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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3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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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Jan 27. 2022

내 감성을 말하는 공간, 나의 집약체

박준서 님의 인터뷰

Q. 준서님 안녕하세요! 간략히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는 대학생 박준서입니다. 이번 호의 주제가 '내가 사랑하는 공간, 공간의 힘'으로 알고 있어요. 제 이야기가 주제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했어요. 원래 주목받는 것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기에 부담감은 없었어요(ㅎㅎ).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해주셨는데, 공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을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였어요. 자연스럽게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 집에 오래 있을 거라면, 이 공간에 관심을 갖고 홈 인테리어를 해보자!' 전역을 한지 얼마 안 된 시기라 공간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또한 특정 공간에는 그곳만의 가지고 있는 공간의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공간을 찾아다니고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공간이냐에 따라 사람 간의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생성되기도 하고 주제가 바뀌기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vol.3의 두 번째 인터뷰이 '박준서'님


Q. 준서님이 소개할 나만의 공간은 준서님의 '방'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네, 맞아요. 제 방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놨어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벽면에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CD들을 나열해두었고, 그 옆은 또 다른 취미인 사진과 관련된 카메라가 놓여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계속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답니다. 또, 저 쪽을 보면 LP판이 있는데 제가 레트로 한 감성을 좋아해서 방에 두었어요(ㅎㅎ). 그리고 스피커가 꽤 많아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향기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때에 따라 사용하는 스피커들이 다 다르죠. 조명, 전구도 많이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공간을 빛내는 요소 중 큰 한 가지는 조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명에 따라서 공간의 이미지와 톤이 결정되는 것 같아서 제 취향의 조명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어요.


박준서 님의 방


가장 준서님만의 취향이 담긴 하나의 스폿을 꼽으라면 어디일까요?

음, LP판이 놓인 테이블인 것 같아요. 저 테이블에 제가 좋아하는 게 다 담겨있어요. 조명, 스피커, LP판. 미드 센츄리 계열 가구들을 좋아해서 그 느낌으로 꾸며놓았어요.


미드 센츄리 풍의 테이블, LP판, 조명


방에 놓을 아이템들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어요?

 일단 제 색깔에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색깔이라는 것은 본인의 취향 즉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와 관련된 아이템들을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어느 정도 저의 색을 찾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선택해 그런 아이템들을 셀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시로 워낙 평소에 옷을 좋아했는데 그런 것도 제 취향이라는 큰 틀에 반영되어 물건들을 고를 때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찾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취향이 확고해졌어요.


준서님이 단골로 이용하시는 편집샵, 소품샵 등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나요?

 사실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매장을 더 자주 이용해요. '룸퍼멘트', '찹스틱스', '베이거 하드웨어'에서 괜찮은 소품들을 많이 팔아 자주 애용하고, 성수동의 '에디토리'에는 음향 관련 기기와 독특한 오브제가 많아요. 감성적인 조명도 구할 수 있고요. 향을 좋아하시면, 성수동의 '헤븐센스'에 들러보는 걸 추천해요. 저도 저만의 향을 찾고 싶은 마음에 들러서 이것저것 시향 해보거든요.



Q. 이 방에서의 준서님만의 루틴이 있다면?

 하루의 피곤함을 풀 때, 침대에 누워 벽면의 스크린으로 영화를 봐요. LP판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틀고 감상하기도 하고요. 책상에서는 글과 사진을 편집하는 작업을 할 때도 있고, 친구를 초대해서 가볍게 위스키 한잔 하기도 해요. 휴일을 이런 나만의 소소한 루틴으로 채울 때 가장 행복해요.



준서님이 즐겨 듣는 음악, 가수를 추천해주세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는 국내에서는 잔나비, 검정치마, 크러쉬, 재지팩트. 해외에서는 Honne, Cigarette After Sex, Lauv, Post Malone를 좋아해요. 직접적으로 언급한 아티스트들 외에도 재즈, 힙합, 로파이, 인디,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데 헤비메탈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듣는 것 같아요(ㅎㅎ)


이 공간에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요?

 음, 팥 없는 붕어빵을 먹는 느낌일까요? 음악이 없는 공간을 상상할 순 있어요. 붕어빵도 팥 없이 먹을 수는 있잖아요(ㅎㅎ). 그런데 맛이 없죠.. 그렇듯 제 방에 음악이 없다면 알맹이가 없는 느낌일 것 같아요. 그만큼 제 공간을 채우는 음악의 힘은 엄청 크다고 생각해요.


