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길게 봐야 한다.
그 말인즉슨, 단순히 끌리는 감정과 매력 만으로 배우자를 만나기엔 상대방과 함께할 나의 남은 여생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30세에 결혼을 한다고만 쳐도 거의 70년 가까이를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는 것인데, 이것은 일생일대의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물론 나도 이러한 선택을 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살아보니 더 그렇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이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나의 삶의 질과 방향이 결정된다.
이러한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최대한 나라는 사람 위주로 생각하는 것. 시간에 쫓겨 떠밀리듯 하거나,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떠밀린다거나, 외로움에 쫓겨서 결혼하거나 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번복하지 않으려면, 애초에 신중해야 한다. 떠밀리지도 말고 조금 이기적이어도 나를 위주로 먼저 생각을 해보자.
내가 나를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앞서야 할 것은, 바로 내가 나를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나는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 나 자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았다.
1) 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지
2) 그 행복을 위해 나는 배우자와 어떤 관계성을 형성하고 싶은지
3) 그 관계성에 부합하는 배우자는 어떤 점을 가져야 하는지
4) 부합하는 배우자에게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점까지 허용 가능한지
1) 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일까? 내가 나를 돌아보니, 나는 성취감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크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2) 그에 따라 나는 배우자와의 관계도, 내가 쫌 더 주도적일 수 있는 관계성을 형성하고 싶다는 것을 깨우쳤다. 처음에는 몰랐다. 어릴 때는 그냥 날 리드해주는 남자가 멋져 보이고 쫌 더 매력 있어 보였지만, 결혼할 시기가 되어 나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냥 단순히 매력에 끌려서 선택하기보다는, 함께하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3) 그러기 위해 따져보니, 나는 내가 주도적인 관계성을 형성할 수 있는 배려심 많은 남자. 그러면서도 나의 이 성취감이나 도전적인 성향을 잘 뒷받침해줄 수 있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남편을 소개받을 때에도 가장 높게 여겼던 것이, 처음 취업한 직장 한 군데를 이직하지 않고 5년간 계속 다녔다고 하는 점. 그리고 한 교회에서 그 어렵다는 방송영상팀 봉사를 13년간이나 하고 있다는 점.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교회에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교회의 방송영상팀은 정말 이름도 빛도 없이 뒤에서 고생만 엄청하고 욕만 많이 먹는 부서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4) 얻는 게 있다면, 그에 따라 포기할 점도 있는 것.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이 조건에 맞는 성향의 남자라면 어떤 점이 부족할 수 도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끈기와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엉덩이가 무거운 이 성향은, 도전정신이 부족하여 돈을 많이 벌어놓지는 못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물질적인 부분의 큰 기대를 할 순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엄청나게 큰 부를 누리겠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돈은 함께 모아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마 이 성향은 배려심 많고 이타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잘 못 챙겨놨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남편이 그랬다. 돈을 많이 모아놓지 못했었고, 차는 커녕 하물며 어릴 때 미리 따놓는다는 그 흔한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남자가 차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30살 넘어서까지 운전면허조차 따놓지 않았다는 것에 쫌 놀라긴 했었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는 사람인가... 뭐 이래저래 잠깐 별생각 다 들긴 했만, 사귀고 나서 내가 운전면허 먼저 땄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니 바로 학원 등록해서 운전면허를 따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 계속 만나봐도 괜찮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를 먼저 파악하고, 내 배우자가 꼭 가졌으면 하는 점과, 그에 따라 내가 포기해도 될 점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 정도 배우자와 나의 결혼생활에 대한 윤곽이 그려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우리는 결혼을 했다.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