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중국

새로운 패권주의의 패러다임이 등장하나?

by Francis Lee

미국과 이란 간 48시간 잠정 휴전 합의는 단순한 군사적 ‘멈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쟁의 종결을 향한 첫 번째 정치적 신호이자, 동시에 전후 질서 재편의 출발점이다. 이 과정에서 중재자로 거론되는 파키스탄과 더불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국가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가 직접 중국의 역할을 치하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전쟁을 끝냈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쟁 이후를 설계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 이후 미국은 다시 한번 ‘예측 불가능성’을 외교 전략의 핵심 요소로 드러내고 있다.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압박, 돌발적인 정책 전환, 그리고 개인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국제 사회에 불안정성을 확산시켰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협상 테이블을 설계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는 과거 중동에서의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중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으며, 이번 이란 사태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외교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 국제 질서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불확실성 속에서 국가는 ‘힘’보다 ‘예측 가능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의 인식 변화는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에 깊이 편입되어 있던 이들조차, 최근에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모색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는 대안적 질서 제공자의 등장이다. 중국은 군사 동맹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연결과 외교적 중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게 ‘덜 위험한 선택지’로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패권국이라기보다 ‘관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이란 전쟁은 하나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전쟁을 승리로 끝내는 국가가 질서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국가가 질서를 설계한다. 이 점에서 중국의 강점은 명확하다.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모든 당사자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경제적 지렛대를 통해 협상을 유도하는 능력은 군사력 중심의 전통적 패권과는 다른 차원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란 전쟁의 종결 국면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종료가 아니다. 이는 국제 질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미국이 스스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동안, 중국은 신뢰 가능한 조정자로서의 이미지를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 사회는 점점 더 그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세계는 단일 패권이 아니라 ‘조정 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복판에 지금 중국이 서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 볼 것이 바로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페르소나. 트럼프와 시진핑의 극명한 대비이다. 국제정치를 가족 관계에 비유하는 것은 위험할 만큼 단순화된 방식이지만, 때로는 복잡한 권력관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최근 이란 사태와 그 종결 국면은 세계가 두 지도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말썽을 일으키는 맏형과, 묵묵히 중심을 잡는 둘째 형처럼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국제정치에서 ‘럭비공 변수’ 그 자체다. 그의 외교 스타일은 전통적인 동맹 질서나 외교 관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으로, 때로는 돌발적인 발언과 정책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다.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강한 압박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상대방을 예측 불가능성으로 몰아넣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동맹국조차 그의 다음 행동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 사태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여실히 드러났다. 강경한 압박과 긴장 고조, 그리고 예측불가의 방향 전환은 국제 사회에 피로감과 불안을 동시에 안겼다. 맏형이 집안의 질서를 잡기보다는, 오히려 소란을 키우는 듯한 인상이다.


반면 시진핑의 접근 방식은 훨씬 절제되어 있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협상의 장을 만들고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이렇게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거리 두기’가 오히려 신뢰를 만들어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장기적 이익과 안정성을 중심에 둔 판단을 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화려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둘째 형이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가족을 다독이는 모습과 닮아 있다.


두 지도자의 차이는 단순한 성격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힘을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힘을 드러내고, 압박하며, 상황을 흔드는 방식을 취하는데 비해 시진핑은 힘을 감추고, 조정하며, 질서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자는 단기적 충격을 통해 판을 흔들고, 후자는 장기적 안정 속에서 판을 바꾼다.


이란 전쟁의 종결 국면에서 국제 사회가 더 주목한 쪽은 후자에 가까웠다. 전쟁을 시작하는 능력보다, 전쟁을 끝내고 이후를 관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에서 이미지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투자, 동맹, 협력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힘이다. 최근 많은 국가들이 느끼는 인식의 변화는 분명하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불안정하다. 중국은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예측 가능하다. 이 미묘한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들이 위기 상황에서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번 이란 사태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리더십의 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지도자가 세계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갈등을 관리하고 질서를 조정하는 지도자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을 ‘말썽 많은 맏형’과 ‘듬직한 둘째 형’으로 그 이미지를 완전히 고정시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가 느끼는 정서는, 그 비유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정치는 결국, 그 ‘정서’가 현실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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