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원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하여 아래에 원문도 함께 싣는다. 이 유언장은 2006년 8월 29일에 작성한 것이다. 그 이후 교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19일 교황이 된 지 8년 만인 2013년 2월 28일 은퇴했다. 이 유언장은 그가 교황직에 오른 지 1년이 된 시점에 작성된 것이다. 그래서 은퇴나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아니라 신학자 요제프 라칭거로서 그는 20~21세기 유럽의 최고 지성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그의 극보수적인 가톨릭 신학은 포스트모던의 물결 속에서 독일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보수적이고 가톨릭 중심적인 세계관은 교회 안팎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타 종교에 대한 우월의식, 유럽 중심의 기독교관, 여성의 권리, 특히 임신중절과 성윤리에 관한 그의 극보수적인 입장은 교회 안에서도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그의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도 상당히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했지만 베네딕도 16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에 오르자 가톨릭 교회 안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사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후보가 될 무렵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인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강력한 차기 교황 후보였다. 그러나 추기경들 사이에 그의 진보적인 색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래서 일단 대안으로 그 당시 매우 고령이었던 베네딕토 16세를 교황으로 선출했다. 그렇게 하여 내부적인 불협화음을 일단 막아보려고 한 것이다. 더구나 라칭거는 중세 마녀 재판소로 악명이 높았던 romana rota의 후신인 신앙교리성의 장관으로 실세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마저도 로마 교황청을 좌지우지하는 숨은 진짜 ‘실세’인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들의 견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황청 내에 그의 우군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베네딕토 16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8년 전인 2005년 만해도 60대였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던 2013년에는 76세가 되었다. 당연히 과거에 비해 진보적인 조치를 과감히 취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그래서 교황청의 ‘실세’들도 이제는 기꺼이 양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천하의 프란치스코도 오래된 교황청의 ‘비리’를 홀로 척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도 이젠 너무 늙은 것이다. 교황청 기구를 전면 개편하고 특히 재정에 관련된 부서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오랫동안 사익을 추구해온 ‘실세’ 집단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제 87세다. 나이 앞에 장사는 없다. 이제 교황청의 개혁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부패한 수구 세력의 뿌리는 교회 안이든 밖이든 그토록 깊게 내려 있어서 한 사람의 진보적인 교황의 의지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베네딕토 16세의 극보수주의나 프란치스코의 진보주의나 먹히지 않는다. 누가 나타나서 이 썩을 대로 썩은 교황청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베네닉토 16세가 독일어로 쓴 유언장 원본의 직역
나의 영적 유언
나의 인생이 저물어가는 이 때에 지나온 수십 년을 돌아보면서 감사해야 할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를 가장 먼저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많은 어려움을 뚫고 나를 이끌어 주신 모든 선한 은사를 베푸시는 분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마다 늘 나를 일으켜 세우시고, 당신 모습의 광채를 [내게] 늘 새로이 비추어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길의 어둡고 험난한 여정도 내게는 구원을 향한 것이었고, 하느님께서 바로 그 길로 나를 잘 이끌어 주셨음을 알아채고 이해하게 됩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오늘날까지도 나의 하루를 밝은 빛으로 비추는 사랑으로 나를 위해 훌륭한 가정을 꾸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는 현명한 믿음으로 우리 형제자매에게 신앙을 가르쳤습니다. 그 믿음은 나의 모든 학문적 인식의 지침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니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경건함과 넉넉한 선함은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누님은 수십 년 동안 온전히 선한 배려심으로 나를 헌신적으로 섬겼습니다. 형님은 늘 명석한 판단력, 강한 결단력, 쾌활한 마음으로 길을 닦았습니다. 형님이 이렇게 늘 새롭게 앞장서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바른 길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많은 남녀 친구들이 늘 내 곁에 있도록 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내가 가는 길의 모든 단계에서 만난 동료들, 스승과 제자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들 모두를 하느님의 선하심에 맡겨드립니다. 그리고 나는 알프스 산기슭의 바이에른에 있는 나의 아름다운 고향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창조주의 광채가 비추는 것을 늘 볼 수 있었습니다. 신앙의 아름다움을 늘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 고향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신앙의 나라로 머물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신앙에서 멀어지기 말기 바랍니다. 끝으로 나의 [인생] 길의 여러 여정에서, 특히 나의 제2의 고향이 된 로마와 이탈리아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느 모로든 잘못을 저지른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앞에서 나의 동포에게 했던 말을 이제 교회를 위한 나의 봉사에 맡겨진 모든 사람에게 합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십시오.! 흔들리지 마십시오! 때로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인문과학(특히 성경 해석학)이라는 학문이 가톨릭 신앙을 거스르는 반박할 수 없는 통찰력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자연과학의 변화를 체험했고, 신앙에 맞서는 그럴듯한 확실성이 [결국] 어떻게 사라져 버리고, 과학이 아니라 무늬만 학문으로 [실제로는] 그저 철학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신앙이 자연과학과의 대화를 통하여 신앙에 관한 주장의 영역의 한계와 신앙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도록 배우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60년 동안 나는 신학, 특히 성경 연구의 길을 걸으면서,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이론들이 무너지고 그저 가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자유주의 세대(하르낙, 율리허 등), 실존주의 세대(불트만 등), 마르크스주의 세대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가설들로부터 어떻게 신앙의 이성이 새롭게 솟아나는지를 목격해 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그리고 교회는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분의 몸입니다.
