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우정에 관하여

by KKH

짧지는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떠나 보내왔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많은 친구들이 내 곁에서 떠나갔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아쉽고 그립냐고? 딱히 그렇지는 않다. 나는 “가는 사람 안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내친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던 터라 종종 잘 살고 있나 생각은 나지만 그립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하면서 넘기곤 한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을 깨는 친구가 있다.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친구였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친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치유받았고, 배워갔었다. 내 속 얘기를 남들에게 도통하지 않는 나였지만, 걔 앞에서라면 나는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소중했고, 남들이 걔에 대하여 뭐라 말하던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말하고 싶은 철학적인 주제가 생각이 나든, 힘들 때든 먼저 그 친구에게 말하는 것이 어느 순간 나의 루틴이 되었다. 내가 말한 만큼 듣는 것도 많았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런 친구가 순식간에, 내 잘못으로 인해 사라졌다. 아니 내가 떠나갔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 도망쳤다. 지금은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행동을 다시 해버릴 것만 같아 더 죄책감이 느껴지고 남은 것은 미안함뿐이다. 그렇게 내 나름의 “소울 메이트”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나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친구에게 나쁘게 변했을까 봐, 수작으로 생각할까 봐 라는 두려움과 미안함이었다. 그런 미안함 속에서도, 몇 년 간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그 친구부터 생각이 나곤 했다. 지금 이 감정을 친구한테 말하면 괜찮아질까, 나름의 답을 찾아줄까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를 찾은 적도 있다. 이기적인 선택이고 더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제 와서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함부로 그럴 수 없다. 내가 잘못한 일이었고, 내가 자초한 일이니깐, 그러나 난 아직도 아파트 단지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온갖 철학적 주제들을 놓고 대화해 보던 그때가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유일하게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친구는 이미 몇 년 전에 사라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도 너무 아쉬운 마음에, 글이라도 써본다. 흘러간 운명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아님 이것마저도 운명인 걸까 궁금한 마음도 함께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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