅎ). 각 항목당 퍼센트가 나오는데, 심지어 E는 90퍼센트가 나왔어요. 완전히 E(외향적)에 치우친 성향인 거죠. 저는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집에서 3일만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더라고요(ㅎㅎ). 확실히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활동을 해야 에너지가 생기는 편이에요. 또 특히 계획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J도 확실해요. 제 달력을 보면 한 달의 계획이 미리 다 짜여 있어요. 휴대폰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계속해서 계획을 세우고 기록하기 때문이에요. 즉흥적이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정말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는 편이에요. MBTI에 대한 의심이 있어서, 이때까지 4번 정도 해봤는데 전부 ESFJ가 나오더라고요.. 이 정도면 정확한 거 아닐까요?(ㅎㅎ).
최근에 가장 활동적이고,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있나요?
요즘에는 수연 언니(네 번째 인터뷰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춤 영상에 열정을 쏟고 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하루에 한곡을 끝내고 가볍게 영상을 찍는 정도였는데, 언니가 제안을 해주어서 본격적으로 메이크업도 하고 동선도 맞춰가면서 제대로 영상을 찍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정말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해서, 퇴근 후 세 시간씩 춤을 일주일에 세 번씩 추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도 최종 영상을 보고 나면, '내가 이만큼이나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뿌듯해요. 그래서 계속 열정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퇴근 후 세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이라니.. 그 말만으로도 모든 걸 설명해주네요.
또 있어요! 이전부터 내 노래를 직접 작곡해서 부르고 싶은 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잘 못해서 최근에 보컬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에 꽂혀버려서.. 그 노래로 보컬 커버 영상도 만들고 있어요.
Q. 끊임없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하셨는데, 이제까지 어떤 경험들을 해보셨나요?
우선 앞서 말했던 춤과 노래 이외에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타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기타를 배우던 중 동호회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드럼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드럼 배우는 곳을 알아보죠(ㅎㅎ). 그리고 좋은 기회로 드럼 역할로 공연을 하게 된 적도 있고요. 라라 랜드 영화를 보고 탭댄스에 꽂혀버려서, 탭댄스 학원도 다녔었어요. 춤 중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춤을 배워보고 싶어서, 살사댄스나 스윙댄스를 배우기도 했었고요. 운동 중에서는 클라이밍, 스키, 서핑도 배워봤어요. 지금 하고 있는 동호회중에 요리 동호회도 있어요. 요리를 배우면서도, 다음에는 고기 요리.. 집들이해야 하니까 집들이 요리..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요(ㅎㅎ).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의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으신가 봐요.
망설임이 많이 없긴 해요. 그런데 최근에 서핑을 배우는데 좀 망설여지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 물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서 수영을 잘 못하거든요. '과연 내가 서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섭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어요. 나중에 늙었을 때, 서핑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까 봐요. 그때 돼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니까, 후회할 바에는 일단 도전하는 게 좋다는 마인드예요.
Q. 살아오면서 무언가 후회했던 적이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공부' 위주의 생활을 해왔어서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도 공부와 학원이 일상에서의 가장 큰 부분이거든요. 어린 시절,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이 커요.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죽기 전에 파노라마처럼 일생이 그려진다.'는 내용을 접했어요. 이 구절을 읽고, 죽기 전 그려질 파노라마에서 내가 살아생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후회하게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후회 속에서도 얻는 것이 많거든요. 하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지만요.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죽기 두려우실 것 같아요.
맞아요(ㅎㅎ). 죽는 것 안 두려우세요? 죽음이 제일 두려운 이유는, 이제껏 경험했던 것을 하나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그게 너무 슬퍼요. 나중에 만약 환생을 하게 된다면 이번 생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꼭 간직하고 환생하고 싶어요(ㅎㅎ).
24시간이 모자라시죠?!
올해 처음으로 24시간이 참 짧다고 생각했어요. 24시간 동안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겠어요. 평균수명이 100년 정도 된다고 하는데 100년도 너무 짧아요. 기술이 빨리 더 발전해서 조금 더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ㅎㅎ). 벌써 27년을 살았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걸 못 배운 게 아쉬워요. 사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간단하게 먹거나 안 먹을 때도 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거의 밤 12시쯤 들어오고..
