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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 기독교의 최후는?

가톨릭 교회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자초한 것이다.

by Francis Lee

CNN 뉴스에 보니 가톨릭 교회가 그동안 늘 주장해 온 것과는 달리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수용소에서 살해한 사실을 매우 일찍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마치 잘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위장한 사실을 밝혀주는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링크: https://edition.cnn.com/2023/09/17/europe/pope-pius-xii-holocaust-letters-intl/index.html) 사실 유럽 대륙에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유럽 문명 전체가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 무렵 안간힘을 다해 버텨보던 기독교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타협한 결과 그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저버리고 완전한 몰락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오늘날 유럽의 기독교는 더 이상 지배적인 종교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유럽의 종교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를 독점적으로 지배했던 기독교가 이렇게 무너진 것은 교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세속주의, 개인주의, 과학주의와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전적으로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내적 부패 때문이다. 사람,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사람의 아들인 예수와 그의 형제자매인 기독교인이 아니라, 교회라는 조직의 수호에 모든 것을 바쳐온 덕분에 스스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바티칸과 히틀러의 야합은 이미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히틀러가 주도한 인류 역사에게 가장 비인간적인 나치 정권과 가톨릭 교회가 타협한 이유는 오직 하나 교회라는 조직의 안녕이다. 사실 잘 알려진 대로 예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식의 기독교 교회를 세운 적이 없다. 성경을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성경 구절을 들어 이런 사실을 반박한다. 곧 마태복음 16장 18절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들고 나온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한글 번역만 보면 예수가 정말로 베드로를 주춧돌로 삼아 교회를 세운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번역이다. 그러나 이 성경 구절의 원문인 그리스어로 보면 그렇지 않다. 그리스어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κἀγὼ δέ σοι λέγω ὅτι σὺ εἶ Πέτρος, καὶ ἐπὶ ταύτῃ τῇ πέτρᾳ οἰκοδομήσω μου τὴν ἐκκλησίαν, καὶ πύλαι ἅ|δου οὐ κατισχύσουσιν αὐτῆς.


