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님의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상희님, vol.3 의 첫 인터뷰이가 된 소감이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박상희입니다! 제가 선정이 될 줄은 몰랐어요!!(ㅎㅎ). 일반적인 잡지에 실리는 인터뷰는 대게 유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친구의 친구 잡지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다는 게 흥미로워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카페 공간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첫 번째 인터뷰이로 상희님이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공간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그 확신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 아닐까요? 항상 무언가에 도전할 때 '지금 하는 행동이 시작이 되어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거다.'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확신으로 카페라는 공간을 도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정말 이 공간을 사랑하고 있어요.
Q. 상희님의 공간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가평 대성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손길이 다 닿은 공간이죠. 사실, 자본이 없으면 손수 하게 되잖아요(ㅎㅎ). 저도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페인트칠부터, 바닥, 소품, 가구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직접 발품을 팔았어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카페에 오면 '어, 이거 박상희 취향이네. 네가 만들었지?'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공간에 이 정도로 애착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ㅎㅎ).
이 위치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보통 카페를 창업하려고 하면 상권을 파악하고 그 상권의 요구에 맞추어 위치를 정하게 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아빠 아시는 분이 운영하던 라이브카페를 정리하게 되면서 계약기간은 남아있던 터라 공간이 비게 되었어요.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에이바이드 카페로 운영하게 되었어요. 서른 살 전에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요. '서른 살 전에는 망해도 어떻게든 복구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있었어요(ㅎㅎ). 그래서 이 기회를 바로 잡았죠.
아, 그래서 개인 카페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좀 다르게 공간이 엄청 컸군요! 라이브 카페를 개조한 카페라니 정말 낭만적이에요(ㅎㅎ). 그래도, 시작하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있을까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공간 구조에 마음이 이끌렸어요. 사각형 건물에 네모난 창문. 요즘 건물을 떠올리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잖아요. 둥글둥글한 구조에 벽면도 곡선이고 천장도 높아서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공간을 꾸미려고 하니 일반적이지 않은 구조가 작업하는데는 너무 힘들었어요(ㅎㅎ). 바닥 타일도 직접 자르고 붙였는데 바닥 평면이 둥글다 보니까 타일을 자르는 것도 일이었어요. 자세히 보면 삐뚤빼뚤 직접 자른 티가 나잖아요(ㅎㅎ).
카페 이름 '에이바이드'는 어떤 뜻이에요?
에이바이드는 어바이드(abide)에서 생각해낸 이름이에요. 어바이드(abide)가 '머무르다, 깃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처음에 어바이드(abide)로 하려고 했는데, 입에 달라붙는 말을 찾다보니 에이바이드로 정하게 되었어요. 카페의 슬로건은 'May your happiness abide today.'로 '오늘 당신의 하루에 행복이 머물렀으면 좋겠어요'라는 뜻이에요. 뜻 그대로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에이바이드로 짓게 되었어요.
Q.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가꾸셨나요?
저는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개인 카페를 선호해요. 그 이유는 개인 카페는 주인의 취향과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거든요. 공간에서부터 메뉴까지 주인의 손길이 닿아있죠. 공간 곳곳에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찾는 재미도 있고요. 그런데 개인 카페는 규모가 작아서 오래 있기에 눈치가 보인다고 해야 하나..?(ㅎㅎ) 그런 게 단점이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와서 오래 머물러도 눈치가 보이지 않고 편안한, 주인의 취향이 드러난 '큰' 개인 카페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상희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현실적으로 무한 청소의 굴레.. 인 것 같고요(ㅎㅎ)!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해요. 혼자 있다 보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인지 궁금해요!
지하 1층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요. 아직은 창고로 쓰고 있는데, 저 공간을 정돈해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독립출판하시는 작가분들이 부담 없이 출간 전시를 할 수 있게 제공한다던지, 간이 졸업전시를 개최한다던지..? 저에게는 남겨진 공간이지만, 공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볼거리도 제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잖아요(ㅎㅎ).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정리가 되면 사진전이나 작품전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Q. 이 공간에서 가장 '박상희 다운 곳'은 어디인가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추억을 소중히 여겨요. 그래서인지 카페를 창업하게 된다면 '방명록'을 쓰는 공간을 꼭 마련하고 싶었죠. 그래서 만들어진 게 벽면에 방명록 메모지를 붙일 수 있는 곳이에요. 저도 놀러 가면 글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냅킨에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쓰거나, 명함을 받아와서 다이어리에 붙이고 기록하거나 하죠. 사실 저렇게 까지 방명록이 많이 붙을 줄은 몰랐어요(ㅎㅎ). 방명록들 때문에 분위기가 따뜻해진 것 같아요.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뭐예요?