방 곳곳에 비치된 음향기기들


Q. '성수동의 길라잡이'라는 계정을 따로 운영하시더라고요.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성수동에 살지는 않지만(ㅎㅎ), 성수동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여러 공간들을 다녔고, 저만 알고 있기 아까운 공간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성수동, 뚝섬 일대의 공간들을 소개하는 콘텐츠예요. 혼자 알고 있어도 되지만, 제가 가진 정보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순기능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 성수동의 길라잡이 인스타그램 계정 : @seongsu_official


 많고 많은 동네 중에 성수동을 소개하시는 이유, 성수동만의 매력이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지금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 즉 남과는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 성수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성수동은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는 동네이자 개성 있는 공간이 많고 똑같은 공간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이 개인이 운영하는 편집샵, 카페, 식당이죠. 각 공간의 저마다의 색깔들이 담겨있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또 하나는 지금 유행하는 뉴트로랑 굉장히 잘 어울리는 힙한 곳이라는 거죠. 옛날에 성수동에 공장이 많았고, 현재는 그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카페들이 그 공간을 채우게 되었어요. 완전히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많아서, 공장 내부 콘크리트 구조나 골격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인더스트리얼한 무드들이 많죠. 그런 요소들이 요즘 것들과 합쳐져 묘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런 느낌이 제 취향과 잘 맞아서 끌렸어요!


 여러 공간을 다니면서, 준서님 방에 들여오고 싶은 아이템들을 많이 발견하실 것 같아요.

 그럼요(ㅎㅎ). 눈에 들어오는 게 정말 많아요. 워낙 각각의 공간들이 색깔이 있는 곳들이니까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제 방은 한정되어 있고 이미 꽉 채워져 있어서 들여오진 못하고 있어요(ㅎㅎ). 그래도 살짝 물어봐요. '이건 어디 제품이에요?' 하고요. 물어봐서 메모를 해두고, 지인들에게 아이템을 추천해줄 때도 참고하고 있어요.


Q.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했던 공간은 어디였나요?

 '차'라고 생각해요. 좋은 기억이 많거든요. 어릴 때 여름휴가철 되면 차를 타고 외가인 부산으로 놀러를 많이 갔어요. 부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차 안에서 가족들과 음악을 즐겨 들었거든요.  아빠는 올드팝을, 어머니는 클래식을 좋아하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CD에 담아와서 듣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그때 유행했던 빅뱅, 소녀시대의 음악들이죠.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긴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힐링했던 추억이 있는 공간, '차'는 소중한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에요.



 준서님이 사랑하는 공간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음, 감성이 담겨 있는 공간? 이랄까요. '차'를 가장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그 만의 감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차는 계속 이동을 하니까 유리창 너머로 시시각각 풍경들이 바뀌고, 그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움직이니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감성들이 좋아요. 제 방도 저만의 감성이 담긴 곳이라, 차와 느낌은 다를지라도 그 결은 비슷해요.



Q. 앞으로 '공간'과 관련한 준서님만의 계획이 있을까요?

 카페 운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또, 요즘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제 감성으로 꾸며진 방을 대여해주는 쪽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본인만의 공간을 가꾸고 싶은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제가 꾸민 공간에 와서 취향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친구가 방 꾸미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움을 준 적이 있어요. 그 친구 집이 강릉인데, 강릉까지 가서 소품과 가구를 함께 구매하고 설치해주고요(ㅎㅎ).


 만약 공간을 운영한다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매력을 가진 공간을 만들어서 운영해보고 싶어요. 제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은 대게 조명이 밝지 않고 공간의 톤이 차분한 곳이 거든요. 제가 공간을 운영한다면 이런 취향을 반영해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ㅎㅎ).  



Q. '친구의 친구'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텐데, 어떨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간'을 키워드로 인터뷰를 한 7명이 모이는 거라, 관심사가 비슷할 것 같아요. 각자만의 의미가 담긴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는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주 왕래가 없으면 금방 멀어질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지만요.


Q. 마무리 질문이에요. 이 방은 준서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저의 집약체?(ㅎㅎ) 저를 보여주는 제 '집약체'에요. 요즘 세대들은 온라인의 공간에 인스타그램에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올리면서 피드를 채워나가 그 공간을 꾸미곤 하죠, 같은 맥락으로 저는 오프라인에 제 방이라는 곳에 사물들과 소품들로 채워나가고 있어요. 옷에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공간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 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제 방이죠.


방을 꾸미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큰 틀에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어요, 항상 좋은 공간을 찾아 나서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행복이지만, 몸이 힘들 때 또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그것들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이 제 방이니 그럴 때는 굳이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편안함이 느껴지고 심리적 안정감이 들기 때문이에요.


준서님 주위의 '친구의 친구'들에게 '공간'과 관련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본인만의 공간을 가꾸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못 꾸미는 경우도 많고 관심이 그만큼 없어서 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도 한 번쯤은 마음먹고 꾸며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그 이유는 공간을 가꾸면서 나만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꾸준히 쌓일 때 취향이 만들어져요. 공간을 가꾸면서 취향을 찾아가는 좋은 기회를 얻었으면 해요!



 인터뷰가 끝난 후 준서는 우리에게 커피를 내려 주었다. 직접 고른 원두를 갈고, 유리잔을 세팅하며, 원두와 커피잔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성스러운 한 잔에는 지구 상에 하나뿐인 준서의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 그의 손짓, 몸짓, 사소한 표정까지 모두 박준서답다.

 나만의 색깔을 찾기 까지도 엄연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떠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핫 플레이스들, 하나씩은 모두 갖고 있다는 잇템. 인플루언서들의 유명 루틴까지 공유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그래서, 나는 어떤 게 좋은데?'라는 물음. 그는 오늘도, 내일도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박준서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2.01.27


vol.3 박준서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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