사실 이 문장 자체도 말장난에 가깝다. 베드로(Πέτρος)라는 고유 명사가 '돌'(πέτρᾳ)이라는 일반 명사와 음가가 같기에 베드로가 곧 돌이고 돌이 베드로라는 뜻이 된다. 페트라는 반석이 아니라 그냥 굴러다니는 돌멩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성경은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직역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 나오는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를 기독교에서는 '교회'로 번역해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번역이다.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은 ‘공개 모임’이다. 무엇보다도 예수 생존 당시 교회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수가 이런 말을 한 다음 건축 헌금을 모아서 건물을 짓고 그 안에서 주일마다 모여 예배를 드렸다는 기록은 성경 어디에도 없다. 예수는 죽을 때까지 자기 집 없이 동가식 서가숙하면서 문자 그대로 거지 생활을 하면서 남의 집과 공공건물과 거리에서 복음을 선포했다. 예수에게는 내 교회는 고사하고 들어가 잘 '내 방'도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교회는 예수가 세운 것이 아니라 예수를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으며, 게다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성경>의 사대복음서도 보지 못했으면서도 멋대로 자기를 예수의 사도라고 부르며 열두 제자의 반열에 스스로 오른 바울이 소아시아에서 자기 마음대로 세운 기독교 신자 집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예수의 직제자인 베드로와 예수의 동생인 야고보가 세운 예루살렘의 기독교 공동체는 70년에 망해버려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그런 바울의 교회를 뿌리로 하여 버텨오다가 4세기에 로마 황제의 특은으로 엄청난 부동산과 재물을 공짜로 받은 것은 물론 배타적인 제국 종교의 지위를 획득하고 나서는 다른 모든 종교를 배척하고 탄압하면서 기독교 교회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예수는 교회를 세운 적이 없는데 스스로를 예수의 교회로 부르며 그 조직의 수호가 곧 예수의 수호인 것으로 거짓말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역사에서 교회는 예수라는 '사람'과 교회라는 '조직'이 대립할 때마다 주저 없이 교회를 택했다. 이러한 예수의 말씀과 교회의 조직이 대립하던 시대적 상황을 잘 묘사한 것이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다.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책이 지루하면 이 책을 바탕으로 잘 만든 숀 코넬리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교회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영화를 보면 이미 중세 시대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교회가 얼마나 타락해 왔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수의 가르침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의 ‘개독교’가 보여주는 모습의 전신이 이미 천 년 전부터 유럽에 나타나 있었다. 그런 진실을 교회가 감추어 왔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예수에게 욕이 돌아가는 상황을 자초하면서도 교회의 조직과 건물과 재산과 권력을 놓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유구한 잘난 '전통'은 교회가 악마나 다름없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과 야합하면서 마침내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바티칸 교회는 히틀러와 어떤 야합을 했는가? 그에 관한 책과 논문은 차고도 넘친다. 비록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몰랐다는 변명 뒤에 숨기에 급급하지만 말이다. 바티칸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마자 히틀러의 독일제국, 이른바 제3제국과 협약을 맺었다. 그것이 유명한 비오 11세와 히틀러가 맺은 1933년의 제국 협약(Reichskonkordat)이다. 그런데 이 조약을 맺은 1933년은 나치가 이미 유대인 학대를 시작한 때이다. 그리고 나치는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불법적인 조치도 마구 시행하였다. 그런데도 이 조약의 내용 어디에도 유대인을 근심하는 항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불의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도 단 한 글자도 없다. 그저 교회 재산 보호와 교회 권리와 종교 활동 보장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톨릭 교회는 교회라는 '조직'을 살릴 궁리만을 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청을 들어주는 대가로 히틀러는 이제 막 수립된 나치 정권에 교회의 축복을 받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악의 정권을 교회가 인정한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반 사람이 보기에 기독교의 본부나 다름없는 바티칸이 국제 조약을 맺을 정도의 존재가 히틀러라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이런 악마와 계약을 맺어 놓고도 교회의 변명은 초지일관 몰랐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그렇게 악마 같은 존재일 줄을 전혀 몰랐단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지혜를 독점한 기독교 교회가 말이다. 그러나 역사가 흐른 뒤에 계속 드러나는 문서들이 증명하듯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당시에 이미 히틀러가 악마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티칸 정도의 큰 조직이 그런 비밀 아닌 비밀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 어떤 변명으로도 가톨릭 교회가 이기적인 목적으로 악마의 정권과 타협했고 그 후에도 계속 진행된 나치 정권의 악행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톨릭 교회가 사람보다는 조직을 더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되는 조직이라는 사실은 최근에 세상이 다 알게 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사제의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의 내막이 교회가 아닌 국가 사회의 엄밀한 조사를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교회 스스로 그런 사실을 밝힐 능력도 신뢰도 없기에 사회가 나선 것이다. 그 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는 오랫동안 자행된 수많은 가톨릭 신부들의 악행을 장기간에 걸쳐 조직의 차원에서 감추기에 급급했고, 아예 주교들이 직접 나서서 아동들을 성폭행한 신부들을 끝까지 감싸고돌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처음에 사람들은 일부 신부들과 일부 주교들이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 은폐하고 눈감았다고 생각했다. 설마 예수를 교주로 모시는 가톨릭 교회가 그런 악행을 집단적으로 저질렀으리라고는 차마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 사회 기관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가톨릭 교회의 추악한 몰골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는 가톨릭 교회의 태도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관행이었다는 사실도 이번 유대인 학살 관련 문서를 통해 다시 한번 잘 드러났다. 사실 가톨릭 교회는 유대인들을 처음부터 증오해 왔다. 명분은 예수를 죽인 것이 유대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다. 오로지 유대인의 재산과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허용할 수 없다는 욕심에서 유대인을 박해하고 증오한 것이다. 교주로 모시는 예수가 다름 아닌 유대인이었고, 그 유대인이 원수조차 사랑하라고 가르친 것은 기억조차 못 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번에 알려진 문서도 그동안 바티칸 국무원이 감추고 있다가 문서를 학자들이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에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자기의 잘못을 끝까지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 가톨릭 교회의 태도는 명백히 예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예수가 분명히 이제 때가 왔으니, 곧 하늘나라가 도래했으니 회개하고, 곧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라고 2천 년 전에 제자들에게 가르쳤건만 그 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다름 아닌 가톨릭 교회라는 기독교 조직과 그 안에 있는 교황과 주교와 신부가 여전히 예수라는 사람의 아들보다는, 그리고 그 예수가 견딜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인 신자를 사랑하기 보다는, 교회 건물과 조직을 더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어찌 해석해야 하냔 말이다. 예수를 믿고 사랑하는 신자와 예수가 사랑하는 인류보다는 가톨릭이 소유한 화려하고 찬란한 교회 건물, 엄청난 교회 재산, 그 조직을 수호하는 교회 성직자, 교회 기관, 그리고 이들이 힘을 모아 발휘하는 교회 권력을 더 사랑하는 이들을 과연 기독교 신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예수를 팔아 장사하는 장사꾼 아닌가? 예수는 2천 년 전에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이들에 대해 분노하며 모두 성전에서 몰아냈다. 이제 가톨릭 교회야말로 보이지 않는 예수의 성전에서 몰아내야 할 대상이 아닌가? 예수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는 자들이 예수를 독점하여 사용하는 저작권 위반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독일의 가톨릭 교회를 탈퇴하는 신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한 해만 해도 공식적으로 50만 명이 넘는 신자가 교회를 떠났다. 교회 안에 남아 있는 신자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이 흐르면 거의 500만 명이 교회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를 다 모아봐야 500만 명 정도 되니 이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탈교회 추세야 말로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 바티칸의 화려한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느라 면죄부를 팔아 돈을 긁어모으다가 결국 종교개혁을 당했어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교회 건물과 조직 수호에만 집착하던 가톨릭 교회의 몰락은 이제 '과연 무너질까?'가 아니라 '언제 무너질까?'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가톨릭 교회가 무너지면서 물론 개신교도 같이 무너질 것이다. 이미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기독교의 최고 보루인 미국에서조차 기독교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기독교 교회가 망해버리면, 과연 어떤 '교회'가 나타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가 말한 에클레시아, 곧 건축 헌금이 필요한 건물 안의 교회가 아니라 사람이 교회인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란다. 그래서 예수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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