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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24. 2024

세계가 테무 지옥에 빠지고 있다고?

한국 경제의 붕괴 신호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구매해 왔다. 품질 문제가 있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테무 지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쿠팡도 자주 이용한다. 특히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 되는 신선 식품은 쿠팡을 이용 중이다. 그러나 가성비 제품을 구하다 보면 저절로 테무 지옥을 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움찔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 자신의 행동을 그저 바라보며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테무 지옥에 빠진 것이 나만이 아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쿠팡 앱 사용자가 3천만 명으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는 818만 명, 11번가가 736만 명, 테무가 581만 명, G마켓이 553만 명이다. 게다가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테무 사용자는 5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가성비다. 생각 밖으로 품질이 좋다. 과거 싸구려 저질 물건의 대명사였던 ‘마데 인 차이나’는 간 곳이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UHD급이라고 선전하는 빔프로젝터를 13만 원 주고 구매한 적이 있다. 그 직전에 한국 쇼핑몰에서 30만 원을 주고 거의 최저가의 빔프로젝터를 샀는데 품질이 영 아니었다. 그래서 반품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다. 그런데 진짜로 UHD급이었다. ANSI가 250 정도라 밝지는 않았지만, 해가 떨어지는 저녁때부터는 볼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질이 매우 뛰어났다. 어제도 그 빔프로젝터를 사용하여 쿠팡플레이에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보았다. 5.1 채널 음향에 170인치 스크린으로 감상하는데 영화관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별 관측이 취미라서 천체망원경을 자주 사용한다. 이에 필요한 접안렌즈가 국내 쇼핑몰에서는 비싸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여러 개 주문하였다. 2개를 제외한 나머지 접안렌즈는 가성비가 최고였다. 중국이 이제는 단순히 싸구려 물건만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기술 과학이 필요한 고품질의 물건도 잘 만든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는 한국에서 좀처럼 사기 힘든 희귀한 물건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테무 지옥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바다를 건너오는 물건인데도 배송료도 안 받는다. 물론 최저 구매 단위가 13,000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배송 속도도 엄청나다. 내가 구매한 물건 가운데 주문한 지 3~4일 만에 받아본 것도 적지 않다.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약간의 하자가 있어 사진과 더불어 컴플레인을 하면 즉시 구매 금액이 반환되기도 한다. 액수가 적으면 아예 물건을 반송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쇼핑몰에서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체험을 하면서 즐거움보다는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게 되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사실 한반도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철저히 중국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의 식민국과 미국의 점령국이 되는 수모를 겪고, 냉전 체제에서 미국의 전방 기지 역할을 하면서 중국과 멀어지기 시작한 지 100년도 채 안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때 중공군의 참전으로 통일에 실패한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원수로 여겨질 만도 했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문화가 미국과 일본에 완전히 종속되다시피 한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대립이 생존의 문제였다. 그래서 해방 이후 한국은 미국의 국익에 좌우되는 de facto 종속 국가가 되었다. 더구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이었기에 그 의존도는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중국이 1970년대 말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改革开放)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후진’ 국가에 불과했다. 그래서 한국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 경제’ 정책으로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룩한 중국이 이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 현실에서 한국은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누려왔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뜬금없는 ‘빨갱이 죽이기’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첨병 노릇을 자처하여 중국 덕분에 그럭저럭 버텨오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거시경제 차원의 국제정치·경제적 상황의 변화는 사실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무역만이 아니라 내수 시장도 중국 때문에 붕괴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물가는 오르고 빚은 늘고 수입은 정체된 상황에서 개인의 소비 선택은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흔한 이른바 ‘애국 소비’의 정신을 발휘하다가 개인 파산을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나와 같은 개인이 이미 한국에서 수백만 명이라는 말인데, 이 개인 소비자가 한국 물건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중국의 것을 사버린다면 내수 시장의 붕괴는 이제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더구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경우 식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끝났다’라는 말이 절로 입에서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권력 싸움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파 한 단이 875원이라는 헛소리나 해댄다. 마치 1950년 한국전쟁 직전에 능력도 없는 이승만은 ‘북진통일론’을 노래하고 육군참모총장 채병덕은 ‘아침은 개성,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라는 헛소리나 늘어놓은 것의 기시감이 들 정도다. 한국 경제가 물가만 오르고 경제 성장은 멈추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을 윤석열 정권은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이승만 주변에 구더기처럼 들끓던 간신배들이 이승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과 똑같은 짓을 지금 윤석열 사단이 저지르고 있다.     


그렇다면 나 같은 개인은 아무리 테무 지옥이 유혹적이라도 나라의 경제를 생각하여 비싼 대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사 먹어야 하나? 그리고 가격이 3배나 비싼데 화질은 UHD급이 아닌 무늬만 국산이고 실제 생산은 중국에서 한 빔프로젝터를 사야 하나? 그리고 같은 돈이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0벌을 살 수 있는 옷을 굳이 한국 쇼핑몰에서 어차피 똑같이 중국에서 만든 옷을 사면서 3벌만 사야 애국자가 되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물건이 ‘마데 인 차이나’인 현실에서 누구에게 사든지 애국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제 이런 저가 소비재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나 반도체, 컴퓨터나 제품 생산 기기까지 중국에서 직접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70년 전 중공군이 몰려오듯이 중국상품이 안방까지 몰려오고 있고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야 언론을 동원하여 알리·테무 공포증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동원하는 전략이 겨우 저품질 물건 구매 경험담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물건을 사고 신천지를 체험한 사람들이 점점 많이 지는 상황에서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과연 이런 테무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을까? 적어도 당분간 그런 길은 안 보일 것 같다. 한국의 ‘무지한’ 수구 세력에서 볼 때 중국은 그저 ‘빨갱이’ 나라이지만 역사 공부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수구 세력이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지위를 누리는 국가인 중국을 단순히 ‘빨갱이’ 색안경으로 보면서 이데올로기 갈등이나 일으켜 파당적 이익이나 취하는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도 끝까지 ‘빨갱이 타령’이나 하면서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세력이야말로 매국노 아닌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서 살림에 보태는 국민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그들이야말로 지옥에나 가야 할 것이다. 입으로만 애국 타령하면서 뒷돈 챙기고, 처가 비리를 감추고,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고, 디올 백 같은 사치품을 날로 먹는 것도 모자라, 툭하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자들아! Get the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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