의자들이에요(ㅎㅎ). 라이브 카페로 쓰이던 시절부터 사용되던 의자인데, 버리기엔 아깝고 제 마음에는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나무와 시트를 다 분리해서 신설동 가서 천갈이를 다 맡겼죠. 시트 천 색상도 정말 천차만별이고 두꺼운 것 얇은 것 등 종류가 다양해서 제 취향에 맞추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하나씩 다 제 손을 거친 의자들이라 애착이 많이 가요.
Q. 상희님 만의 공간을 가꾸기 전과 후,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저를 표현해주는 수식어가 하나 생겼어요. 내 것이 생긴 거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 '박상희'의 정체성이 뚜렷해진 느낌이 들어요(ㅎㅎ).
내가 가꾼 공간은 곧 나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참 따뜻해요. 혹시, 다른 사람이 가꾼 공간을 방문할 때 관심 있게 보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공간에 가면 그 사람의 취향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아기자기함, 깔끔함, 키치함, 아무것도 없는 무소유 등등. 그런 점에서 공간을 들르는 것만 해도 그 공간을 꾸민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요.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그 속은 다 다른 것처럼요.
상희님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공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음, 손때 묻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으리으리하고 막 대리석 바닥이 깔려있고 이런 공간보다는 친숙한 공간을 더 선호한다고나 할까..? 저는 옷을 살 때도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옷을 그냥 사거든요. 보통 새 상품으로 포장된 걸로 바꾸어 달라고 하는데, 저는 각 잡혀 있는 새 옷보다는 조금 흐트러져있더라도 입던 옷이 나아요. 저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ㅎㅎ). 그냥 제 취향이죠 뭐.
Q. 상희님에게 '친구의 친구'는 어떤 느낌인가요?
약간 어색한 사이? 완전 남인 사람이 오히려 더 편할 때가 있잖아요. 제가 이때까지 살아온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전히 그 자체로 바라봐주니까요. 그런데 '친구의 친구'는 어찌 되었든 건너서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는 것만으로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 약간의 어색함이 있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친구의 친구' 콘텐츠를 통해서, '공간'을 키워드로 한 일곱 명의 친구들을 만나볼 텐데요. 이 기회를 통해서 어떤 친구를 만나고 싶나요?
저처럼 공간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나보고 싶어요. 저도 카페 운영이 처음이라 허덕이고 있거든요(ㅎㅎ). 우연한 기회로 공간을 운영하게 된 친구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스스로 차근차근 계획해서 성장하고 있는 친구도 있을 텐데 그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고요. 또, 어딘가에 속해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공간과 공간끼리의 협업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Q. 공간이 가지는 '힘'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한 개인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지품 검사하듯 어떤 사람의 물건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대충 나오잖아요. 공간도 마찬가지 더라고요. 내가 꾸민 공간은 내 생각이 담기기 때문에 나 자신이 담길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이는 거죠. 괜히 나랑 다른 결인 공간에 들어가면 불편해지는 느낌도 공간이 가진 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간'과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는 자신만의 공간을 꼭 가꾸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알아갔거든요. 나만의 공간을 가꾼다는 것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기록인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알게 된 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모습을 관리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게 나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취향, 정체성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공간을 가꾸는 것도 그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제가 고등학생 때 학부모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그러셨데요. '상희는 외국에 나가서 살았으면 진짜 잘 살았을 것 같아요.'라고요(ㅎㅎ). 그러면서 한국의 교육 체계랑은 거리감이 있다고 하셨어요. 우리나라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체계에 맞추어서 자라길 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같은 교육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자유가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하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작은 행동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든 크든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그 공간이 온라인이 될 수도 있고 본인의 방, 또는 저처럼 가게가 될수도 있죠. 그 공간을 잘 들여다보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둘씩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 상희님의 '내일'은 어떨까요?
제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계획이에요. 우선 지하공간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는 기획을 해보려고요. 저는 비록 카페에 박혀있는?(ㅎㅎ) 사람이지만, 그렇게 제 생각을 조금씩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제가 가진 공간과 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질 이야기들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상희의 공간은 새 옷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스친 옷을 더 선호하는 그녀의 취향과 닮아있다. 쓰임을 다한것만 같던 의자를 개조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박상희 의자를 탄생시키고, 둥근 구조에 맞게 직접 잘라 붙인 바닥타일은 삐뚤빼뚤한 모양의 손 때가 묻어있다. 사람에 대한 정이 많아 추억과 지내온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의 성향은 이 공간에 새 것이 드문 이유다.
상희의 공간은 그녀를 표현하는 수식어이자 곧 정체성이 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구석구석을 떠올리며 말하는 목소리에는 확신에 찬 떨림이 느껴진다. 내 공간을 가꾸는 일은 결국 행복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는 순간. 오랫동안 에이바이드에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
박상희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1.12.12
vol.3 박상희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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