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시장만 챙긴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경제 주체가 시장에서 자유 경쟁을 통하여 사고파는 행위로 경제라는 커다란 생존 프레임에 참여한다.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시장이 고장 나 있다. 그래서 경제가 파탄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래서 시장을 고쳐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도 시장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시장은 그런 자본주의 시장과는 좀 다르다. 오늘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지 11일 만에 다시 대구를 찾았다. 이번에는 대구 칠성 종합시장이다. 이것도 시장은 시장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그 시장으로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12365)
“윤 대통령은 이날 상가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상경기 등 안부를 묻고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또한 여러 가게에서 직접 농수산물 등을 구매하면서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응원했다. 이어 시장 상인 대표, 지역 국회의원 등과 함께 소곰탕과 대구식 생고기인 ‘뭉티기’ 등으로 오찬을 하면서 ‘민생 경제의 근간인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에만 국민이 있냐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김여사는 전라도 순천시장에 갔다. 김여사는 그곳에서 민어·서대·당근·부추·밴댕이를 구매했단다. <뉴스1>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07163101613?f=p)
“김 여사는 한 수산물 가게에서 서대(넙치)와 민어를 한 마리씩 구매하면서 "얼마죠"라고 물었고, 상인은 ‘5만원, 3만원이에요’라고 대답했다. ... 김 여사의 '시래기 사랑'도 포착됐다. 김 여사는 한 야채가게에 들러 ‘시래기죠? 제가 너무 좋아한다’며 ‘시래기 제가 다 사 갈게요. 시래기는 다 사 갑니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밖에도 국거리 밴댕이, 당근, 부추, 파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시장 상인과 대화하며 ‘경기가 많이 안 좋으냐’, ‘제가 많이 팔 수 있도록 해드려야’ 등 격려하기도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다고 그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는 절대 없는 일이다. 김여사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07183201172)
“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213건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1004건보다 20.8% 늘었으며,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20년 1069건마저 넘어섰다. ... 개인이 파산 전 단계에서 신청하는 회생도 사상 최고에 달할 전망이다. 9월까지 9만4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급증하며 지난해 연간 규모(8만9966건)를 넘어섰다. 회생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14년(11만707건) 기록마저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코로나19 기간 정책자금으로 연명한 자영업자와 암호화폐·주식 투자 손실, 전세사기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진 20·30대 청년층의 신청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어음부도액이 증가하는 등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어음부도액은 4조1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1조3203억원에서 3.1배로 늘었다.”
한 마디로 나라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는 시장 나들이만 계속한다. 조선 시대에나 하던 이른바 민정 시찰을 대통령이 되풀이하는 이 관행을 과연 언제나 없앨 수 있을까?
기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민간 부채 증가율은 세계 1위다. <한국경제>에 나온 “빚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민간부채 증가율 ‘세계 1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해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 비중은 281.73%로 집계됐다. 2021년 275.17%보다 6.56%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민간부채 비중은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룩셈부르크(464.83%)에 이어 2위였다. ...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부채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법인부채 비중은 2021년 166.84%에서 지난해 173.61%로 6.7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가계부채 비중은 108.33%에서 108.12%로 0.2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가계부채 비중이 소폭 줄긴 했지만 경제 규모 확대에 비례해 가계빚도 거의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는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6배로 계산됐다. 26년간 소득을 한푼도 안 쓰고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한국의)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은 빛을 내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나라 자체가 파산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가 ‘한가하게’ 시장에 가서 덕담하고 장을 보고 있다. 경제문제가 덕담으로 해결된다면 오죽 좋을 것인가? 그러나 경제는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김영삼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윤 대통령마저 조금도 나아 보이지 않는다.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넘었는데도 경제가 나아진다는 지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경제와 직결된 부동산과 주식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고작 ‘서울시 김포구’와 ‘공매도 금지’ 조치다. 그러나 ‘서울시 김포구’는 상식이 있는 모든 사람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매도 금지’의 효과는 하루 만에 끝났다. 도대체 최고의 전문가가 머리를 싸매고 내놓아도 제대로 될지 자신이 없는 경제 대책을 이런 아마추어식으로 그것도 마구잡이로 내놓는 정부가 어디 있을까? 군사독재정권을 이끈 박정희와 전두환도 이 정도의 치기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은 문자 그대로 하루는 환호하고 하루는 절망한다. 이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개·돼지의 정신 아닌가?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시 예산도 줄어들고 여러 가지 자치권도 상실될 것이 뻔한데 ‘겨우’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바라고 찬성한다는 말인가? 김포 시민의 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데 그깟 동네 아파트 가격만 올라간다고 잘 살 수 있을까? 내년 총선에서 김포 지역구 2석을 건져보려는 수작인 것은 초딩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이토록 경거망동할 수 있는 국민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공매도 금지’는 어떤가? 개인 주식투자자가 1,400만 명이나 되니 공매도 금지로 그들의 잔고를 늘려주면 표를 얻을 심산이라고? 전 세계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는 나라는 그저께 한국이 시작하기 전에는 단 한 나라 튀르키예밖에 없었다. 공매도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도 없다. 한국 증시는 공매도 제도가 있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공매도 제도를 기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였다. 대자본이 주식을 사지 않고도 공매도를 멋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지극히 포퓰리즘적인 조치로, 그것도 깊은 고민과 사후 대책 마련도 없이 덜컥 저질러 버렸다. 조치 시행 이후 첫날인 월요일 주가가 폭등하자 소셜 미디어와 언론에서는 ‘에코프로’로 떼돈 번 이야기가 도배되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화요일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비관론이 넘치기 시작했다. 냄비 근성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태다. 한국 증시는 세계 수준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은 2조 1,700억 달러로 세계 13위다. 순위로는 높은 것 같지만 액수로는 전 세계의 2%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45조 2,900억 달러, 18조 3,300억 달러로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공매도를 금지한 튀르키예 증권 거래소 시가총액은 2023년 9월 기준 4,13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 규모는 명목 GDP로는 1조 2,900억 달러로 한국의 1조 8,100억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튀르키예의 주식 시장이 흔들려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한국에 비해서는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전 세계의 2%에 불과하여 투기 자본이 공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이지만 액수로 볼 때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런데 그런 주식 시장이 ‘겨우’ 내년 총선을 위한 장난감이 되어버린 현실을 이해할 경제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수도권 중소도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부를 조금만 하면 알 수 있는 상식인데도 <조선일보>가 선두에 나서서 윤석열 정권의 이런 아마추어리즘을 찬미하는 기사로 도배를 한다. 그리고 대구 시장의 상인들은 ‘임금님’을 만난 듯 환호하고 손뼉을 친다. 도대체 왜들 이럴까? 그저 다 미쳐버리려고 작정한 모습이다. 시장에 가서 서민 음식을 시식하고 서민 장보기를 시전 해서 경제가 좋아진다면 누군들 대통령을 하지 못할까? 전혀 준비 안 된 대통령도 다 감당할 수 있을 자리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대통령 하기가 쉬운 일이라면 국민의 70% 정도가 윤석열 정권을 거부하거나 무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30% 남짓 되는 ‘시장 국민’만을 믿고 나가기에는 한국의 경제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파트 가격과 시장 물건 사주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실을 ‘국민’이 배울 수 있고 가르칠 학자도 넘쳐나는 데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고 알리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그저 모든 국민이 대통령 부부처럼 시장에 가서 ‘서민 음식’ 열심히 사 먹기 시전을 해야 하나 보다. 보고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늘 날씨처럼 마음에 찬 바람이 스친다. 이번 겨울을 어찌 보낼지 걱정이 많이 될수록 마음이 더욱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