끝으로 겸손하게 간청합니다. 나의 모든 죄와 결점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나를 영원한 [천상의] 집으로 이끄시도록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나에게 맡겨진 모든 이를 위해 날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드립니다.
Benedictus PP XVI.
Das geistliche Testament des emeritierten Papstes Benedikt XVI.
Wir veröffentlichen hier das geistliche Testament des verstorbenen, emeritierten Papstes Benedikt XVI. auf Deutsch.
29. August 2006
Mein geistliches Testament
Wenn ich in dieser späten Stunde meines Lebens auf die Jahrzehnte zurückschaue, die ich durchwandert habe, so sehe ich zuallererst, wieviel Grund ich zu danken habe. Ich danke vor allen anderen Gott selber, dem Geber aller guten Gaben, der mir das Leben geschenkt und mich durch vielerlei Wirrnisse hindurchgeführt hat; immer wieder mich aufgehoben hat, wenn ich zu gleiten begann, mir immer wieder neu das Licht seines Angesichts geschenkt hat. In der Rückschau sehe und verstehe ich, daß auch die dunklen und mühsamen Strecken dieses Weges mir zum Heile waren und daß Er mich gerade da gut geführt hat.
Ich danke meinen Eltern, die mir in schwerer Zeit das Leben geschenkt und unter großen Verzichten mir mit ihrer Liebe ein wundervolles Zuhause bereitet haben, das als helles Licht alle meine Tage bis heute durchstrahlt. Der hellsichtige Glaube meines Vaters hat uns Geschwister glauben gelehrt und hat als Wegweisung mitten in all meinen wissenschaftlichen Erkenntnissen standgehalten; die herzliche Frömmigkeit und die große Güte der Mutter bleiben ein Erbe, für das ich nicht genug danken kann. Meine Schwester hat mir selbstlos und voll gütiger Sorge über Jahrzehnte gedient; mein Bruder hat mir mit der Hellsicht seiner Urteile, mit seiner kraftvollen Entschiedenheit und mit der Heiterkeit des Herzens immer wieder den Weg gebahnt; ohne dieses immer neue Vorausgehen und Mitgehen hätte ich den rechten Weg nicht finden können.
Von Herzen danke ich Gott für die vielen Freunde, Männer und Frauen, die er mir immer wieder zur Seite gestellt hat; für die Mitarbeiter auf allen Stationen meines Weges; für die Lehrer und Schüler, die er mir gegeben hat. Sie alle vertraue ich dankbar seiner Güte an. Und danken möchte ich dem Herrn für die schöne Heimat im bayerischen Voralpenland, in der ich immer wieder den Glanz des Schöpfers selbst durchscheinen sehen durfte. Den Menschen meiner Heimat danke ich dafür, daß ich bei ihnen immer wieder die Schönheit des Glaubens erleben durfte. Ich bete darum, daß unser Land ein Land des Glaubens bleibt und bitte Euch, liebe Landsleute: Laßt euch nicht vom Glauben abbringen. Endlich danke ich Gott für all das Schöne, das ich auf den verschiedenen Stationen meines Weges, besonders aber in Rom und in Italien erfahren durfte, das mir zur zweiten Heimat geworden ist.
Alle, denen ich irgendwie Unrecht getan habe, bitte ich von Herzen um Verzeihung.
Was ich vorhin von meinen Landsleuten gesagt habe, sage ich nun zu allen, die meinem Dienst in der Kirche anvertraut waren: Steht fest im Glauben! Laßt euch nicht verwirren! Oft sieht es aus, als ob die Wissenschaft – auf der einen Seite die Naturwissenschaften, auf der anderen Seite die Geschichtsforschung (besonders die Exegese der Heiligen Schriften) – unwiderlegliche Einsichten vorzuweisen hätten, die dem katholischen Glauben entgegenstünden. Ich habe von weitem die Wandlungen der Naturwissenschaft miterlebt und sehen können, wie scheinbare Gewißheiten gegen den Glauben dahinschmolzen, sich nicht als Wissenschaft, sondern als nur scheinbar der Wissenschaft zugehörige philosophische Interpretationen erwiesen – wie freilich auch der Glaube im Dialog mit den Naturwissenschaften die Grenze der Reichweite seiner Aussagen und so sein Eigentliches besser verstehen lernte. Seit 60 Jahren begleite ich nun den Weg der Theologie, besonders auch der Bibelwissenschaften, und habe mit den wechselnden Generationen unerschütterlich scheinende Thesen zusammenbrechen sehen, die sich als bloße Hypothesen erwiesen: die liberale Generation (Harnack, Jülicher usw.), die existenzialistische Generation (Bultmann usw.), die marxistische Generation. Ich habe gesehen und sehe, wie aus dem Gewirr der Hypothesen wieder neu die Vernunft des Glaubens hervorgetreten ist und hervortritt. Jesus Christus ist wirklich der Weg, die Wahrheit und das Leben – und die Kirche ist in all ihren Mängeln wirklich Sein Leib.
Endlich bitte ich demütig: Betet für mich, damit der Herr mich trotz all meiner Sünden und Unzulänglichkeiten in die ewigen Wohnungen einläßt. Allen, die mir anvertraut sind, gilt Tag um Tag mein von Herzen kommendes Geb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