본인에게 투자하는 시간외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가족, 친구와 추억을 쌓아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욕심이 생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이러다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님이나 주위 친구들은 저를 항상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어서 정말 고맙죠. 스스로에 대한 열정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의 적절한 균형을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할 것 같아요(ㅎㅎ).
Q. 열정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열정적인 사람은 한 분야를 끝까지 파고들고 노력해서 엄청난 성과를 얻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스스로를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열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배우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해서 경험하는 순간에 열정적인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즐거운 순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또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한 나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면 충분히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열정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 누구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열정'이라고 하면, 왠지 직업적으로 열정적인 것을 바라는 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스스로를 그냥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단순히 이것저것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저는 '여러 분야에서 열정적인 사람'일 수 있겠더라고요. 반드시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사람만이 열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본인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하나의 분야를 파고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가 생겨날 수도 있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바로 그 사람에겐 열정적인 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모두들 한 번쯤 번아웃의 순간을 겪어요. 번아웃을 경험하는 이유는 뭘까요?
음. 사회가 너무 빡빡(?) 한 것 같아요. 스스로 밥벌이도 해야 하고.. 밥벌이만 하기에도 쉽지 않잖아요.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다들 힘들다 보니까 번아웃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개인적으로는, 내가 열심히 해왔던 순간들에 대해서 누군가가 깎아내릴 때 굉장히 지치더라고요. 모두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데 말이에요. 사실 내 꿈을 지지해주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기운 낼 수 있는데, 내 노력을 무시하는 말을 들으면 무너지더라고요.
번아웃되지 않게 노력하거나, 번아웃의 순간을 극복하는 지민 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오히려 뭐든지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이전에는 '잘 해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이걸 못한다고 해서 나를 삿대질할 사람이 딱히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잘 못해도 돼. 살아가는데 지장 없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뭐든지 잘하면 정말 좋겠지만 막상 잘 못하더라도 경험하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고, 실패를 통해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ㅎㅎ).
Q.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친구의 친구'는 신비스러운 존재?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존재? 에요. 또 친구의 친구는 제 친구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으니, 내가 알지 못했던 친구의 색다른 모습을 전해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열정을 주제로,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살아오면서 친구의 친구와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대학생 시절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전에 졸업공연을 했어요. 제 파트는 보컬이었는데, 보컬 이외에 다른 악기들도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공연곡이 버스커버스커의 '막걸리나'였는데, 기타가 마침 공석이어서 기타 연주에 도전하게 되었죠. 그때 친구의 친구 중에 기타를 정말 잘 치는 친구가 있어서 배웠던 경험이 있어요(ㅎㅎ). 완전히 남이 아니라 친구의 친구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 않을까요.
Q. 지민 님의 삶에서 '열정'을 정의 내린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내 삶의 에너지예요. 뭘 하던지 열정적으로 해야 에너지가 솟아나고, 그 에너지로 스스로 더욱 발전할 수 있어요. 또 발전하는 나를 느끼며 성취감을 느끼고.. 그런 에너지가 바로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면 뭔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열심히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글쓰기와 독서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극복하고자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깨달았어요. '나는 정말 독서와는 거리가 멀구나.'라고요(ㅎㅎ).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시도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었어요. 계속 열심히 하지는 않더라도 하나하나 열심히 하려는 도전을 하다 보면 결국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Q. 또래의 친구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각자 자신에게 많은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아니면 도전할 수 없는 것들을 다 해봤으면 해요.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울 수 있으니, 일단 시작하고 보는 거 어떨까요? 시작하고 '아 이거 괜히 했다.'라고 후회를 할지라도 일단은 시작하고 나서 생각하는 걸로 해요! 너무 많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신가요?
네, 저는 정말 행복해요.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나의 도전에 대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이것저것 많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지금 체력이 된다는 거니까요(ㅎㅎ). 이제는 실패를 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행복해요!
나 자신에게 시간을 쏟고, 그 시간 속에서 발전하는 나를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그 에너지로 또 다른 나를 위한 투자를 하게 되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열정이라면? 각자의 24시간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듯, 열정의 모습도 다 제각각임이 틀림없다.
혹시라도 아직 당신만의 열정과 만나지 못했다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은 잠시 잊고 일단 시작해보자! 후회할지라도, 그 전과 후는 반드시 다를테니까.
서지민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12.29
vol.2 서지민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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